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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차량 가격에 따라 세금 부과를 주저하는 이유는 결국...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우리나라는 자동차에 대한 세금을 배기량에 따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다운사이징을 통해 가격은 기존과 동일하면서도 배기량을 낮추는 차량들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에서 배기량은 출력이나 토크 등의 성능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 의미가 크다. 하지만 요즘은 환경과 원가절감 문제로 제조사들이 다운사이징 엔진을 적극 개발하고 이미 보편화되었다. 쉐보레 말리부는 애초에 1.5 가솔린 터보로 개발돼 2.0 가솔린을 대체했고, 포드 익스플로러나 쌍용 G4 렉스턴도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각각 2.3리터 가솔린 엔진과 2.2리터 디젤 엔진을 장착한다. 프리미엄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신형 E300에는 2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해 초기에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다운사이징은 시대의 흐름이다. 제조사들도 정부의 정책방향에 맞춰서 파워트레인을 변경할 수밖에 없고, 정부는 환경문제와 직결된 배기량에 대한 칼을 꺼내 들지 않을 수도 없다. 소비자들이 만족하던, 만족하지 못하던, 다운사이징 시대로 접어들었고, 이미 그렇게 배기량을 낮춘 차량들을 타고 있거나 흔히 볼 수 있다.




문제는 다운사이징을 하면서 발생하는 세금이다. 배기량이 2리터인 메르세데스-벤츠 E300의 가격은 6천만 원대부터 8천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2천만 원대에 구입 가능한 현대 쏘나타도 현행법상 2리터 엔진을 장착한다는 이유로 3~4배 비싼 E300과 같은 세금을 내야 한다.


보통 이런 식으로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발생하는데,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다운사이징 엔진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배기량보다는 차량 가격에 따라 세금을 내는 게 적합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또 2천만 원대 국산차를 타는 소비자와 6~8천만 원대의 프리미엄 수입차를 타는 소비자는 대부분 소득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세금을 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공감하면서도 세금 구조를 개편하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당장 배기량에 따른 세금이 아니라 자동차 가격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면 현행 대비 세수가 연간 최대 3조 4천억 원까지 감소한다는 자료가 나왔다. 다운사이징 차량들이 많아졌고, 수입차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해도 여전히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산차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 보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전기차는 보조금을 제외하면 가격이 여전히 비싼 편인데, 차량 가격으로 세금을 책정하면 소비자들은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 구입을 할 이유가 더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배기량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관련해서 세금을 내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도 뚜렷한 해결책은 아니다. 결국은 단순히 배기량 혹은 가격, 이산화탄소 배출량 어느 한 가지가 아닌 복합적인 세제개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bbongs142@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