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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란도와 카렌스 모두 단종, 국산 MPV 이대로 끝인가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패밀리카의 인기모델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쉐보레 올란도와 기아 카렌스가 나란히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지난 4월 한국지엠은 쉐보레 올란도의 단종 소식을 루머로 일축했으나, 군산공장의 폐쇄에 맞춰 자연스럽게 단종되었다. 결과적으로 루머가 아니었던 셈이됐다. 쉐보레 올란도에 밀려 판매량이 저조했던 기아 카렌스 역시 아직은 재고물량을 판매 중이다. 하지만 더 이상 생산을 하지 않겠다는 내부 결정에 따라 사실상 단종 수순을 밟게 되었다.



쉐보레 올란도나 기아 카렌스는 한 때, 잘나가던 효자 상품이었다. 1999년 6월에 처음 출시된 카렌스는 카니발 보다 작지만, 7인승 승합차로 인정받았고, LPG 연료를 사용해 경제성이 뛰어난 차량으로 평가됐다. 세피아 플랫폼을 활용한 덕분에 차량가격도 1,300만 원대에 시작해 옵션을 추가해도 1,500만 원 내외에 구입이 가능했으니 차량 가격도 경쟁력이 높았다. 


그러나 카렌스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경쟁력을 잃어갔다. MPV 본연의 실용성은 점점 떨어지고 승용에 가까운 차량으로 탈바꿈 하면서다. 단종을 앞두고 있는 3세대 모델 역시도 수납공간이 특별히 많거나 실용적이지 못하며, 3열은 여전히 실용적이지 못했다. 3열 탑승은 고사하고, SUV처럼 많은 짐을 싣기도 어렵다는 문제도 있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가격이었다. LPG모델의 경우 2천만 원 정도에서 시작하고, 디젤은 2,30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기존에는 조금 더 비쌌는데, 판매량이 저조해서 정리된 트림 가격이 이 정도다. 옵션을 추가해보면 디젤을 기준으로 가격이 2,900만 원을 넘고, 세금까지 더하면 준중형 SUV를 넘어 중형 SUV까지 사정권에 들어온다. 당연히 소비자들이 카렌스를 거들떠보기도 어려울 정도의 비싼 가격이다. 



2011년에 출시된 쉐보레 올란도는 기아 카렌스가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을 때 출시되어 큰 인기를 누렸다. 카렌스보다 실용적이고, 가격 경쟁력도 뛰어났다. 카렌스처럼 LPG모델과 디젤 모델로 파워트레인 다양화를 하고, 기본적인 주행성능까지 좋으니 당연히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없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쉐보레 올란도는 한국지엠의 효자모델이 됐다. 


그러나 그런 인기는 오래갈 수 없었다. 올란도가 2011년 출시된 모델인데, 최근까지도 풀체인지 계획을 제대로 내놓지 않을 정도로 신차개발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신차개발에만 소홀한 것이 아니라 상품성 개선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구형 크루즈의 플랫폼을 그대로 사용하고, 실내도 구형 크루즈와 공유하는 부분이 많았다. 옵션까지 뒤떨어지고, 궁색한 연식변경 모델만 투입하니 구형이라는 인식이 강해진 것이다. 



게다가 한국지엠은 올란도의 판매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자, 가격을 올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는 참혹했다. 출시 초 1,900만 원내외에 판매되던 가격이 지금은 2,300만 원대로 뛰었다. LPG는 그나마 시작가격이 2,100만 원대에 책정됐지만, 주력 모델은 LPG와 디젤 구분 없이 2천만 원 중후반대에 쏠려 있었다. 심지어 디젤의 경우에는 풀 옵션일 경우 3,100만 원을 넘었다. 



자체적인 상품성이나 가격으로 경쟁력을 잃어 가는 사이, 국내를 비롯한 세계 자동차 시장은 SUV 위주로 시장이 바뀌었다. 스포츠카, 수퍼카, 럭셔리카를 만들던 제조사들 마저도 SUV를 만들고, 기존의 제조사들은 쿠페형 SUV나 소형 SUV를 만들 정도로 SUV들이 다양화 됐다. 소비자들에게 SUV는 운전하기 편리하고, 실용적이면서 디자인적으로도 과거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기 때문에 구매가치가 높아졌다. 그러면서 제조사들에게는 마진율이 좋아 매력적인 시장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국산 MPV는 떨어지는 상품성 대비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기 시작했고, SUV의 인기에 밀려 시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됐다. 당분간 MPV가 부활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리고 MPV가 사라진 자리에는 앞으로 꽤 오랫동안 다양한 체급의 SUV들이 빈 자리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bbongs142@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