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4일, 모닝의 새로운 디자인을 공개하고 사전계약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사전계약용 가격표를 보니 예상을 뒤엎는 것은 물론이고, 아주 얄미울 정도로 가격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 업계와 소비자들을 놀라게 했다.
▲ 고가의 아트컬렉션이 추가된 풀옵션 모닝의 외관
기아 모닝의 가격 상승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안전성 측면에서만 봐도 초고장력 강판 비율이나 구조용 접착제, 핫스탬핑 공법, 비틀림 강성 증대, 신규 플랫폼 적용 등으로 인해 원가가 2세대 대비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기본 트림인 베이직 플러스 트림의 가격은 무려 950만 원부터 시작한다. 스파크의 기본 트림인 LS 베이직이 999만 원부터 하므로 정말 극단적으로 낮춘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가격 정책 속에는 기아차의 상당한 꼼수가 숨어 있었다. 기아 모닝의 꼼수를 보기 전에 쉐보레 스파크의 기본 사양부터 보자면, 스파크는 기본 트림에도 급제동 경보시스템 14인치 휠 타이어, 주간주행등, 리어 와이퍼, 라디오, 블루투스 등을 지원한다. 당연히 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이나 운전석 에어백, 시트벨트 프리텐셔너도 포함되며, 앞좌석 헤드레스트는 4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반면 기아 모닝의 기본 트림은 충격적이다. 라디오는 애초에 없고, 옵션으로도 넣을 수 없다. 음악을 들으려면 Aux 단자나 아이팟 기능을 지원하는 USB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는데, 그나마 있는 스피커도 2개뿐이다. 그런데 이 USB 단자는 충전 기능이 없어서 시가잭으로 충전해야 하는데, 이 시가잭도 베이직 플러스 트림에는 없고, 럭셔리 트림부터 추가된다.
▲ 위 사진과 같은 실내 구성은 약 1,600만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카매트 역시 디럭스 트림부터 기본 제공되며, 기본 트림에서는 카매트도 없다. 당연히(?) 카매트도 주지 않는 상황에서 파워윈도우는 기대할 수도 없다. 앞좌석 파워윈도우는 디럭스 트림에서부터, 뒷좌석 파워윈도우는 럭셔리 트림에서부터 지원하고, 그 이하의 트림에서는 손으로 경운기 엔진에 시동을 걸듯이 돌려 창문을 올리고 내려야 한다. 참고로 요즘은 경운기도 손으로 돌려서 시동을 걸지 않는 시대다.
가격표를 보면 뒷좌석은 벤치 시트로 표기되어 있다. 이는 평평하면서도 헤드레스트가 없거나 일체형 구조를 가진 시트를 뜻한다. 그런데 사이드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 시트벨트 후석 프리텐셔너는 존재하면서도 뒷좌석 헤드 레스트는 높이 조절도 안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 고가의 아트컬렉션이 추가된 풀옵션 모닝의 외관
이 뿐만이 아니다. 스파크는 14인치 휠이 기본 휠인데 반해 모닝은 13인치 스틸 휠이 기본이다. 이른바 깡통 휠이 장착되는 셈이다. 이 깡통 휠은 155/80R13의 사이즈를 가지며, 심지어 휠 커버도 제공되지 않고, 휠 커버를 씌우고 싶으면, 디럭스 트림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또 스파크의 경우에는 뒷유리 와이퍼와 워셔 노즐도 기본이지만, 모닝에서는 디럭스 트림부터 적용된다. 결국 기아 모닝의 가격표와 스파크 가격표를 보면, 990만 원부터 시작하는 스파크의 베이직 트림과 기아 모닝의 디럭스 트림의 사양이 비슷하고, 베이직 플러스 트림은 특별히 준비된 저가형 트림으로 보는 게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닝의 베이직 플러스와 스파크 베이직 트림을 비교해보면 같은 가격이어도 스파크의 사양이 월등히 우세하므로, 모닝의 트림에는 상품 구성에 있어서 상당한 꼼수가 숨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역시 동급 최저가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