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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연말 앞두고 신모델 연달아 출시하는 이유는?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제네시스 브랜드의 기함 G90의 11월 27일 공식 출시가 예정된 가운데,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도 연내 출시가 확실시됐다. 통상적으로 부분 변경 모델이나 신모델의 경우 출시 시기에 2~3개월간의 차이를 둬 마케팅을 집중시키던 기존의 방식과 달라져 그 배경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완전 변경, 부분 변경, 연식 변경 모델들을 다수 출시했는데, 각 모델별 출시 시기를 종합해 보면 2월과 3월에 완전 변경된 신차 출시가 집중됐다. 사실 벨로스터나 넥쏘는 볼륨 모델이 아니다. 넥쏘가 출시 후 기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지만, 싼타페가 가장 큰 이슈의 중심이었다. 연식 변경 모델은 일반적으로 5월 이전은 2018년형, 이후로는 2019년형 모델을 출시한다. 특히 연도가 바뀌기 전 연식 변경 모델을 대거 추가하는 기존 방식도 그대로 사용된다.


2018년 전체를 기준으로 보면 1/4분기는 완전 변경 모델, 2/4분기는 연식 변경 모델과 추가 라인업, 3/4분기는 부분 변경 모델과 연식 변경 모델에 집중돼 있다. 4/4분기의 핵심은 G90과 팰리세이드 2개 모델로 구성된다.



물론 자동차 제조사의 연중 계획은 미리 설정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대표적인 볼륨 모델의 출시를 이렇게 연달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반적으로 신차 효과라고 표현하는 신모델 출시 이후의 판매량 급등 현상은 약 3개월간 지속되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들은 해당 기간에 총력을 다해 제품을 홍보한다. 그러므로 각 모델의 광고 효과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출시 시기 조율이 필수적이다. 이런 관행과 달리 고급 세단 G90과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시하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부진한 라인업의 경쟁력 강화

그동안 두 모델은 동급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EQ900의 경우 제네시스 브랜드의 기함 모델임에도 경쟁 모델에 밀려 존재감이 상당 부분 희석된 상태다. 2018년도 10월까지 연간 누적 판매량은 6,688대로 전년 동기 대비 36.6%나 하락했다. 지난 4월 출시된 기아차의 기함 2세대 K9이 출시 7개월 만에 9,435 대를 판매한 것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수입 브랜드 가운데 S 클래스(5,315대), BMW 7시리즈(1,709대) 보다 판매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장점이 두드러진 것이고 해외시장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신모델 투입이 절실하다.



팰리세이드가 진출하는 대형 SUV 시장은 더 참담한 상태다. 맥스크루즈가 해당 차급을 담당하고는 있지만, 2018년 누적 판매량은 1,731대에 불과하다. 전년 대비 72.6%나 하락한 수치로 쌍용 G4 렉스턴(1만 3,988대)이나 기아 모하비(6,503대)와 비교해 보면 겨우 연명하고 있는 수준이다. 해외시장에서도 맥스크루즈는 싼타페의 롱바디 모델 형태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 포지션이 명확하지 않다. 소형과 중형 모델 위주로 구성된 SUV 라인업을 늘려 새로운 수요를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연말 특수성 고려

G90은 개인 고객의 구입 비중도 크지만, 법인 차량 구입도 상당수에 달한다. 특히 회사의 인사이동이 집중된 연말은 대형차 시장이 활기를 띠게 되는데, 업무용 및 의전 차량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에서는 연말 특수라고도 표현하는 시기인 만큼, G90은 발 빠른 대처로 초기 판매 물량을 대폭 확대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차량 가격의 5%를 부담해야 하는 개별소비세의 한시적 인하(3.5%)가 12월 31일로 끝나는 만큼, 이 시기에 맞춰 모델을 출시하므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실제로 G90은 사전계약을 하게 되면, 실제 차량 인도가 내년으로 미뤄진다 하더라도 개별소비세 인하 가격을 적용하겠다는 정책을 밝혔다. 이러한 흐름에 따르면 팰리세이드 역시 개소세 인하 혜택을 초반 프로모션 가운데 하나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개소세의 경우 교육세와 부가세에도 영향이 있고, 차량 가격이 높을수록 인하되는 금액도 커져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차이가 나게 된다.


(▲이미지출처 : 네이버, 현대차 주가 정보)


4/4분기 실적 회복

현대차의 3/4분기 영업 실적이 공개됐을 때, 시장에서는 어닝쇼크라는 표현을 쓰며 우려를 표했다. 원화 강세 여파에 더해 에어백 제어기 리콜, 엔진 진단 신기술 적용으로 발생한 품질 관련 비용 5,000억 원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실적 부진으로 인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주가 하락을 가져왔다. 실제로 2009년 이후 약 9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4분기의 상황 역시 그리 밝지 않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4분기는 회사 지배 구조 변화를 위한 개편 관련 비용 및 추가 리콜 비용 등이 실적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예상된 악재가 존재하는 만큼 실적을 끌어올릴 대비책이 절실하다.



여러 가지 요인이 관련되지만, 자동차 제조사의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판매량과 수익성이다. 결국 판매 실적 회복을 위해서는 신모델의 투입이 절실하고, 고급 세단과 대형 SUV를 통해 판매량은 물론 수익성도 올려야 한다. G90과 팰리세이드 모두 해당 라인업 가운데 가장 고가의 모델로 수익성이 높은 편이고, 출시를 기다리는 대기수요도 상당하기 때문에 실적 회복 부면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최대한의 판매고를 이뤄 주가 회복은 물론 영업 실적에 대한 염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현대차가 당면한 최대 과제다.



시장 점유율 확대

현대차는 출고 후 신차효과가 두드러지는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내의 경우 당분간 해당 라인업의 경쟁 신모델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최대한의 판매고를 기록해 고급 세단 및 대형 SUV 시장을 선도할 목표다.



해외 시장은 특히 북미 시장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소형차와 세단을 중심으로 한 라인업을 구성해 온 현대차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SUV나 픽업트럭 라인업을 온전히 갖추지 못해 점차 판매량과 점유율이 하락하는 추세다. 하지만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출시를 통해 SUV의 풀 라인업을 완성하고,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역시 북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태다. 특히 기함인 G90의 실적이 저조한 만큼 신모델을 통해 새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국내 출시된 모델은 통상 수개월 뒤 해외 시장에 판매되기 때문에, 연내 신모델 출시로 2019년을 대비한 광고 효과도 미리 누릴 수도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완전 독립

G90이 제네시스가 아닌 현대차 브랜드에 소속된 모델이라면 출시 시기가 일부 조정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이후 현대차와 제네시스가 점차 대중 브랜드와 고급 브랜드로 이원화하고 있는 만큼 두 모델의 동시 출시가 간섭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적다.



성격과 차급, 브랜드가 다른 모델인 만큼 광고 및 마케팅 전략은 각기 다르게 전개되고 각자의 색깔도 분명해진다. 이러한 추세는 현대 브랜드는 현대 룩 디자인 전략을, 제네시스 브랜드는 동적인 우아함을 디자인 철학으로 내세웠던 기존 행보와도 일치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진 별개 브랜드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현대차 브랜드와 제네시스 브랜드 모두 다양한 신모델을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두 브랜드의 모델이 동시 출시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이번 G90과 팰리세이드의 동시 출시와 그로 인한 판매 실적은 향후 각 브랜드의 장기적인 판매 전략 수립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kjh@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