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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비인기 차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현대자동차가 6월 1일부터 신차를 공개했다. 그 주인공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i40의 2018년형 모델이다. i40는 그동안 월 20대도 판매하기 어려운 모델이었기 때문에 사실 포기할 줄 알았다. 그런데 현대차가 최근에는 안 팔리는 모델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i30, 벨로스터, 엑센트, 아반떼 스포츠, 쏘나타 가솔린 터보,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이 전부 그런 비인기 차종에 속한다.



현대차는 7~8년전까지만 하더라도 매우 대중적이며, 잘 팔리는 차량들만 만들었다.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마니아틱한 차량들은 아예 팔지 않았다. 그러다가 벨로스터와 i30, 제네시스 쿠페, i40 등을 출시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인기는 반짝이었고, 저조한 판매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비인기 차종으로 분류될 정도로 판매량이 적은 모델들은 4월 기준으로 i40는 28대, 쏘나타 PHEV 1대, 2.0 터보 23대, 1.6 터보 68대, i30 265대, 아이오닉 367대, 벨로스터 435대, 엑센트 564대, 아반떼 스포츠 127대 등이다. 현대차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싼타페의 월 판매량이 1만 대 내외를 기록하고 있고, 나머지 차종도 월 3~4천여 대씩 팔려 나가니 비인기 차종들의 판매량은 그야말로 처참하다.



수입차 브랜드뿐만 아니라, 가까운 한국지엠이나 르노삼성만 하더라도 판매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모델은 신차 투입을 망설이다 소비자들에게 따가운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현대차는 굳이 막대한 개발비와 생산시설에 투자하면서 비인기 차종을 꾸준히 판매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일단 1일 출시된 i40는 국산차 브랜드에서 판매 중인 유일한 왜건이다. 해외에서 르노삼성 SM6도 왜건형 모델을 판매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시장성 부족을 이유로 검토조차 되고 있지 않다. BMW나 메르세데스-벤츠도 판매량을 뒤로하고, 왜건 라인업까지 확충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구매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정착 국산차 브랜드 중에서는 이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현대차 밖에 없다.



즉, 현대차마저 i40를 시장에서 단종 시키면 소비자들은 국산 왜건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게 된다. 또 i40의 실 소유주들에게 i40라는 차량은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고, 단순히 국내 소비자들이 왜건을 선호하지 않아서 판매량이 낮은 것이지 상품성 자체가 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단종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을 위해서는 벨로스터와 아반떼 스포츠가 있다. 이 두 차량은 제법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해서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다. 실용적이기도 하면서 운전의 재미까지 갖춘 보기 드문 국산차다. 특히 벨로스터는 고성능 N 버전까지 출시할 예정이어서 마니아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이런 차량들은 판매량으로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크게 보면 브랜드 이미지를 재고할 수 있고, 마니아층도 양산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투싼 1.6 가솔린 터보, 쏘나타 2.0 가솔린 터보, 1.6 터보, PHEV 등도 역시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모델들이다. 예를 들어 쏘나타 1.6 터보는 르노삼성 SM6와 2.0 가솔린 터보는 쉐보레 말리부에 대응할 수 있다. PHEV는 순수 전기차가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좋은 대안이기도 하다. 동시에 소비자들에게는 선택권이 늘어나서 필요에 따른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현대차의 판매량이 가장 많은 만큼 차량 자체에 대한 결함이나 이슈도 가장 많아서 조용한 날이 없는 현대차다. 그러나 경쟁사가 시장성을 이유로 늘 신차 출시를 고민하고 있을 때, 현대차는 판매량보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선택권을 위해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수익은 고사하고, 개발비도 빼기 어려우며, 생산라인 유지 자체가 적자일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픽업트럭, 고성능 N, 친환경,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다양한 모델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