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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모아 보는 자동차 테마

말리부 빼고 전멸한 다운사이징 세단들, 그 이유는?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그동안 국산 중형 세단은 2리터 자연 흡기 엔진이 주력이었다. 최근 하락한 세단형 모델의 인기를 되살리고,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바라는 소비자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디젤과 LPG, 그리고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장착된 모델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연비를 바라는 소비자용으로는 디젤 모델이 주력이고, 렌터카와 택시, 장애인용으로는 LPG 모델이 자리 잡은 가운데 다운사이징 모델에 대한 수요는 제조사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현대 쏘나타는 2017년 3분기부터 1년간 누적 판매량이 67,570 대에 달하는데, 1.6 터보 모델은 1,285 대만 판매됐다. 판매 비율로 따지면 고작 1.9%에 달하는 수준이다. 기아 K5는 동 기간 26,637대의 전체 판매량 가운데 3.7% 수준인 992대가 1.6 모델로 판매돼 극히 미미한 비중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르노삼성 SM6는 쏘나타와 K5보다는 다운사이징 파워트레인 판매 비중이 높다. 같은 기간 전체 판매량은 25,610 대로 K5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1.6 터보 모델은 2,211 대가 판매돼 8.6%가량의 점유율을 보인다.



다운사이징 파워트레인이 가장 힘을 발휘하는 모델은 쉐보레 말리부다. 1.8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외하면 1.5리터와 2리터 모델 모두 다운사이징 파워트레인을 적용했다. 1.5 터보 모델은 전체 판매량 18,159 대의 71%에 육박하는 12,864 대의 판매량을 차지한다.



다운사이징 파워트레인은 낮은 배기량으로 인한 절세 효과와 저공해 차량 인증에 따른 각종 혜택, 배기량 대비 높은 출력 등의 장점을 갖추고 있어 향후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손꼽히는 기술 가운데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형 세단 시장에서 유독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높은 가격과 선택 폭이 좁은 트림, 그리고 소비자의 편견으로 인한 요인 등을 꼽을 수 있다.



쏘나타 2.0 자연 흡기 모델의 가격은 2,219만 원부터 2,919만 원까지, 1.6 터보는 2,360만 원부터 2,721만 원까지 구성돼 기본 트림이 141만 원 비싸게 책정된다. K5는 2리터 모델이 2,228만 원부터 2,930만 원까지, 1.6 터보 모델이 2,489만 원에서 3,029만 원까지 가격대를 형성해 전체적으로 가격대가 높다. 반면, 트림의 개수는 쏘나타 1.6 터보 2개(2.0 가솔린은 6개), K5 1.6 터보 3개(2.0 가솔린 4개)로 선택 폭이 제한적이다.



SM6는 2.0 모델이 2,405만 원부터 3,043만 원(최근 출시한 가솔린 프라임 제외)으로 책정되고, 1.6 모델은 2,788만 원부터 3,210만 원까지 구성돼 역시 200만 원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 1.6 모델은 기본 트림이 삭제돼 3가지 트림만 선택할 수 있다.



쉐보레 말리부는 자연 흡기 모델이 없고, 다운사이징 터보 모델로만 구성된다.(하이브리드 제외) 1.5 터보 모델은 2,345만 원부터 3,225만 원까지 가격이 책정된다. 성능을 더 높인 2리터 터보 모델은 3,022만 원부터 3,249만 원이다. 사실상 주력 트림인 1.5터보는 8개 트림(스페셜 에디션 2개 포함)을 선택할 수 있고, 2리터 모델은 3개 트림(스페셜 에디션 1개 포함)으로 구성돼 경쟁 차종에 비해 선택의 폭이 넓다.



결국 2.0 자연 흡기 모델보다 높게 책정된 가격과 상대적으로 부족한 트림으로 인해 다운사이징 파워트레인의 선택 비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국산 중형 세단은 2.0 엔진 정도는 장착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심리와 다운사이징 엔진은 출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더해지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다운사이징 엔진은 자동차 제조사가 앞으로 확대 적용해 나갈 주력 파워트레인 가운데 하나다. 보다 합리적인 가격 책정과 트림 확대 적용에 더해 소비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말리부 1.5 터보 모델의 판매량이 동급 경쟁 차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주된 이유는 시작 가격이 2,345만 원으로 가장 저렴하게 책정됐기 때문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kjh@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