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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것도 없는 연식변경, 대체 왜 출시할까?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따금씩 완전변경 혹은 부분변경 모델도 아니고, 연식변경이라는 모델을 선보인다. 가장 최근에는 현대 i40, 기아 K9가 그랬다. 누가 보더라도 기존 모델들과 차이가 없는 디자인이고, 일부 옵션만 변경됐을 뿐이다. i40는 이미 신모델이 나왔어야 했을 시기지만 겨우 연식변경으로 버티고 있고, K9 역시도 후속 모델이 준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뜬금포를 날렸다.



이렇게 제조사들이 뜬금없이 연식변경을 내놓는 이유는 가장 먼저 개발비 때문이다. 자동차를 개발할 때는 수천억의 투자가 기본이다. 파워트레인을 따로 개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한 대의 차량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에서부터 설계, 연구인력 확충, 생산라인 확보 등 다양한 문제들이 중첩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최근 들어 첨단사양 탑재까지 늘어나면서 관련된 연구나 테스트까지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점점 더 개발비가 증가하고 있다.


즉, 일반적으로 1대의 차량은 수천만 원이면 구입할 수 있지만, 1대의 차량을 개발하려면 수천억 원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제조사들도 개발비가 아까워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곤 한다.



연식변경은 완전변경 혹은 부분변경처럼 개발비가 크게 들지 않는다. 연식변경은 단순히 몇몇 옵션만 조정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예를 들어 이번 i40와 K9만 보더라도 상위 트림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 옵션을 하위 트림으로 확대적용하고, 또 하위트림에서도 상위트림의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게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비는 크게 들지 않고, 신차라며 한 번 더 광고할 수 있기 때문에 제조사들이 자주 활용하는 방식이다.



또 연식변경에는 개발비가 많이 들지 않는 만큼 제조사들이 옵션을 추가하고도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차종이라면 가격 할인이 과감하게 진행되기도 하는데, i40만 하더라도 옵션을 강화하고도 가격은 최대 100만 원까지 인하하는 공격적은 모습을 보였다. 공격적인 할인으로 판매량을 다시 끌어올려 보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그러나 연식변경으로 인한 악용 아닌 악용 사례도 존재한다. 이번에 기아 K9은 후속모델이 도로에서 스파이샷이 포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이후 뜸했던 연식변경을 굳이 2018년형이라며 선보였다. 그런데 가격은 어떤 트림도 동결될 것 없이 모두 60만 원 내외의 인상이 이뤄졌다. 이유는 후속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인상을 하긴 해야 하는데, 인상폭이 높으면 가격에 대한 반발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인상폭이 적어 보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런 사례는 과거 다른 차량들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지금은 준중형 SUV와 비슷한 가격에 팔리고 있는 카렌스가 그랬다. 원래는 카렌스의 가격이 2010년식 모델을 기준으로 1,562만 원대에서 2,208만 원이었는데, 2011년에는 1,592만 원에서 2,402만 원으로 주력 및 상위트림 가격이 무려 200만 원 정도가 인상됐다. 그리고 현재 팔리고 있는 모델이 출시되면서 2,085만 원에서 2,765만 원으로 다시 크게 인상됐는데, 적지 않은 인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종 직전에 가격을 올려놔 신형 출시를 하면서 비난을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었다.


연식변경은 같은 차량이더라도 중고차로 구입하는 것이 더 이득일 수도 있고, 연식변경으로 인해 가격이 인하되고, 옵션이 다양해지면서 신차 구입이 더 이득일 수도 있다. 때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연식변경 전과 후를 꼼꼼히 따져보며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