내수차별이라는 단어가 매달 끊임없이 등장한다. 내수차별이라는 말은 쉽게 설명하자면, 국내에 파는 제품과 수출하는 제품에 차이가 있다는 것인데, 자동차 업계에서 특히 자주 쓰인다. 이는 국내 제조사뿐만 아니라, 수입차 브랜드들도 국내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내수차별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분위기다.
가장 먼저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현대 투싼의 내수차별은 안전성 문제다.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인 IIHS가 스몰오버랩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안전했다. 하지만 북미형과 내수형 투싼의 범퍼 빔 형상이 달라 논란이 시작됐다. 현재는 분명한 차별이라는 측과 법규로 인한 차이일 뿐이다라는 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결과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쉐보레 말리부는 출시 당시 2.0 가솔린 터보 모델에 8단 자동변속기 대신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논란이 됐고, 다시 최근 6월에는 에어백으로 논란이 됐다. 에어백이 동급에서 가장 많긴 하지만, 북미와 비교해서는 형편없이 품질이 떨어지고, 현대 쏘나타보다도 못하다는 지적이 붉어지며 논란이 됐다. 한국지엠은 관련 내용에 대해서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으나 현재는 소강상태다.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1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7조 5,000억 원을 보상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 검찰수사로 조작이 사실로 드러나 폭스바겐 임원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여전히 보상은 불가하다는 방침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조작은 없다고 했지만, 리콜을 하겠다며 환경부와 협의 중이라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와 맞물련 폭스바겐코리아는 대규모 프로모션을 병행하고 있고, 판매량은 날개 돋힌 듯 상승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한국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판매되는 국가다. 하지만 일본 구마모토 지진으로 부품수급이 원활하지 않자,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삭제된 채로 출고될 수 있다는 소식이 딜러사를 통해 흘러나왔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불만을 터뜨렸고,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출고도 되지 않은 차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제조사들이 부담 없이 내수차별을 하면서 배짱영업을 하는 데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 내수차별이 발각되거나 배짱영업을 하더라도 가격만 낮추면 판매량은 전혀 문제가 없어서 제조사나 수입사들은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 국산차와 수입차 판매량을 보면, 논란이 됐던 브랜드나 차량들 모두 판매량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또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는 정부도 문제다. 누구보다도 앞장서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회와 정부기관들이 국민들의 보호에 손을 놓고 있다. 최근 정부가 나서서 진행한 한국 닛산에 대한 고발이나 폭스바겐코리아 임원 구속도 많은 소비자들에게 체감되는 내용도 아니고, 보여 주기식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제조사와 수입사의 문제를 알고, 비판하면서도 할인에 현혹돼 구입하는 소비자, 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정부기관, 편법과 로비로 정부기관과 함께하는 제조사와 수입사까지. 이처럼 어느 한 곳에서도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이상 내수차별과 배짱영업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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