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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모아 보는 자동차 테마

이 세상에 없던 플래그십 세단, 렉서스 LS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플래그십은 해상 전투를 지휘하는 대장선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특별한 깃발을 달아 표시하는 배를 가리킨다. 선단을 이끄는 우두머리로 휘하 함정들을 지휘하고, 전투 시 함대의 선두에서 가장 맹렬히 싸움을 벌인다. 적들의 최우선 목표가 되기도 하므로 그 어떤 배들보다 튼튼하고 강하게 만들어지면서, 전투에서 두각을 보이는 강력한 화력을 갖춘 함대의 수호자다.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사의 기술력이 동원된 최고의 모델을 플래그십이라고 표현한다. 브랜드를 이끌어 갈 얼굴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로서의 염원을 담은 단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플래그십은 단지 기술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브랜드의 가치를 결정짓는 이미지 리더이기 때문이다. 


대중 브랜드 토요타가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를 론칭하는 데 있어 플래그십 LS가 차지한 중요한 역할을 되짚어 본다.



토요타, 대중차 시장에서의 선풍적인 인기

1937년 설립된 ‘토요타 자동차 공업 주식회사’는 외국에서 수입한 차를 수없이 분해하고 조립하면서 자동차 개발에 사용되는 기술을 터득한다. 1957년 미국에 수출한 크라운은 판매량이 미진했지만, 1966년 발표한 코롤라를 기점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해 소형차 시장에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낸다.



큰 차체와 대배기량을 중심으로 한 미국 3사가 석유파동으로 인해 고전하는 틈새를 토요타는 치밀하게 공략한다. 작은 차체와 엔진은 효율성이 높았고, 저렴하면서도 좋은 품질을 내세워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한 것이다. 코롤라를 필두로 소형차 시장에 안착하며 시작된 인기는 중형 모델에 이르기까지 확대되는데, 1982년 등장한 캠리 1세대는 1983년부터 1985년까지 총 12만 8,000 대가 수출된다.


이미지 출처 : Medium.com


실용적인 차, 발목을 붙잡는 선입견

토요타의 외형은 급속히 커져가고 있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시장 상황의 변화에 온 신경이 집중되고 있었다. 최대 고객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인생에서 최고 소득을 올리는 연령대에 진입했으나, 정작 그들이 구입할 만한 자동차가 토요타에 존재하지 않았다. 소형차에서 시작한 자동차 구입 양상은 소득 증가에 따라 중, 대형차 그리고 고급차에 이르기까지 점차 발전해 나가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지에 토요타 자동차가 포함되지는 못한 것이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을 내세운 일본 차는 대중의 인기를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용적인 차라는 틀에 갇혀버리게 되어 당시 미국 고급차 시장을 점령한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성공가도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대식 자동차의 선구자로서 설립 당시부터 굳건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한 메르세데스-벤츠, 독일 선진 기술을 앞세워 강력한 힘과 주행성능으로 정평이 난 BMW, 영국 귀족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재규어는 고급차 시장에서 단단한 철옹성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일본 본사의 경영진들은 토요타의 대형 모델인 크라운을 투입하려고 논의했지만, 미국 시장의 경영진과 딜러들은 일본식 고급차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토요타라는 이름으로 접근하는 것은 힘들고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꺼내든 해결책은 완전히 새로운 차, 새로운 브랜드를 정립하는 것이었다.



F1, 이제까지 없던 플래그십을 만드는 프로젝트

1983년 토요타 본사는 고급 브랜드의 명차를 뛰어넘는 차량 개발을 결심한다. 5대 사장인 토요타 에이지는 카가이(Car guy)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자동차에 빠져 있는 사람이었다. 제작 현장에서부터 다져온 그의 경영 감각은 신모델 출시와 토요타 특유의 제작 방식에 깊숙이 녹아들어 토요타 자동차의 급격한 성장을 이끌어 왔다.


회사 내부의 크고 작은 반대를 다독인 끝에 토요타 에이지는 무한 투자, 무한 기간, 무한 목표를 조건으로 세계 최고에 도전할 완벽한 자동차를 만드는 ‘F1 프로젝트’를 승인한다. F1은 플래그십 넘버원(Flagship No.1)의 약자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개념의 플래그십을 뜻하는 표현으로 쓰였다.

   


1985년, 고급차의 수요를 이끌어 갈 미국 부유층을 관찰하기 위해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간다. 주요 고객 집단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 사용하고 선호하는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이해하기 위해 직접 경험해 보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 시간을 통해 일본 본사가 생각하고 있던 고급차 수요층과 실제 주요 구매 고객이 될 미국 상류층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음을 깨닫는다.



