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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모아 보는 자동차 테마

갈수록 진화되어 가는 디지털 계기반, 얼마나 더 발전하게 될까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자동차 운행 중 운전자의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곳은 전방 유리와 계기반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계기반은 차량 운행 정보가 표기되기 때문에, 안전 운전을 위한 시인성과 사용 편의성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디지털 계기반이 수입차는 물론 국산차 모델에도 널리 도입될 정도로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날로그 계기반이라고 불리는 방식은 바늘 게이지로 속도계와 회전계, 유량계와 수온계 등의 정보를 표시하게 된다. 계기반 바탕에 지정된 일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형태라 표시할 수 있는 정보량과 수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디지털 계기반은 보다 다양한 정보를 표시할 수 있고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원하는 표시 정보를 변경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중앙 디스플레이를 통해 제어할 수 있던 다양한 기능들도 디지털 계기반에서 통합 제어할 수 있어 그 사용범위가 더 늘어나고 있다.


(▲사진출처 : 보배드림 FE3N님, 기아 콩코드)

이전에도 디지털 계기반이라는 명칭이 국산 모델에도 적용된 적이 있었다. 기아자동차 콩코드, 대우자동차 브로엄과 같은 모델이 그러한 계기반을 사용했는데, 오늘날 사용하는 디지털 계기반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LCD 창을 이용해 속도계와 유량계 같은 정보 표시를 액정으로 표기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전체 패널을 디지털화 한 오늘날과는 다른 개념이다.



반면, 현재 널리 보급되는 디지털 계기반은 보다 정교하고 복잡한 정보를 취급한다. 자동차에 장착되는 전자 장비가 늘어나게 됨에 따라 표시될 정보의 양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속도계와 회전계는 물론 차선 인식과 차간 거리 등을 설정하는 반자율 주행 시스템도 지원해야 한다. 드라이브 모드 변경 표시는 물론 세세한 세팅 값까지 조율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디지털 계기반이 아니고서는 그 많은 정보를 모두 표기하기가 불가능하다.



점차 보급이 확대되어가는 전기차들도 디지털 계기반 적용이 필수적이다. 차량 배터리의 충전 상황과 전기 에너지의 흐름, 주행 가능 거리와 같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운전자에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첨단 차량이라는 이미지도 더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출시되는 대부분의 전기차는 디지털 계기반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센터패시아에 장착되는 중앙 디스플레이를 통해 일부 기능들을 제어할 수는 있지만, 사용 편의성이 떨어지고 안전에도 영향이 있다. 만약 중앙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운행 관련 기능들을 제어하게 된다면, 운전자는 고개를 돌려 조작해야만 한다. 그로 인해 시선이 분산되고 사고 발생 위험도 높아지게 된다. 좌우로 시선이 이동하는 것보다 상하로 이동하는 것이 보다 운전자의 빠른 대처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특히 안전을 강조하는 브랜드들은 운전석 디지털 계기반의 도입과 사용 편의성 향상에 주력하는 추세다.


  

현대적인 의미의 디지털 계기반이라 하면 아우디의 버추얼 콕핏을 떠올릴 수 있다. 아우디가 2014년 선보인 프롤로그 콘셉트카에 도입된 이 시스템은 내비게이션 화면 전체를 계기반에 구현하고 각종 차량 설정 메뉴를 표기한다. 운전자의 시야가 전방과 계기반에 고정돼 있기 때문에 사용 편의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또한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일부 정보 표기를 생략하거나 화면 비율을 조정할 수도 있어 유저 인터페이스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 기술은 2015년 3세대 아우디 TT에 적용된 것을 시작으로 그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계기반에 내비게이션을 연동하거나 디스플레이를 대형화하는 움직임은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볼보와 같은 고급 브랜드를 필두로 해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가는 추세다.



국산차도 이러한 흐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K9은 디지털 계기반의 기본적인 기능에 더해 카메라 연동 기능을 구현한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해당 방향 후측방을 카메라로 인식해 계기반에 비춰준다. 운전자가 굳이 도어 미러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 안전 운행에 도움을 주는 요소다.



제네시스 G70에는 3D 계기반이 장착돼 주목받고 있다. 스테레오스코픽 3D라는 기술이 사용되는데, 양쪽 눈의 시각 차이를 이용해 입체감을 주는 기술이다.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원하는 테마를 사용할 수도 있고, 드라이브 모드와 연동해 자동 변경하는 기능도 갖춘다. 2D로만 이뤄진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3D 입체 이미지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디지털 계기반과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의 연동 범위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방 윈도우에 정보를 표기하는 것이 안전 운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운전자의 시야를 전방에 고정시키기 위한 HUD의 적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근래의 HUD는 속도와 내비게이션 정보는 물론 제한 속도 표시와 사각지대 경고 표시까지 이뤄져 운전자의 안전 운행을 돕는다. HUD는 이러한 면에서 보조 계기반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표현할 수 있다.



앞으로는 HUD의 활용도가 점차 높아져 전면 윈도우 전체를 사용하는 시대도 머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홀로그램을 활용해 차량 관련 정보, 특히 도로 정보를 전면 윈도우에 표시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사물에 디지털 정보를 입히는 증강현실 기술이 적용됨에 따라 이동 방향은 물론, 보행자와 차량과 같은 주변 상황 정보와 주의 사항 등도 표시한다. 내비게이션 화면은 물론 동승자의 편의를 위해 동영상과 각종 엔터테인먼트 자료를 유리면에 투영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은 2020년 이후 양산차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지털 계기반의 발전 방향은 콘셉트카를 통해서 엿볼 수 있다. 제네시스 에센시아 콘셉트에 적용된 8인치 와이드 스크린 디스플레이는 탄소 섬유를 겹겹이 배치해 3D 효과를 주는데, 콘셉트에만 그치지 않고 G70의 3D 계기반을 통해 구현됐다.



센터패시아부터 조수석 대시보드 상단까지 길게 연결된 대형 와이드 스크린은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가 차량 운행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표시 면적이 크다. 사실상 대시보드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감싸고 있는 형상이다. 계기반 부분은 운행 관련 정보가, 대시보드 부분은 날씨 정보를 비롯한 인포테인먼트 메뉴가 삽입돼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대형 스크린은 향후 제네시스 브랜드의 신모델에 적용될 예정이다.


kjh@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