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기노현 기자] SUV의 인기 속에 국내 세단 시장을 이끌어가던 현대 그랜저가 부분변경으로 돌아왔다. 세대변경에 가까운 변화가 특징인 이번 그랜저는 출시 전 역대 최다 사전계약 기록을 달성할 만큼 엄청난 인기와 성공을 키워드로 한 광고로 많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시대의 성공을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하고 있는 그랜저를 하이브리드 모델 시승을 통해 성공의 맛을 잠시나마 느껴봤다.
조약돌같이 매끈한 전면 디자인
그랜저의 전면부는 마치 조약돌, 혹은 하나의 덩어리같이 매끈한 디자인이다. 헤드램프와 그릴은 마름모로 가득 차있고, 경계 없이 이어져 있다. 이전 그랜저의 모습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바뀌었는데, 호불호가 나뉘는 디자인이다. 그릴 내부에 숨겨져 있는 이모티콘 모양의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 하단에 반 크롬 장식 등 디테일한 부분은 참신하고, 훌륭했다.
다만, 플라스틱 느낌이 강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가 만나는 상단부분의 각진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또한 주간주행등이 헤드램프 안쪽으로 위치하고 있어 1,875mm에 달하는 전폭이 상대적으로 좁게 느껴졌다.
더 길어진 만큼 여유로운 준대형 세단의 품위
그랜저는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전장, 전폭, 축거 등 실내 공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전부 증가했다. 전장은 4,990mm로 늘어나 5m에 달하며, 축거는 2,885mm로 기존보다 40mm가 늘어났다. 차체가 길어진 만큼 측면 디자인도 안정적이고 여유롭다. 또한 C 필러와 쿼터 글라스 디자인이 변경됐는데, 기존보다 각진 디자인으로 플래그십 세단에 어울리는 품위가 느껴진다.
시승차는 하이브리드 최상위 캘리그래피 트림으로 캘리그래피 전용 18인치 휠이 적용됐다. 보통 하이브리드는 공기역학 성능이 우수한 하이브리드 전용 에어로 휠을 장착하지만, 캘리그래피 트림을 선택할 경우 스퍼터링 알로이 휠이 적용된다. 가솔린 모델이 19인치를 적용하는 것과 달리 18인치를 적용하지만, 디자인은 유사한 것이 특징이다.
그랜저의 정체성이 담겨 있는 후면 디자인
후면 디자인은 기존 그랜저의 길게 이어진 테일램프를 유지하는 동시에 고급스럽게 다듬었다. 트렁크 라인과 테일램프 라인을 일치하게 디자인해 안정감을 주고, 강렬한 전면부와 달리 차분한 모습으로 오랫동안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다. 특징 중 하나는 후면 가운데에 부착된 그랜저 레터링 외에 어떤 레터링도 없다. 하단에는 듀얼 머플러까지 적용되어 있어 이 차량이 하이브리드 차량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채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극상이 떠오르는 인테리어
실내는 현대자동차 플래그십 모델다운 고급스러움으로 넘쳐난다. 한눈에 봤을 때,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실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시승차는 카멜과 화이트 색상이 조합된 실내였는데, 어색할 것 같은 조합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그리고 전면의 운전석 계기반은 쏘나타와 동일한 것을 사용하는데, 더 운전자 쪽으로 가깝게 위치하고 있어 더 크게 느껴진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계기반과 이어지는 듯한 디자인인데, 계기반과 일체감을 주기 위해 같은 크기인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쏘나타 보다 약 2인치가 커졌다.
그 아래로 인포테인먼트 조작부와 터치식 공조 컨트롤러가 적용됐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오디오 볼륨 조절 다이얼이 마음에 들었고, 터치식 공조 버튼은 불편했다. 또한 공조기 위치가 운전석에서 먼 것과, 터치패널 조작 시 시선이 하단으로 자주 내려가야 하는 점은 대부분의 사람이 불편하게 느낄 것이다. 또한 현대자동차 신차에 꾸준히 적용되고 있는 버튼식 기어는 편리하지만, 기어 노브 방식보다는 직관적이지 않았다.
가장 압도적인 것은 2열 공간이었다. 1열 탑승객이 충분히 여유 있는 시트 포지션을 확보한 후에도 2열 공간은 매우 넓었다. 전륜구동 모델이다 보니 가운데 좌석도 평평한 편이라 비교적 편하게 탑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레그룸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비교적 시트 쿠션부는 짧았다.
우수한 연비와 정숙성, 아쉬운 주행감각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는 겨울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게 악조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승하는 동안 우수한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시승을 위해 차를 조금 과격하게 몰아도 평균 연비가 10km/L 이하로 쉽게 떨어지지 않았고, 평소 운전습관대로 운전했을 경우 15km/L 정도 나왔다. 18인치 휠과 빌트인 캠이 적용된 시승차의 공인연비가 14.9km/L인 것을 감안하면 우수한 결과다.
정숙성은 기대 이상이었는데, 이전에 시승했던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비교했을 때, 고속 주행 시 소음이 적었다. 특히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 차단이 그랜저가 더 우수했다. 반면에 주행 중 전기모터를 사용하다 엔진이 개입할 때 느껴지는 이질감이 있었다. 이 부분은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더 우수했는데, 이번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을 이전 모델과 동일한 것을 사용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신형 쏘나타에는 적용됐고, 그랜저에는 없는 편의사양과 기능이 있었지만, 실내 재질, 정숙성, 승차감 등 플래그십 세단에 중요한 부분들은 그랜저가 확실한 우위였다.
동급 최고 수준의 안전, 편의사양
그랜저 하이브리드 캘리그래피는 최상위 트림인 만큼 대부분의 옵션이 적용됐다. 반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고속도로주행보조 기능 자동차 전용도로까지 사용 가능 영역이 확장됐다. 직접 사용했을 때 느껴지는 안정감도 매우 우수한 편이지만, 어디까지나 보조 기능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장시간 운전할 경우 1시간 단위로 요추받침 기능을 이용해 허리 마사지를 해주는데, 기지개를 펴서 스트레칭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랜저는 국산 하이브리드 판매량에서 꾸준히 1위를 지키고 있을 만큼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 부분변경으로 돌아온 그랜저는 기존 모델보다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하이브리드 판매량 1위를 계속해서 지켜나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knh@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