미국 상류층을 관찰한 끝에 수립한 플래그십 세단을 위한 목표는 럭셔리 차에 어울리는 품위와 감성, 최고의 품질, 높은 중고 가치의 유지, 우수한 성능, 최고 수준의 안전도로 압축되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를 모든 면에서 뛰어넘기 위해 최고속도, 연비, 공기저항 계수, 소음과 같은 성능 항목에서 최고를 기록하기 위한 엔지니어들의 끝없는 도전이 시작된다.

   


승차감과 성능 못지않게 차량의 신뢰성과 유지 보수에 관심을 보이는 부유층들은 구매한 차에 대한 자부심도 느끼기를 바랐다. 오래 보유하고 있어도 그 가치가 훼손되지 않아야 진정한 명품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팀은 경쟁 목표로 삼고 있는 차들을 구입하여 사막과 같은 극한의 조건에 오랜 시간 방치하면서 차체 손상에 미치는 영향과 정도를 평가해, 차체 페인트와 글라스 코팅의 내구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실험도 진행한다.



4,196명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참여하여 6년의 개발 기간 동안, 450여 대의 프로토 타입과 900여 대의 엔진을 만들어 270만 km 주행시험을 거친다. 이 치열한 개발 과정은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과 완벽주의로 빛을 발해 오늘날 고급 자동차 제작 회사들에 교과서 역할을 하게 된다.



렉서스, 완벽을 향한 끊임없는 추구

토요타는 뉴욕의 이미지 컨설팅 회사에 새로운 브랜드의 작명을 의뢰한다. 219개에 달하는 후보명 가운데 오른 것은 알렉시스. 이 단어를 조금 더 고급스럽고 첨단 기술의 느낌을 주는 이름인 렉서스(Lexus)로 수정한다. 일각에서는 고급스러움(luxury)과 기준(lex)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라고 하거나 ‘미국 시장에 수출하자 (Let’s EXport US)’라는 의미를 함축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브랜드명과 함께 등장한 슬로건은 다른 경쟁자들과 뚜렷한 구분점을 주는 짤막한 문장으로 만들어진다.


‘Relentless pursuit of Perfection – 완벽을 향한 끊임없는 추구’


LS, 렉서스의 플래그십

렉서스 브랜드로 출시된 첫 번째 플래그십은 LS(Luxury Sedan)라는 모델명을 갖는다. 1989년 1세대 이후 2017년 5세대 모델까지 출시했다.

   


1세대 (LS 400, 1989년)

토요타 크라운의 차체를 활용하여 만든 후륜구동 쇼퍼 드리븐 차다. 기존 고급차 대비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편의성, 정숙성, 높은 품질을 내세워 시장 첫 진입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얻는다. 독일과 미국 브랜드가 점령한 고급차 시장에 일본 차가 진입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시각이 단숨에 바뀌게 된 모델이다.


   

50회 이상의 풍동 시험을 거쳐 범퍼 형상, 라이트, 도어 핸들, 미러, 트림 등 외관 모든 부분에 심혈을 기울여 0.29의 뛰어난 공기 저항 계수를 달성한다. 고품질 가죽과 우드를 사용해 착좌감과 고급감을 모두 향상시켰고, 5,467 군데의 스폿 용접을 통해 강력한 섀시 강성과 최고출력 294마력의 4리터 V8 엔진으로 뛰어난 성능도 가졌다.


출시와 함께 공개된 가격은 미화 3만 5천 달러로 메르세데스-벤츠 420 SEL의 6만 1천 달러, BMW 735i의 5만 4천 달러보다 저렴한 데다 4년 또는 5만 마일의 보증기간을 제공했다.



1989년 8월 딜러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에서 다이노 테스터 위에 놓인 LS 400의 보닛에 물이 담긴 와인잔을 놓고 150km/h까지 가속하는 시험을 하는데, 잔에 담긴 물이 미동도 하지 않아 딜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 장면은 TV CF로도 제작되어 LS가 지금까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숙성을 널리 알리게 된다.

   


2세대 (LS 400, 1995년)

1세대 디자인을 계승하면서도 새 플랫폼을 적용해 부품의 90% 이상을 교체한다. 램프와 그릴을 다듬어 역동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살렸다. 오버행은 줄이고 휠베이스는 35mm 늘려 운동 성능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V8 4리터 엔진은 0-100km/h 도달시간이 6.4초에 달하고 아이들링 상태에서 38dB의 정숙성을 자랑한다.

 

  

1997년 페이스 리프트 모델은 헤드램프를 클리어 렌즈 타입으로 변경하고 라디에이터 그릴과 앞 범퍼를 바꿨다.



   

3세대 (LS 430, 2000년)

곡면을 강조해 탄탄해진 실루엣과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로 한층 우아한 인상을 완성한다. 공기저항 계수 0.25 Cd를 실현했으며 2001년 한국에서도 정식으로 판매를 시작한 모델이다. 이전까지 써온 4리터 V8 엔진을 최고출력 293마력의 4.3리터 V8 엔진으로 변경한다.



