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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 사각지대 후방 추돌, 대책 마련 시급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 신양재IC 인근에서 시외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인해 K5에 탑승하고 있던 50대 부부가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 직후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에서 버스와 추돌하면서 밀린 K5는 종잇장처럼 찌그러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버스가 빠른 속도로 K5에 올라타면서 밀고 갔기 때문에 충격이 엄청났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차량이 훼손된 정도는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안전성 테스트 전문기관, 후방 추돌 테스트는 없어


기아 K5의 후방 추돌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세계적인 자동차 안전성 테스트 전문기관인 유로 NCAP, 미국 IIHS 등 어디를 찾아봐도 후방 추돌 테스트와 관련된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유로 NCAP도 후방 추돌로 인해 탑승자의 목 부상이 어느 정도인지 표기하기만 했을 뿐, 별다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렇게 대부분 안전성 테스트 전문기관들은 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하는 KNCAP과 같이 부분 정면, 정면, 측면 등 추돌이 아닌 충돌 상황에서만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과거 현대차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쏘나타 하이브리드(LF)를 출시하면서 후방 추돌 테스트 현장을 공개하고 현대 모터스튜디오에 이 차량을 전시한 적이 있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배터리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자리였다. 후방 추돌 테스트는 시속 48km의 상황에서 이뤄졌는데, 이때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트렁크가 약간 밀리긴 했지만, 배터리 상태도 거의 원상태를 유지했고, 차량 상태도 양호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구체적인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고, 하이브리드가 아닌 다른 차량들의 경우도 후방 추돌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는지는 따로 알려진 바가 없다.


후방 추돌 시 에어백은 전개되지 않는다?


에어백은 충돌과 관련된 모든 상황에서 전개된다. 하지만 추돌 상황에서는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는 차량들이 대부분이다. 일부 수입차량들은 후방 추돌 시에도 에어백이 작동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이지는 않다.



후방에서 추돌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탑승객의 고개가 앞으로 움직였다가 반력으로 인해 다시 헤드레스트로 이동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 차들은 액티브 헤드레스트와 같은 장치를 탑재해 탑승객의 목을 보호하기도 한다. 또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는 이유는 어차피 전개되더라도 머리가 앞으로 받히는 것이 아니라 헤드레스트로 이동하기 때문에 에어백 전개보다는 액티브 헤드레스트가 탑승객의 안전에 더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차량들은 후방 추돌 시 에어백 전개가 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


후방 추돌로 인한 안타까운 사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작년 7월에도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에서 버스가 K5를 들이받아 4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후방 추돌 안전성과 관련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4시간 운전 후 30분 휴식 의무화라는 실효성 없는 정책만 내놓은 게 전부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4년간 총 1만 건을 넘고, 사망자도 457명에 달한다. 그만큼 졸음운전을 하는 차량과 후방 추돌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으로 정책과 함께 제조사의 안전성 강화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