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가 수입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며, 쌍용자동차의 판매량을 위협할 정도로 판매량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 1월 6,848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점유율 41%를 넘어섰다. 2016년 1월의 점유율은 26%였고, 판매량도 4,298대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시점에는 판매량이 60%에 육박하는 폭발적인 증가세로 2위인 BMW를 약 4,400대 이상의 압도적인 차이로 벌리며, 시장 1위를 공고히 해나가고 있다. 게다가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이면서 국산 대중 브랜드인 쌍용차의 판매량까지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인데, 이미 판매대수에서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현 상황대로라면 2~3개월 이내에 추격이 아닌 추월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갑자기 소비자들이 메르세데스-벤츠를 구입하기 시작한 이유는 신형 E클래스의 영향이 크다. E클래스는 E200과 E220d에도 국내 소비자들이 원하는 옵션들을 대부분 탑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LED 헤드램프, 와이드 스크린, 앰비언트 라이트 등과 같이 하위 트림에서도 눈에 띄게 차이 나는 옵션이 타사의 차량들에 비해 많지 않은 편이다.
게다가 E300부터 출시하고, 몇 달간의 시간차를 둔 이후 E200을 출시하는 전략을 꾀했다. 그러자 E300을 구입하기가 부담스러웠던 소비자들이 E200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E300과 E200은 아방가르드 기준으로 가격차이가 무려 1,200만 원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가격차이가 심하니, 어떻게 보면 나름 합리적으로 E클래스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그래서 실제로도 판매량에서 E200은 지난달에도 1,000대를 넘어설 정도로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E클래스의 인기를 E200 때문만이라고 할 수는 없다. E300의 판매량은 이미 사전계약에서부터 국산차를 넘어설 정도로 굉장한 인기를 끌었고, 현재까지도 월 1,000대를 넘을 정도로 E클래스 판매의 중심 축이 되어주고 있다. 효율성이 좋은 E220d의 판매량도 마찬가지다. 결국 판매량이 골고루 분산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의 요구를 잘 반영했고, 라인업을 잘 갖췄다고 볼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고급 모델을 원하는 소비층을 위해 E400을 출시하기도 했는데, 앞으로도 AMG 패키지 모델과 AMG 모델 등이 추가로 투입돼 라인업은 더욱 다양해질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에서 E클래스 다음으로 잘 팔리는 모델이 C클래스다. C클래스는 초반에 가격대가 높게 설정돼서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동급 최고를 자랑하는 감성과 디자인 등으로 그런 의견을 모두 없애버렸고, 결국 판매량이 그 인기를 증명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판매량이 감소할 기미가 보이자 AMG 패키지 모델을 새롭게 추가했는데, 이게 시장에서 또다시 인기를 모으고 있다.
SUV 라인업 중에서는 GLE 쿠페와 GLS 등이 골고루 잘 팔리고 있다. GLE 쿠페의 경우 경쟁 모델인 X6에 비해서 가격대가 나름 경쟁력 있게 출시되었다. 게다가 AMG 패키지가 적용돼 이미 도로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X6보다는 신모델을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GLS도 마찬가지다. S클래스급 SUV라고 마케팅을 했지만, 사실 그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국내에는 처음 출시된 모델이기도 하고, 7인승이기 때문에 다자녀 혜택을 받아 구입하면 취등록세도 면제 받을 수 있다. 약간의 프로모션과 취등록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소비자라면 대략 1,000만 원 정도를 아낄 수 있으니 구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원래 브랜드 이미지가 그리 젊지 않았다. 젊은 소비자들은 BMW와 아우디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세단 그리고 세단 중에서도 E클래스나 S클래스만 인기였다. 그런데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지 변신을 위해 수년 전부터 젊은 벤츠 이미지로 마케팅을 펼쳐왔다. 그런 일환으로 A클래스 CLA, GLA 등 컴팩트카들도 많이 출시되었고, 현재 그 모델들의 판매량도 나쁘지 않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서 브랜드 이미지 변신에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경쟁 모델의 부재도 맞물렸다. BMW의 경우 E클래스의 강력한 경쟁 모델인 5시리즈가 신모델로 출시를 앞두면서 물량이 바닥나면서 프로모션이 좋은 E클래스로 넘어가고 있다. 물론 아우디의 경우에는 A6뿐만 아니라 대부분 차량의 판매가 중단된 상황이어서 이 소비자들이 거의 모두 메르세데스-벤츠로 흡수되고 있는 분위기다.
마지막으로 현장의 변화다. 매장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현장에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아우디는 지금 인증취소로 인해 판매가 중단되었고, 현장에서는 차가 없어서 못 팔고 있다. 그런데 메르세데스-벤츠는 빠른 속도로 전시장을 늘려가고 있고, 그 딜러들이 모두 메르세데스-벤츠로 유입되고 있다.
먼저 전시장부터 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한성과 효성 등이 앞다퉈 신규 전시장을 지속적으로 오픈하고 있다. 물론 KCC오토 같은 곳들도 영업막 확장에 참여하면서 최근 1년 사이 죽전, 영등포, 세곡, 부평, 구리, 분당 정자, 파주, 전주, 인천, 안성, 순천, 부산 북구 등에 신규 전시장과 통합 서비스센터, 인증 중고차 전시장 등까지 굉장한 속도로 판매와 A/S망을 확대하고 있다. 서비스센터는 이미 지난여름 42개를 넘어섰을 정도다.
수입차는 소개를 해주거나 소개를 받아 차량을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 딜러는 소비자와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고객 관리를 한다. 그래서 딜러가 아우디에서 메르세데스-벤츠로 넘어가면 소비자 역시 그 딜러를 통해 메르세데스-벤츠를 구입하기가 더 쉬워지기 마련이다. 물론 이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로 봤을 때 별로 크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할인이 없거나 해주더라고 굉장히 적게 해주는 브랜드로 유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어떤 브랜드보다도 많은 프로모션이 적용되고 있다. 갑자기 할인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영업 일선의 관계자는 “아우디에서 인센티브까지 남기지 않고 팔았던 아우디 딜러들이 메르세데스-벤츠로 넘어간 이상, 결국 메르세데스-벤츠에서도 비공식 할인 등을 통해 같은 방식으로 차를 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나 딜러사들도 현재 경쟁 모델이 없고, 벤츠에는 신모델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지금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해 점유율을 올려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품부터 마케팅, 현장까지 정말 빈틈 없이 치밀하게 움직였기 때문에 판매량 상승은 당연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곧 BMW의 5시리즈가 E클래스보다 낮은 가격에 M패키지까지 더해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에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영향에도 불구하고 메르세데스-벤츠가 쌍용자동차의 판매량을 넘어설 것인지, 업계의 시선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