2003년 라디에이터 그릴을 비롯해 주요 외관을 새로 디자인한 페이스 리프트 모델을 선보인다.

   


4세대 (LS 460, 2006년)

4세대 LS는 렉서스 디자인 철학인 ‘L-finess’를 첫 적용한 모델이다. 보다 길고 넓어진 차체와 두드러진 휠 아치, 깊이 파인 에어댐 등으로 역동적인 인상을 완성했다. 최고출력 380마력의 V8 4.6리터 엔진이 장착됐다.

   


롱 휠베이스 모델 LS 460L을 출시했고, 세계 최초로 8단 자동변속기를 도입한다. 2007년 세계 최초로 플래그십에 풀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하여 출시한 LS 600hL은 시스템 총 출력 445마력을 자랑한다. 2008년은 4륜 구동 시스템도 추가되었다.

   



2012년 선보인 4.5세대는 4세대의 기본 설계를 바탕으로 주요 부품의 절반을 교체하거나 개선하는 변화가 있었다. 스핀들 그릴과 화살촉 모양 헤드램프, L자형 테일램프를 적용하여 렉서스 패밀리룩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5세대 (LS 500, 2017년)

11년 만의 완전변경 모델로 토요타의 새로운 글로벌 아키텍처인 GA-L 후륜구동 플랫폼을 이용한다. 최고출력 422마력, 최대토크 61.2kg.m의 3.5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한 가솔린 모델과 시스템 총 출력 359마력의 하이브리드 모델로 나뉘며 10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4도어 쿠페 타입 외관 디자인과 멀티 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주된 변화이며 더 높아진 연비와 주행성능, 최신 안전장비인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가 도입된다.



실내 인테리어에서 장인 기술을 적극 강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디스플레이 영역의 키리코 패턴 장식과 오리가미 종이접기 기술에서 영감을 얻은 도어 패턴, 시마모쿠 우드 트림이 사용됐다.



타쿠미, LS에 적용된 장인정신

렉서스는 일명 타쿠미라 일컫는 특정 분야 최고의 장인이 선보이는 기술과 정신을 차량 제작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스핀들 그릴

2012년 도입 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LS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3차원 이미지가 평면에 구현된 독특한 느낌을 선사한다. 그릴 내부의 격자 모양을 측정하는 데만 6개월의 시간이 걸렸고 5,032개의 단면을 통해 빛이 반사되게 하는 정밀 설계가 바탕이 된다.





시마모쿠 우드트림

스티어링 휠과 도어, 변속기에 적용되는 우드 트림은 최상의 패턴이 나타날 때까지 얇은 판을 겹쳐 자르는 과정이 반복되어야 사용될 수 있다. 몇십 겹의 얇은 나무 합판을 겹쳐 제작되는 이 과정은 하나의 완성까지 38일간 67단계를 거쳐야 한다.



 

키리코 패턴 글라스

키리코 패턴은 일본 전통 유리 공예기술로 투명한 유리 위에 색유리를 덮은 다음 커팅 해 아름다운 그러데이션을 얻는 기법을 가리키는 말이다. 장인의 손끝에서 이뤄지는 이 작업은 복잡한 무늬를 유리 위에 일일이 새겨 넣고 표면을 연마하여 유리 표면이 빛 반사로 아름답게 물들게 만든다. 센터패시아 우측의 디스플레이 패턴에 사용된 것에 더해, LS 500h의 도어 트림 장식에 선택사양으로 적용된다.



  

오리가미 주름 장식

정밀한 종이접기 기술은 4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LS 인테리어에 반영된다. 수작업을 통해 한 장의 천이 주름 잡혀 빚어낸 빛과 그림자의 조화는 도어 트림을 예술품의 수준으로 승화시킨다고 평가받는다.





오모테나시

손님을 접대한다는 뜻의 일본어로 LS의 종합적인 실내 분위기를 일컫는 표현이다. 도어를 열면 맞이하는 은은한 조명은 문을 여는 속도에 따라 밝기가 조절된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조화와 인체 공학을 염두에 둔 실내 설계로 인해 운전자가 환대 받는다는 느낌을 자동차에 담아냈다.



첫 리콜, 위기가 기회로 바뀌다

1세대 LS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플라스틱 재질의 브레이크 램프 테두리가 장시간 햇빛에 노출되면서 녹아내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배터리와 교류 발전기의 연결 부분이 느슨해 방전되는가 하면, 부품 공급업체가 만든 액추에이터의 결함으로 정속 주행장치가 잠기는 결함도 발생했다.


