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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모아 보는 자동차 테마

반 세기가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쉐보레 말리부의 변천사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한국지엠의 중형 세단 말리부는 토스카의 후속 차량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1964년부터 이어진 긴 역사를 자랑하는 모델이다. 북미 지역에서만 판매되던 이 차량은 현재,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으로 판매가 확대됐다. 긴 역사만큼 굴곡진 시간을 보내온 말리부에 대해 알아봤다.


중형차 트림 중 하나로 시작



1세대 (1964년~1967년)

말리부라는 이름은 1964년 중형차 셰빌의 고급형 버전으로 처음 선보이게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말리부는 해변가 부촌으로 많은 유명인사들의 저택이 자리 잡고 있다. 상위 트림에 말리부라는 이름을 붙임으로, 부와 명성을 누리는 상류 사회의 이미지,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려는 의도를 담아냈다.





셰빌 말리부는 스포티한 디자인과 풍부한 편의 사양, 호화로운 인테리어 등을 갖춰 인기를 끌게 된다. 직물과 합성 소재를 혼용한 시트, 고급형 스티어링 휠 등은 하위 등급인 셰빌 300이나 300 디럭스 모델과 차별화된 요소들이다. 2도어 쿠페, 컨버터블, 4도어 세단, 2인승 스테이션왜건 등 다양한 차체가 셰빌 말리부에 포함된다.

 



 

고성능 모델 말리부 SS는 2도어 쿠페와 컨버터블에만 적용되며, 최고출력 300마력의 V8 5.4리터 엔진까지 장착 가능했다. 버킷 시트와 기어 변속기가 내장된 센터 콘솔, 전용 휠커버 등으로 일반 모델과 차별화했다. 모델명에 쓰인 SS는 고성능을 의미하는 슈퍼 스포츠(Super Sports)의 앞 글자를 따 온 표현이다.



1965년 셰빌 말리부는 새로운 라디에이터 그릴과 후면부 디자인을 적용하게 된다. SS 모델에 사용된 5.4리터 엔진은 350마력으로 출력이 올라간다. 한편, 1966년에 말리부 SS라는 명칭은 일부 지역에서 셰빌 SS-396 시리즈로 대체된다. 396은 엔진 배기량을 3제곱인치 단위로 표현한 것으로, 6.5리터 엔진을 장착했음을 뜻한다.




2세대 (1968년~1972년)

1968년 출시한 2세대 셰빌 말리부는 2도어 쿠페와 4도어 세단, 스테이션왜건으로 출시한다. 세미 패스트백 형태의 매끄러운 디자인을 갖춘 쿠페는 휠베이스가 2,800mm에 달한다. 1세대 모델에 사용하던 V8 4.6리터 엔진은 5리터 엔진으로 변경되며, 내장재를 더 고급화시킨 컨코어 옵션을 신설하게 된다.


1970년 정부의 안전 규제로 인해 1열 헤드레스트가 기본 장착되고, SS-396에만 사용하던 3단 터보 하이드라매틱 변속기를 모든 라인업과 엔진까지 확대 적용한다. 또한, 하위 트림인 셰빌 300과 300 디럭스가 사라져, 말리부가 4도어 세단과 2도어 쿠페의 기본 트림 역할을 하게 된다.




 

1971년, 이전까지 사용한 듀얼 헤드램프가 싱글 타입으로 바뀌고, 새로운 라디에이터 그릴을 장착하게 된다. 카마로와 콜벳에서 사용된 4개의 원형 테일램프도 뒤 범퍼에 장착한다. 모든 엔진은 저 옥탄가 무연 가솔린 연료를 사용하기 위해 출력이 하향 조정된다.




3세대 (1973년~1977년)

3세대 셰빌은 기본형인 디럭스, 중간 등급 말리부와 말리부 SS, 최고급형 라구나로 세부 트림을 정비한다. 그러나 1974년 디럭스 대신 말리부를 기본형 트림으로 배치하고, 최고급 라구나 트림은 말리부 클래식으로 변경해 셰빌의 모든 라인업은 말리부라는 명칭이 함께 사용된다.



