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국내에 북유럽 감성 열풍을 일으킨 볼보는 주요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를 거론할 때 빠뜨릴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이룩해왔다.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주행 성능, 다양한 편의 장비 등 어느 하나 흠잡을 것 없이 사랑받는 브랜드로 거듭난 상태다. 볼보의 승용 라인업 가운데 최상위 모델인 S90 T5 인스크립션을 시승했다.
볼보 고유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디자인은 SUV에도 잘 어울리지만, 세단 모델에 적용될 때 제 옷을 입은 듯 딱 맞는 느낌이다.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된 지 수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고급스럽고 세련되다. ‘T’자형 주간주행등이 삽입된 풀 LED 헤드램프는 야간 주행에도 시인성을 극대화하는 액티브 밴딩 기능이 삽입된다. 좌우 폭이 넓어 보이게 디자인한 범퍼는 안개등이 장착되고, 스티어링 휠 방향에 따라 점등되는 코너링 램프 기능도 갖춘다.
S90는 전륜구동 모델임에도 후륜구동 모델로 착각할 만큼 전륜 오버행이 극단적으로 짧다. 2,941mm에 달하는 넉넉한 휠베이스도 강조되고 역동적인 차체 이미지를 완성한다. 윈도우 라인과 도어 하단은 크롬을 적용해 프리미엄 세단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한다. 인스크립션 모델은 도어 하단 크롬라인에 별도로 각인이 새겨져 최상위 모델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루프라인은 2열 이후로 급격히 내려가는 형태라 스포츠 쿠페처럼 속도감 있는 느낌을 전달한다. 19인치 휠은 콘티넨탈 콘티 스포츠 콘택트 5 타이어가 장착된다.
‘ㄷ’자 형태로 구성된 테일램프는 볼보 세단 모델에 공통 적용되는 디자인이다. 차폭이 넓어 보이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효과를 준다. 트렁크 도어에는 직선을 삽입하고 상단에 볼보 레터링을 삽입해 단단한 차체 이미지를 완성한다. 범퍼 하단의 듀얼 머플러는 크롬 라인을 사이에 넣어 프리미엄 세단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볼보의 최신 모델들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실내 디자인으로 호평받는다. 수평 형태로 만든 실내는 센터패시아에 대형 터치스크린을 적용하고 버튼을 최소화해 깔끔하다. 웬만한 기능은 이 9인치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할 수 있다. 직관적으로 사용하기엔 불편할 것으로 생각됐지만, 공조장치와 시트 열선 및 통풍과 같이 자주 쓰는 기능은 디스플레이 하단에 상시 표시돼 조작이 편리하고 터치 인식률도 높다. 비상등과 뒷유리 열선, 오디오 조작 버튼은 별도로 물리 버튼을 사용했다.
대시보드와 도어, 센터 콘솔 등에 적용된 리얼 우드는 나무 본연의 질감을 살려 프리미엄 세단의 품격을 강조한다. 손길 닿는 곳 대부분에 리얼 우드, 메탈, 가죽을 적용해 처음 탑승하는 사람들은 호화스러운 구성에 놀라게 된다. 센터 콘솔과 도어 트림, 시트에 사용한 가죽은 색감도 고급스럽지만 감촉이 뛰어나며 촘촘히 스티치를 더해 마감 품질이 뛰어나다. 시트 옆면의 버튼을 조작하면 디스플레이에 작동 메뉴가 곧바로 표시돼 세밀한 부분까지 맞출 수 있고, 안마 기능도 적용된다.
블랙 하이그로시 재질로 만든 시동 버튼과 오디오 버튼은 테두리를 금속으로 감싸 고급스럽고 유격이 없다. 실내 곳곳의 버튼과 조작부들은 이음새가 딱 맞아떨어져 마감 품질이 우수하다. 다이얼 방식으로 된 시동 버튼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가솔린 엔진이 부드러운 음색으로 기지개를 켠다. 이중 접합 유리가 적용된 덕분에 엔진음의 유입이 차단되고 실내는 줄곧 조용해서 바깥세상과 분리된 나만의 공간을 만든다.
시승차량인 볼보 S90 T5 인스크립션에는 2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이 장착되고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최고출력 254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성능은 2리터라는 배기량을 잊게 만들 정도로 가속력이 뛰어나다. 에코 모드로 주행해도 굼뜨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운전자의 의도를 곧바로 반영한다. 물론 스포츠 모드로 변환하면 단단해지는 스티어링 휠에 더해, 고 rpm을 적극 사용해 얼마든지 경쾌한 주행을 할 수 있다. 엔진음 역시 강조돼 줄곧 가속 페달을 밟고 싶은 충동을 자극한다.
서울에서 원주로 오는 고속도로 구간은 파일럿 어시스트 기능을 적극 활용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활성화돼 차간 거리 조정이 되고,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스티어링 휠 조향을 보조한다. 손을 살짝 올려놓기만 해도 충분히 믿음직스러울 만큼 차선 인식과 유지 기능이 뛰어나다. 도로표지 정보 기능을 활성화하면 속도 제한 구역에 진입할 때마다 계기반과 HUD에 속도 정보가 표시돼 안전 운전을 돕는다. 고속도로를 정속 주행한 결과 평균 연비는 12.6km/l를 기록했다.
S90 T5 인스크립션에 장착된 윌킨스 앤 바워스 오디오 시스템은 통풍식 서브 우퍼가 장착돼 풍성하고 입체적인 음향을 제공한다. 이름값에 걸맞은 뛰어난 성능을 보여 운전자를 비롯한 탑승객 모두가 고음질의 음악과 함께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3가지 음향 모드 가운데 콘서트홀 모드를 선택하면 공연장 한가운데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오디오 시스템 하나만으로도 프리미엄 세단의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
2열은 3인까지 탑승할 수 있지만 시트 형상과 다소 높은 센터터널을 고려하면 2명이 탑승할 때 가장 안락하다. 2열 탑승객을 위한 별도의 공조장치와 열선시트 조작부는 중앙에 마련된다. 도어에 장착된 수동식 블라인드 커튼과 뒷유리의 전동식 블라인드 커튼으로 외부 시야를 차단할 수도 있다.
순정 내비게이션은 계기반 연동 기능이 있어 편리한 사용을 돕는다. 표시되는 정보나 그래픽은 단순한 편이지만, 기본적인 안내 기능이 잘 구현돼 불편하지 않다. 특히 세로 형태로 제작된 디스플레이로 인해 넓은 화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 연동 기능도 적용되기 때문에 순정 내비게이션에 아쉬움이 느껴진다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연결해 사용하면 된다.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볼보답게 운전 보조 장비는 넘치도록 풍부하다. 사각지대 및 측후방 경보 시스템과 360도 전방위 카메라는 물론 충돌 경고 완전 자동 제동 시스템인 시티 세이프티까지 기본으로 적용된다. 일상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경보 기능으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사고가 발생한 단계에서는 탑승자를 최대한으로 보호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볼보 다운 구성이다.
볼보 S90는 유럽산 프리미엄 중형 세단들과 경쟁하게 된다. 차체 크기나 가격, 성능 등을 비교하면 거의 동등하지만 고급 사양과 안전 장비는 S90가 한 수 위다. 5년 10만 km 무상보증으로 유지비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고, 2019년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판매 가격도 600만 원 낮췄다. 상품성을 강화한 S90가 프리미엄 중형 세단 시장에서 얼마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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