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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부사장도 포기한 부산공장, 어떻게 되나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의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10개월 가까이 진전 없이 계속된 교섭으로 생산과 수출 차질까지 생겼고, 계속된 제자리걸음에 책임을 느낀 르노삼성 부사장이 사퇴하기까지 이르렀다.

 

 

지난해 6월 시작된 임단협은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측과 인상에 어려움을 표한 사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예상보다 길어진 협상은 르노 본사의 미래 수출 물량 배정을 위한 타결 기한까지 이르게 됐다. 결국 사측은 총 1,720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수정 제시안을 노조측에 제안했다. 여기에는 인력 충원과 배치전환 프로세스 개선안, 중식 시간 연장과 같은 근무 강도 개선안과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설비 투자 제시안도 포함됐다.

 

사측의 양보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았던 임단협은 노조 집행부의 인사 경영권 요구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작업 전환 배치 시 노조의 합의권을 요구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해당 부서장 징계, 해당 작업자에 통상임금 500% 보상 및 위로휴가를 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노조측의 새로운 요구에 사측은 인사와 경영권에 관한 합의 요구는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혀 서로 대치 중인 상태다.

 

 

계속된 임단협 결렬에 따라 노조는 52차례 부분 파업을 진행해 르노삼성은 1,85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본 상태다. 협력업체들 역시 예상치 못한 휴업과 단축근무로 인해 1,100억 원 이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지역사회의 파급력 또한 커서 부산상공회의소는 지난 3 11일 성명서 발표를 통해 르노삼성차의 기업 경쟁력 약화와 수백 개 협력업체들의 도산 위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사측이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 보상금을 증액하고, 인력 충원과 중식 시간 연장과 같은 근무강도 개선안, 배치전환 절차 개선안도 추가로 제시해 양보했음에도 노조는 인사 경영권을 추가로 요구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밑도 끝도 없는 주장으로 인해 노사 간의 임금 및 단체협상은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하는 자리가 된 지 오래다.

 

결국, 지난 10일 열린 25차 임단협에서 사측 대표인 이기인 르노삼성 부사장이 사의를 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지부진한 협상이 계속되면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존폐 자체를 장담할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를 던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5차 임단협은 진전 없이 마치게 됐고, 노조는 10일과 12일 다시 부분파업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장기화된 임단협으로 인해 부산 공장에서 위탁 생산 중인 로그의 수출 물량 배정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내년 출시해 국내는 물론 해외 수출까지 염두에 둔 신차 XM3 역시 앞날을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내수 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이 수출 물량 배정에 실패하게 되면 현재 2교대 근무가 1교대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근무 형태 전환에 따라 남는 인원을 재배치하거나 희망퇴직 등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게 되면, 노조의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게 될 위험성이 높다. 파국으로 치닫는 르노삼성 임단협이 국내 제조사와 협력업체, 지역사회, 그리고 노동자의 일자리에 이르기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kjh@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