3세대 쿠페는 도어 뒤편으로 B 필러를 삽입한 콜로네이드 하드탑을 적용했다. 기존 프레임리스 도어 타입이 차량 전복시 후두부 부상 위험이 높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B 필러를 추가하게 된 것이다.



1976년 이후 말리부 클래식 모델은 4개 사각 헤드램프를 장착하게 되고, 250CID 엔진을 기본으로 장착하게 된다.


중형 세단으로 등극, 긴 휴지기




4세대 (1978년~1983년)

오일쇼크의 여파가 한창인 1978년에 등장한 4세대 모델은 셰빌 대신 말리부를 모델명으로 사용한다.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플랫폼을 적용해, 차체 사이즈가 작아지고 라인업에 따라 230~450kg까지 감량하게 된다. 그러나 트렁크 공간과 레그룸, 헤드룸은 더 커져 공간이 여유롭게 된 것이 특징이다. 차체는 스테이션왜건과 세단, 쿠페 3가지 스타일로 출시한다.




트림은 말리부와 말리부 클래식 2가지로만 구성된다. 말리부 클래식의 랜도 시리즈는 차체에 투톤 페인트 컬러를 적용하고 합성 소재로 된 탑을 씌워 차별화한다. 엔진 라인업은 3.3리터와 3.8리터 그리고 V8 5리터 엔진으로 구성된다. 초기 세단 모델은 2열에 여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팔걸이를 도어 깊숙이 삽입하고, 뒤 문에 고정형 창문을 장착하게 된다. 그러나, 고객들의 불만이 계속 제기됨에 따라 1981년 루프라인을 변경하고, 윈도우 조작이 가능하게 부분변경을 거친다.  



1982년부터는 4개 헤드램프가 장착된 사각 형태의 전면 스타일을 도입하고, 헤드램프 아래 가늘고 긴 방향지시등을 장착한다.


4세대 말리부는 후속 차종인 셀레브리티가 출시된 이후로도 한동안 병행 판매됐지만, 1983년 단종 이후 한동안 말리부라는 이름은 지엠 차종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다시 찾은 이름, 전륜구동 중형 세단으로 자리 잡다




5세대 (1997년~2005년)

지엠은 코르시카라는 이름의 중형차가 성공적이지 못하자, 말리부라는 이름을 다시 부활시킨다. 4세대까지는 후륜구동 기반 차량으로 활약했지만, 5세대부터는 전륜구동으로 바뀐다. 폰티악 그랜드 앰에 사용된 P-90 전륜구동 N-바디 플랫폼을 공유한다. 최고출력 144마력의 2.2리터, 155마력의 V6 3.1리터 엔진이 장착돼 4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ABS와 유압 엔진 마운트, 에어컨이 기본 장착된다.




  

2000년에 들어, 전면부에 사용된 은색 말리부 로고는 파란색 쉐보레 앰블럼으로 변경된다. V6 3.1리터 가솔린 엔진도 기존 155마력에서 170마력까지 출력이 증가하고, 일부 트림에 쓰인 150마력의 2.4리터 트윈캠 엔진은 단종된다. 6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후에도 쉐보레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한동안 병행 판매되지만, 엔진은 2.2리터 에코텍 엔진 한 가지만 장착한다.




   

6세대 (2004년~2008년)

오펠 3세대 벡트라가 사용한 입실론 전륜구동 플랫폼을 바탕으로 출시했다. 4도어 세단과 5도어 해치백 2가지로 출시하며, 해치백은 말리부 맥스라 이름 붙인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은 좌우로 확장된 크롬 바로 나눠지는 형태로, 쉐보레 픽업트럭 모델에 쓰인 디자인을 접목시킨다. 최고출력 144마력의 2.2리터 에코텍 엔진에 더해 200마력, 30.4kg.m의 V6 3.5리터 엔진이 장착됐다.




고성능 버전인 SS도 2006년 다시 등장하게 된다. SS는 V6 3.9리터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3.2kg.m의 성능을 내뿜는다. 그 외에도 3 스포크 가죽 스티어링 휠, 크롬 장식 계기반, 스포츠 시트, 사이드 스커트, 크롬 머플러 팁 등을 적용해 일반 모델과 차별화한다.



