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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최초로 생산한 모델은 포니가 아니다?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포니는 대한민국 최초의 고유모델 승용차다. 다시 말해 국내 최초의 고유모델은 맞지만, 현대차가 최초로 생산한 모델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포니는 무엇이고, 또 현대자동차가 최초로 생산한 모델은 무엇일까?



포니가 최초 아니야?

포니는 1974년 10월에 공개된 국내 최초의 콘셉트카였으며, 1975년 12월 출시된 국내 최초의 고유모델 승용차였다. 기존에는 해외에서 판매되던 차량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방식이었는데, 포니는 당시에는 처음으로 국내 기술로 제작된 차량이었다. 파생모델로는 1976년에 출시된 포니 픽업, 1977년에 출시된 포니 왜건 등이 있다.



현대차와 포드의 만남

그렇게 현대차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고유모델 승용차는 포니가 되었지만, 현대차가 최초로 생산한 모델은 코티나였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들어 봤을 법한 이름이지만, 코티나는 국내 고유모델이 아닌 만큼 포니만큼 알려지지는 않았다. 코티나는 원래 포드가 영국에서 판매하던 승용차였는데, 현대차가 유럽 포드와 기술 및 조립, 판매 등의 계약을 체결해 국내에서 1968년부터 생산하게 된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처음 출시했기 때문에 초기형 모델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시기상 유럽에서는 2세대 모델(MK2)에 해당했다.



굳이 유럽 포드와 계약한 배경은?

포드의 미국 본사가 아닌 유럽 법인과 계약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먼저 성능이다. 당시 신진자동차의 코로나가 현대자동차의 경쟁상대였는데, 코티나는 1.6리터 가솔린엔진으로 최고출력 75마력, 최대토크 12.6kg.m을 발휘했다. 4단변속기에 후륜구동 조합으로 최고속도는 160km/h에 달했고, 연료탱크고 45.5리터나 됐다. 경쟁 모델과 비교해서 성능도 뛰어나고 부가적으로 시트도 넓다는 이유 등으로 코로나가 국내 생산 모델로 선정됐다.


그래도 굳이 유럽 포드와 계약한 이유는 미국에서 생산하던 당시 포드 모델들은 주로 스포츠카나 대형 고급차였기 때문이다. 이런 차량들은 국내 실정에 맞지 않았고, 유럽에서 생산하던 모델들이 내구성이나 실용성 면에 있어서 국내에 비교적 적합했다.



코티나의 성공, 그리고...

1968년 코티나의 가격은 110만 원이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를 참고해보니 물가 상승지수가 27배에 달했다. 그러니 110만 원도 당시에는 굉장히 비쌌던 셈이다. 하지만 그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첫해 566대, 1969년에 5,547대를 판매하는 베스트셀링카로 떠올랐다. 성능과 6명이 탑승해도 여유로운 공간감이 당연히 인기 요인으로 꼽히며, 단숨에 신진 코로나와 경쟁 체제를 구축했다.


그렇지만 코티나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잔고장이 많았기 때문이다. 코티나는 아스팔트 노면을 기준으로 설계된 차량인데, 1960년대 국내 도로 여건은 비포장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내구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또 정비사들의 정비능력도 매우 떨어졌고, 홍수까지 발생해서 현대차가 보유하고 있던 부품이 침수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았었다. 여기에 정부 자동차를 포함한 각종 수요 억제 정책을 펼쳐 초기형 코티나(MK2)는 총 8,320대를 판매하고, 단종됐다.


그러나 코티나는 그대로 끝이 아니었다. 포니가 출시된 이후에도 세대 변경을 4회나 거듭하면서 1980년대까지 판매를 지속해 현대차 역사의 중요한 모델로 떠오르게 된다.

 

bbongs142@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