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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절정이라는 코나보다 싼타페가 더 많이 팔리는 이유는?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SUV 열풍이 거센 전 세계적인 흐름 속에 국내 시장도 SUV 판매량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전체 판매량에서 30% 비율을 차지한 지는 이미 몇 달이 지났고, 10월은 34%까지 비중이 높아졌다. 최근 들어 가세한 소형 SUV가 이러한 증가세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소형 SUV의 인기는 소형 및 준중형 세단 구입층의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한 것과 가솔린 모델을 중심으로 2천만 원대 가격을 구성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 제조사들의 SUV 라인업 확대에 따라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SUV 판매량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면 인기가 급상승 중인 소형 SUV보다 중형 SUV의 비율이 아직도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다.


2018년 국산 소형, 중형 SUV 누적 판매량


실제로 현대차의 인기 모델인 싼타페는 2018년 누적 판매량이 8만 9,558 대에 달한다. 지난 2월 21일 출시돼 본격적인 판매일수가 8개월 정도에 불과함을 감안하면 매월 1만 대 이상이 꾸준히 팔려나간 셈이다. 기아 쏘렌토 역시 인기가 하락했다고는 해도 5만 5,942대를 판매해 건실한 실적을 기록한다.


반면, 10월 SUV 전체 판매량 2위를 기록한 코나는 누적 판매량이 4만 318 대 수준이다. 쌍용 티볼리(3만 5,076 대)나 기아 스토닉(1만 3,769 대), 쉐보레 트랙스((9,414 대), 르노삼성 QM3(5,214 대)와 같은 소형 SUV 판매 대수를 모두 합쳐도 싼타페와 쏘렌토 2개 모델의 판매량을 넘어서지 못한다.



소형 SUV가 등장과 동시에 SUV 시장 점유율을 상당 부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중형 SUV가 독보적인 인기를 끄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디젤 엔진을 중심으로 한 높은 주행성능과 승차감, 저렴한 연료비, 넉넉한 차체 크기, 그리고 경쟁력 있는 가격 등이 그에 해당한다.



디젤 엔진만 보유한 QM3를 제외한 소형 SUV 대부분은 가솔린 모델이 주력으로 판매된다. 터보 엔진을 장착한 코나와 트랙스를 제외하면 성능이 뛰어나지 않고 공인 연비도 11~12km/l에 달해 아쉬움을 남긴다. 리터당 170원가량 차이나는 연료비를 감안하면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모델은 소형 SUV임에도 경제성이 높다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가솔린 모델 특유의 정숙성은 장점이지만, 일부 사륜구동 모델을 제외하고는 후륜 토션빔이 적용돼 안락한 승차감을 확보하기에 어려운 구조다.



싼타페와 쏘렌토는 가솔린 1종, 디젤 2종 엔진 라인업을 구성한다. 주력인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86마력, 최대토크 41.0kg.m의 2리터 엔진과 202마력, 45.0kg.m의 2.2리터 엔진으로 구성돼 1.8톤이 넘는 차체를 거동하기에 부족함 없는 성능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공인 연비는 12~13km/l를 달성하고 가솔린 대비 저렴한 디젤 연료를 사용해 유지비 측면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후륜 멀티링크를 기본으로 장착해 승용 모델 같은 편안한 승차감을 보이는 것도 장점이다.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정서와 사용성 면에 있어서도 중형 SUV가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스토닉을 예로 들면 전장 X 전폭 X 전고 X 휠베이스가 각기 4,140 X 1,760 X 1,520 X 2,580mm에 달해 사실상 소형 해치백 프라이드와 별반 차이가 없는 크기다. 1, 2인이 주로 탑승하는 경우라면 큰 무리는 없지만 유모차 정도 크기의 짐을 적재하기에는 공간이 상당히 부족하다.

   


반면, 싼타페는 전장 X 전폭 X 전고 X 휠베이스가 4,770 X 1,890 X 1,705 X 2,765mm로 넉넉한 실내 공간과 적재 공간을 확보하고 필요에 따라 7인승 모델까지 선택할 수 있다. 야외 활동에서는 물론 일상 용도에서의 활용도가 높다는 점에서 중형 SUV의 가치가 더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가격을 들 수 있다. 특히 디젤 파워트레인을 적용하고자 한다면 소형 SUV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현대 코나 디젤 모델의 경우 트림에 따라 2,052만 원부터 2,822만 원까지 가격대가 형성된다. 그런데 소비자 선택 비중이 높은 주요 사양을 추가하게 되면 차량 가격은 급격히 올라가게 되고, 풀옵션의 경우는 3천만 원에 육박한다. 3천만 원 초반이면 싼타페 중간 등급에 몇 가지 사양을 추가할 수도 있는 금액이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중형 SUV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이유를 살펴보면, 처음부터 소형 SUV와 중형 SUV의 역할은 나누어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소형 SUV는 인기가 식어가는 소형 및 준중형 승용 모델의 수요를 이동시키기 위한 목적이 크고, 중형 SUV는 가족용 차량으로서 정통 SUV 모델을 찾는 소비자를 위한 차량으로 자리 잡는다. 현대 엑센트나 기아 프라이드의 신형 모델이 국내에 출시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SUV 라인업을 점차 확대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려 하고 있다. 현대차는 코나보다 더 작은 크기의 SUV를, 기아차는 스토닉과 스포티지 사이에 위치할 SUV를 개발하는 중이다. 수입 SUV에 대응하고 SUV 시장을 더 확대하기 위해 대형 모델 출시도 앞두고 있다. 현대 팰리세이드는 연말 출시 예정이고, 원래 북미 시장 전용으로 계획했던 기아 텔루라이드도 국내 출시가 유력한 상황이다. 한편, 중형 SUV 시장에서 다소 부진한 성적을 보여온 쌍용차는 코란도 후속 모델을 출시해 준중형 및 중형 SUV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kjh@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