2006년 부분 변경을 통해 전면부 크롬 바가 사라지고, 라디에이터 그릴 크기가 작아진다. 해치백인 말리부 맥스는 2007년을 끝으로 생산이 중단되지만, 세단은 후속 모델 출시 후에도 말리부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한동안 병행 판매했다.


말리부, 영광의 재현




 

7세대 (2008년~2012년)

말리부의 명성을 다시 회복시킨 모델이다. 6세대에서 사용한 롱휠베이스 입실론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장은 76mm, 휠베이스는 152mm 늘어난다. 엔진은 2.4리터와 3.5리터 그리고 3.6리터로 구성된다. 실내는 투톤 컬러와 텔레스코픽스티어링 휠, 최고급 마감재 등을 사용했다.



각종 자동차 매체들로부터 중형차 시장의 강자인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토요타 캠리와 같은 경쟁차들보다 좋다는 평가도 받았다. 높은 품질과 편의사양 등으로 인해 2008년 북미 올해의 차로도 선정된다. 7세대 모델은 총 70만 대 가량 판매되고, 2010년엔 지엠 최다 판매 차종으로 기록된 차로 남는다. 트림도 다양화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 최상위 LTZ 트림은 투명 테일램프에 빨간 LED 제동등을 사용해 일반 트림과 구별한다.




   

8세대 (2012년~2016년)

이전 모델과 달리 미국 외 유럽과 호주 등지에서도 판매된다. 본래 GM 중형차는 북미 시장은 말리부, 아시아와 유럽 시장은 토스카로 이원화해 판매했으나, 글로벌 판매 전략의 수정으로 토스카는 단종, 말리부로 통합 출시하게 된다.


국내 출시 초기에는 140마력 2리터, 170마력 2.4리터 엔진을 장착한 모델만 판매했다. 북미에서는 2.5리터 엔진과 2리터 터보 엔진, 유럽과 호주 시장은 2리터 디젤, 중동 지역은 V6 3리터 모델도 출시했다.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하는 글로벌 차량으로, 각 판매지역마다 다른 사양의 엔진 라인업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2013년 북미에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하게 된다. 국내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 156마력의 2리터 디젤과 LPG 모델을 추가하기도 했지만, 짧은 시간 판매 후 단종 처리됐다.




   

9세대 (2016년~ )

2세대 인시그니아와 6세대 리갈에 쓰인 E2XX 전륜구동 플랫폼을 사용한다. 동급 최대 전장과 휠베이스를 갖춰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하고, 무게는 최대 130kg까지 감량한다. 듀얼 포트 그릴로 꾸며진 스포티한 전면부와 쿠페 스타일의 차체로 디자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6기통 엔진은 사라지고, 모두 다운사이징 엔진만을 장착하게 된다.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66마력, 최대토크 25.5kg.m의 성능을 발휘하고, 2리터 터보는 253마력에 36.0kg.m로 더 높은 힘을 발휘한다.




   

말리부에 처음 적용한 풀-하이브리드 시스템은 1.8리터 엔진과 2개의 모터가 조합된다. 전기 모드만으로 시속 89km까지 주행 가능하고, 80개의 셀로 구성된 1.5kWh 리튬이온배터리 팩이 장착돼 공인연비 복합 17.1km/l를 달성한다.




 

북미에서 먼저 출시한 부분변경 모델은 LED 헤드램프가 적용되고, 새로운 디자인의 듀얼 포트 그릴을 장착한다. 이 외에도 범퍼와 테일램프 그래픽 등도 변화한다. 1.5리터 모델은 기존 6단 자동변속기 대신 무단변속기가 장착된다. RS 트림은 블랙 라디에이터 그릴과 18인치 전용 휠, 듀얼 머플러를 장착해 보다 스포티한 외관을 만들어 준다. 말리부 부분변경 모델은 올해 하반기 국내 출시 예정이다.


kjh@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