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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그랜저보다 조용한 트럭? 현대 포터2 EV 시승기

[오토트리뷴=기노현 기자] 친환경차 시장의 흐름이 상용차 시장으로 확대되기 시작했고, 지난 12월 현대 포터2 일렉트릭(이하 포터2 EV)이 출시했다. 기존 전기차 업체에서 1톤 트럭을 전기차로 개조해서 판매하던 모델에 비해 주행거리가 2배 이상 증가했고, 전기차 전용 부품 무상보증 역시 8년/12만km로 경쟁력이 우수하다. 승용 전기차가 우수한 경제성과 주행감각으로 시장 확대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포터2 EV의 출시로 화물트럭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올지 시승을 통해 확인했다.

 


오빠 나 달라진 거 없어? 달라진 외관 찾기
포터2 EV는 2004년 출시한 3세대 모델과 비슷한 외관을 유지하고 있다. 포터2는 지난 8월 유로 6모델 출시와 함께 부분변경을 거쳤지만, 외관의 뚜렷한 변화는 4등식 헤드램프로 변경되며 주간주행등이 적용된 정도다. 전면에서 포터2 EV 임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EV 전용 디자인이 적용된 바디컬러 범퍼다. 범퍼 패턴은 최근 현대자동차에서 주력으로 사용하는 파라매트릭 쥬얼 패턴의 형상이 떠오르고, 일반 포터2가 강인한 모습이라면, 포터2 EV는 매끄럽고 단정한 모습이다.

 


측면 역시 일반 포터2와 매우 유사하다. 운전석 도어에는 EV 전용 데칼을 부착했는데, EV의 V를 배터리 모양으로 디자인 한 것이 눈에 띄었다. 캐빈과 이어지는 적재함 하단에는 DC 콤보 충전구가 위치하고 있고, 기존 연료통 위치는 58.8kWh 용량의 배터리가 좌우로 탑재됐다. 휠 캡 역시 EV 전용 휠캡이 적용됐는데, 일반 전기차의 에어로 휠과는 차이가 있고, 휠 형상만으로는 친환경차임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실내
포터2 EV의 실내는 2004년의 과거와 미래지향적인 전기차의 모습이 어우러져 있었다. 그동안 부분변경을 통해 일부 변경됐지만, 전체적인 레이아웃은 동일하고, 대시보드, 중앙의 컵홀더는 과거와 완전히 동일한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2 스포크 휠에는 다양한 버튼이 적용되어 편의성을 높였고, 계기반은 전기차답게 하이테크한 느낌을 줬다. 또한 일반 포터2에도 적용된 8인치 내비게이션은 투박하지만, 훌륭한 시인성을 자랑했고, 배터리 충전소 찾기 기능까지 포함되어 편의성을 높였다.

 


포터에 오토홀드가? 수준급의 안전, 편의사양
포터2 EV에는 승용차 수준의 안전, 편의사양이 대거 적용됐다. 전방충돌 방지보조, 차로이탈 경고 장치 등 일반 포터2와 동일한 사양도 있지만,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와 오토홀드는 포터2 EV에만 적용된 편의사양이다. 오토홀드 기능은 잦은 정체가 있는 도심 속에서 운송업을 하는 소비자들에게 극찬을 받을만한 사양이다. 실제로 시승 중에도 신호가 많은 도심 운행 중에는 오토홀드 덕분에 편안한 운전이 가능했다.

 


차로이탈 경고장치는 고속주행에서 진가를 발휘했는데, 한적한 도로에서 크루즈 컨트롤과 함께 사용 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어댑티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됐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도심형 트럭인 점과 가격 상승이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1톤 트럭인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우수한 토크, 가속력과 등판능력은 디젤 이상
1톤 트럭에서 가장 중요한 주행 성능은 디젤 트럭을 상회했다. 최고출력 184마력(135kW), 최대토크 40.3kg.m를 발휘하는 포터2 EV가 디젤 포터2 보다 각각 51마력, 13.8kg.m가 높은 만큼 당연하지만, 출발과 동시에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전기모터의 특성도 한몫했다. 특히 디젤엔진 특유의 진동, 소음이 핸들과 시트로 올라오는 현상이 전혀 없었고, 변속기가 없어 변속 충격 없이 매끄러운 주행이 가능했다.

 


시승 중 아쉬웠던 점은 고 중량을 싣고 주행하지 못했던 점인데, 뒤가 가벼운 만큼 승차감이 좋지 않았다. 적재함 하단에 무거운 배터리가 적용된 만큼 일반 포터2보다 안정감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고, 일정 수준 이상 적재해야 안정적인 승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승 중 소음과 진동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던 만큼 실망감이 느껴졌지만, 화물트럭인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였다.

 


주행거리 211km, 단거리 도심배송에 특화
포터2 EV의 주행거리는 211km로 최근 출시하는 일반 승용 전기차에 비해 짧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하고 운행하는 환경을 고려하면 약 170km 정도 주행이 가능하므로, 장거리 배송에는 적합하지 않다. 시승차를 서울에서 수령해서 강원도 원주까지 운행했을 때, 걸린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였지만, 도착 후에는 배터리가 30% 남짓 남아서 바로 충전이 필요했다. 최고속도는 약 115km/h에서 제한됐는데, 안정성과 토크 위주의 감속비를 사용한 것 때문으로 예상됐다.

 


반면 일반적인 도심 주행에서는 주행거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일도 없었고, 적극적으로 회생제동을 활용해서 운행할 수 있었다. 또한 정차 중에 내연기관 트럭처럼 공회전을 할 일이 없어 실내는 조용했고, 환경성을 고려해도 훌륭했다. 그만큼 일반적으로 하루에 50~80km 정도 주행하는 택배차량과 마트 배송 같은 도심형 트럭으로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은 4,060만 원부터, 보조금을 받으면?
포터2 EV의 시작가격은 4,060만 원으로 비싼 배터리 가격을 고려해도 선뜻 구입하기엔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화물 전기트럭에는 승용 전기차보다 많은 보조금이 지급되는데, 2019년 서울시를 기준으로 2,7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어 실 구매가가 1,360만 원까지 내려간다. 풀 옵션인 시승차역시 1,724만 원으로 포터2 기본트림과 비슷한 가격이다.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고 가정하면, 포터2 EV의 가격이 강점이다.


승용 전기차에 이어 이제는 화물 전기트럭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물론 승용 전기차가 그랬듯이 한순간에 전환되긴 어렵겠지만, 차근차근 확대될 것이다. 더 이상 화물 트럭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받지 않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한다.

 

knh@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