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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충격과 공포의 3기통 엔진? 쉐보레 말리부 시승기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다운사이징이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지만, 다운사이징에 가장 적극적인 브랜드는 역시 쉐보레다. 소형 SUV 트랙스에 1.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처음 선보였고, 중형 세단에서도 말리부가 동급 최초로 1.5리터 엔진을 적용했다. 하지만 말리부는 1.5리터 배기량에서 그치지 않고, 부분변경을 거치며 1.35리터로 배기량을 또다시 낮췄다.



1.5리터 엔진은 4기통 엔진이었는데, 1.35리터 엔진은 3기통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변속기도 무단이 맞물려 파격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원부터 보면 1.5리터 엔진은 최고출력 166마력, 최대토크 25.5kg을 발휘했고, 6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렸다. 이에 반해 1.35리터 엔진은 156마력, 최대토크는 24.1kg.m으로 각각 10마력, 1.4kg.m이 낮아졌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여전히 르노삼성 SM6의 2.0 자연흡기 엔진보다 출력은 16마력 높고, 최대토크도 5kg.m 가량 앞선다.



제원표 수치상으로 1.35리터 엔진은 시대 흐름에 맞는 엔진이며, 기존 2.0 자연흡기에 비해서도 성능까지 우수한 엔진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체감 성능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대다수다. 배기량을 낮추면서 4기통에서 3기통으로 바꿨기 때문에 진동이나 소음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될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밝히자면 반은 동의하고, 반은 기대 이상이다. 정차 시 실외에서 들려오는 소음은 기존 1.5리터 엔진보다 소음이 크다. 4기통 디젤 엔진만큼 시끄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4기통 가솔린 엔진만큼 차분하지도 않은 중간 지점에 있다. 실내에서도 정차 시에는 비교적 괜찮은 편인데, 가속을 하면 rpm이 3~4천 수준으로 급격히 증가하면서 경차 엔진에서 날 법한 소음이 들려온다.


정차 시 시트에 앉았을 때 진동은 예상보다 적게 전달돼서 ‘생각보다 괜찮은데?’ 정도의 평가를 내릴 수 있긴 하지만, 막상 정차 상태에서 트렁크를 열면 트렁크가 약간 떨리는 진동이 눈으로 확인되기도 한다. 즉, 진동은 분명히 4기통 엔진에 비해서 느껴지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무난한 2.0 가솔린 중형 세단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가속 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rpm이 쉽게 튀어 올라가서 소음이 커지는 것은 거슬리는 부분이지만, 속도계는 빠른 속도로 넘어간다. 초반에는 조금 힘들게 출발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중후반 가속성능이 꾸준하게 이어져서 고속도로에서는 특히 더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특히 탄력 주행도 잘 돼서 연비까지 만족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늘 연비가 좋은 건 아니다. 경차의 연비가 의외로(?) 좋지 않은 것처럼 말리부 역시 배기량을 낮춘 것만큼 연비가 향상되지는 않았다. 인증 연비는 기존 13km에서 14.2km로 1.2km가 개선됐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rpm을 그만큼 더 높게 사용해야 하는 만큼 연비가 특별히 높게 측정되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무단변속기를 매우 싫어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무단변속기의 감각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긍정적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었는데, 말리부 역시 무단변속기가 썩 잘 어울린다. 무단이지만 마치 변속기 되는 것처럼 rpm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변속 느낌을 주는 것이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면 부드러운 자동변속기 모델을 타고 있는 듯했다.


요즘은 환경 문제와 규제 때문에 제조사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상당히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1.35 모델은 1.5 모델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3g/km 낮은 118g/km이다. 이는 경쟁 모델인 SM6 2.0 자연흡기 모델에 비해 31g/km이나 낮은 수치다. 또한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1g/km, 기아 모닝 1.0 터보 모델은 127g/km이기 때문에 친환경 엔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리부의 1.35 엔진은 기존 2.0 가솔린 중형 세단에 비해 단점으로 지적될 여지는 충분히 많다. 이번 시승기에서도 언급할 수 없는 부분은 내구성이다. 짧은 시승만으로는 내구성에 대해서 언급할 수가 없는데, 3기통 엔진이 4기통 엔진보다 내구성이 떨어지는 것은 지금까지 대다수의 차량에서 발생한 문제였다. 하지만 아직 출시 초기여서 말리부는 다를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고, 문제가 없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1.35 엔진은 아무리 단점이 많다고 해도 요즘 같은 시대에 틀림없이 필요한 엔진이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진동이나 소음은 경차만큼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무난하게 탈만은 하다. 부가적으로는 세금까지 저렴해 유지비에 대한 부담까지 덜 수 있다.

 

bbongs142@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