비교적 사소한 문제였지만, 그 문제를 겪을 렉서스의 고객들은 사소한 부류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출시 후 얼마 되지 않아 생긴 결함으로 인해 렉서스는 판매된 LS 400 8천대에 대한 리콜을 결정한다.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까지 남은 3주 동안 완수하도록 시한을 두었다.

  

   

렉서스는 기술 교육 비디오를 만들어 미국 전역의 딜러에 배포하고, 일본의 엔지니어들도 미국으로 불러들인다. 전국의 딜러숍을 기준으로 먼 곳에 떨어진 곳에 사는 고객 위치는 별도 표기하여 시간 내에 방문을 완수하기 위해 일일이 약속을 잡는다.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방문하여 수리하고, 수리를 마친 뒤 세차를 하고, 마지막으로 연료를 가득 채우는 과정이 리콜에 포함된 프로세스였다.


이미지 출처 : elle.com


큰 실패를 가져올지도 몰랐던 사고는 렉서스의 현명한 대처로 인해 충성 고객들을 더 양산했으며 리콜 이전보다 판매 실적이 더 올라간다. 크리스마스를 바로 앞두고 벌어진 이러한 서비스는 기존 구매자들을 충성 고객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고, 각종 파티와 행사로 분주한 연말 분위기에 렉서스라는 브랜드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역할을 했다. 오늘날까지 명성이 자자한 렉서스의 서비스는 이미 이때부터 빛을 발했다.



한계, 그로 인한 변화

완벽을 향한 렉서스의 집착과 그로 인한 산물인 LS는 분명 고급차 시장에서 뚜렷한 획을 그려왔다. 데뷔 후 오랜 세월이 지나 S 클래스와 7시리즈의 대안이 될 수는 있었지만 그 둘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그동안 추구했던 이상향과 다른 무엇이 보이지 않는 벽이 되어 가로막고 있었다.

   


조금 더 저렴한 S 클래스, 조용하고 정숙한 고급차, 잔고장이 없고 서비스가 잘 되는 차라는 인식만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깊숙하게 뿌리박혀 있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플래그십 세단을 만들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쟁사들의 기함도 진화해 왔으며 그들의 장점이 더욱 부각되는 효과도 나타났다. 최고의 럭셔리 세단을 원한다면 S 클래스를, 역동적인 플래그십 세단을 필요로 한다면 7시리즈를 선택한다는 선호도는 LS 1세대가 처음 등장했던 시기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상태였다.



렉서스는 LS에 스포티한 성격을 추가로 부여한다. 나이 많고 돈 많은 사람들이 타는 차, 안정적인 차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탄탄한 주행성능을 가진 강력한 기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변화는 4세대 마이너 체인지 모델에서 시작된다. 스핀들 그릴을 통해 강인한 전면부 이미지를 심고, 약 3천여 개의 부품을 새로 바꾸며 주행 성능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감성적인 느낌을 부여했다. 레이저 용접과 구조용 접착제 사용을 대거 늘려 차체 강성을 높여 극한의 주행을 견디도록 재구성한다.



5세대에 이르러서는 파워트레인의 대대적인 변화를 도입한다. 모델 최초로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장착하여 시대의 흐름을 밀접히 따라잡았다. 그에 더해 수제 작업 이미지를 더욱 강조해 차별화를 이끌어낸다. 실내, 외 곳곳에 구현된 장인의 손길은 LS가 가진 뛰어난 가치를 탑승자가 몸소 느끼게 만든다.



토요타 아키오, 플래그십을 이끄는 선장

11대 사장 토요타 아키오는 전문 경영인 체제로 이어져 온 토요타에 2008년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한 토요타 가문의 일원이다. 2009년 발생한 렉서스의 급발진 사고와 토요타 리콜 사태를 성공적으로 대처하면서 위기에 처한 그룹을 다시 세계 1위로 복귀시킴으로 놀라운 능력을 보였다.

   


2013년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 레이스를 비롯한 여러 카레이싱 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모터스포츠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고성능이라는 가치를 렉서스에 불어넣은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렉서스 디자인 변화의 축이라 할 수 있는 스핀들 그릴의 도입과 F SPORT 라인업의 신설은 렉서스의 새로운 도약을 짐작하게 만든다. 탁월한 지휘 능력을 가진 수장과 그를 지지하는 엔지니어들, 타쿠미 정신으로 하나가 된 응집성. 렉서스 플래그십 LS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새로운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을 LS, 럭셔리 세단이라는 명칭의 앞 글자만 따서 만든 것은 렉서스가 프리미엄 시장에 임하는 자세를 짐작하게 한다. 후발 주자임에도 뚜렷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장차 시장 선도자의 역할을 하는 기준점이 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플래그십을 만들겠다는 렉서스의 의지는 세대가 거듭될수록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kjh@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