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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모아 보는 자동차 테마

현대차가 월 200대도 못 파는 차량을 생산하는 이유는?

[오토트리뷴=김예준 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현대 벨로스터 N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기존 모델은 수동변속기를 사용해 성능은 좋지만, 마니아들만 탄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제는 8단 습식 DCT를 새롭게 적용한 모델이 출시될 것으로 알려져 편리해진 운전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어느덧 2세대로 진화한 벨로스터는 좌우 비대칭 도어가 특징인 쿠페형 해치백이다. 그러면서도 해치백의 차체를 적용해 운전의 재미를 강조했었다. 1세대는 기존 1.6리터의 자연흡기와 과급기를 적용한 엔진을 적용해 동급의 준중형급 차량과 큰 차별이 없었지만, 2세대부터는 본격적인 스포츠카의 모습으로 진화했다.

 


기존 자연흡기 엔진을 버리고 1.4리터와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적용했고, 스티어링 휠의 기어비 등을 바꿨다. 이후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인 N의 첫 번째 모델인 벨로스터 N을 출시했다. 전자식 LSD와 감쇄력이 조절 가능한 전자식 서스펜션, 후연소 시스템을 적용한 화려한 배기음 등 소비자들이 원했던 본격적인 고성능 차량의 시작을 알렸다.

 


성능이 궁금했던 소비자들은 차량을 직접 구매해 서킷에서 성능을 시험해 봤는데, 경쾌한 운전성능으로 좋은 랩타임을 기록하면서 더욱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벨로스터 전체 판매량의 과반수 정도가 N이 차지하게 됐고, 나머지 1.4와 1.6리터 가솔린 터보 모델의 단종설이 피어오르고 있다.


특히나 N은 국내에서 수요가 극히 적은 수동변속기 단일 모델과 해치백 불모지인 국내에서 예상보다 높았던 판매량은 업계 관계자들도 놀랐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1.4와 1.6리터 가솔린 터보 모델은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동급의 준중형 모델 대비 편의 사양과 실내 공간 등이 부족해 단종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벨로스터는 단종되지만, 벨로스터 N은 상품성을 개선하며 꾸준한 판매를 이어갈 방침이다. 그 시작은 기존 현대차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8단 습식 DCT다. 현대차의 기존 건식 DCT와 다르게 더 높은 출력을 견디고, 빠른 변속 속도를 자랑하기에 수동변속기가 유일한 약점으로 꼽히던 벨로스터 N의 판매량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대차가 벨로스터 N을 단종시키지 않고, 상품성을 개선하며 꾸준히 판매를 이어가는 이유는 바로 상징성 때문이다. 이전부터 고성능 브랜드의 출시를 예고했던 현대차는 고성능 차량의 일가견 있는 알버트 비어만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은 직접 차량을 테스트하며 성능을 조율해왔다. WRC 등 국제 모터스포츠에 출전해 얻은 기술력을 더해 N의 근간을 만들었고, 국내를 비롯한 미국 시장에서는 벨로스터 N, 유럽은 i30 N을 출시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비록 한 달에도 1만 대씩 팔리는 다른 차종에 비하면 극히 적은 200대의 판매량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자사의 높아진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고성능 차량을 원하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다른 차량과 달리 벨로스터 N의 상징성은 매우 뚜렷하다. 그렇기에 벨로스터 N은 단종 대신 상품성을 개선하고 있으며, 현대차는 다양한 애프터 마켓용 제품들도 직접 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벨로스터 N이 성공을 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다양한 N 모델들의 출시에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출시된 아반떼 역시 N이 출시될 예정이며, 소형 SUV인 코나도 N 모델이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쏘나타 역시 N 라인의 이름으로 고성능 모델 출시를 예고했다. 


만약 벨로스터 N이 실패했다면, 현대차가 국내에서 N 라인업을 늘리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벨로스터 N의 성공으로 다양한 모델들도 N의 배지를 달고 국내에서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됐다.

 

kyj@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