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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모아 보는 자동차 테마

사고 없는 주행을 꿈꾸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안전 기술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지난 2015년 9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경기도 용인시에 ‘메르세데스-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를 개소했다. 총 250억 원을 투자한 이곳은 기술 및 판매 전문 교육이 이뤄지는데, 연 최대 1만 2,000명의 교육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곳에서 일부 기자들을 상대로 개최된 자동차 안전 기술 교육의 일부를 소개한다.



자동차에 적용되는 안전 기술은 차체 안정성과 주변 상황 인식, 그리고 사고 시 탑승자 보호가 최우선 목표로 설정된다.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들은 패키지 형태로 안전 장비들을 제공하는 추세다. 제조사들마다 고유의 이름을 붙이기 때문에, 각 안전 장비의 기능에 대해 혼선이 오기도 한다. 이번 교육은 메르세데스-벤츠 모델에 적용된 안전 기술을 다루고 있지만, 기능면에서 동일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의 안전 철학은 ‘사고 없는 주행’이라는 목표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목표는 자동차 사고를 방지하는 능동적 기능과 사고 발생 이후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동적 기능으로 구분된다. 일상 주행 상태에서부터 사고 발생 이후 상황까지 4단계로 구분한 안전 기능은 다음과 같다.


이미지 출처 : mercedes-benz


1단계 - 안전한 운전

운전자가 위험한 상황에 대응하도록 미리 경고하거나, 그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들이 포함한다. 일상적인 주행에서의 안정성을 높여 사고를 방지하는 개념으로 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이미지 출처 : mercedes-benz


이미지 출처 : mercedes-benz


여기에는 카메라를 통한 사각지대 감지 기능과 ABS, 차체 자세 제어 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다리 위를 지날 때 측면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으로 인해 차체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횡풍방지 기능도 있다. 야간 운전에서의 시야 확보를 위한 멀티빔 LED 라이트는 84개의 LED가 독립 제어되는데, 1초에 100번 계산해 주행 상황에 맞는 최적의 조명을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이미지 출처 : mercedes-benz


2단계 - 위험 상황의 발생

위험한 상황을 감지할 때 즉시 탑승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는 시스템이다. 잘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상황에서 미리 작동하는데, 몇만 분의 1초 속도로 급속히 전개된다.


이미지 출처 : mercedes-benz


메르세데스-벤츠는 프리-세이프(Pre-Safe)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사용하는데, 사고 가능성이 있는 구간에서의 대비와 경고 기능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주로 시트에 앉은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한 종합 안전 시스템이 작동하게 된다. 충돌이 임박하거나 급제동을 감지하면, 안전벨트를 당겨 탑승자를 보호하게 되고, 보조석 시트 간격과 등받이 위치까지 조절된다. 장거리 주행을 할 경우 동승석은 시트를 뒤로 젖히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급 상황에서 등받이 각도가 자동 조정되는 것이다. 이 기능은 시속 30km/h 이상부터 활성화되고, 급감속이나 급선회 시 자동으로 작동한다. 시속 140km/h 이상의 고속 주행에서는 여기에 더해, 선루프와 윈도우 폐쇄 기능까지 추가로 지원된다.


프리-세이프 사운드는 사고 충격으로 인한 청력 상실을 방지하기 위한 기능이다. 사고 발생 가능성이 감지되면, 충돌 0.2초 전 앞 스피커를 통해 80데시벨의 인위적인 소음을 발생시킨다. 갑작스러운 충돌음으로 인해 고막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한다.



3단계 - 사고 발생 시

1, 2단계의 안전 장비들이 개입했음에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즉시 작동해 탑승자를 최대한 보호하는 시스템이다. 차체 안전과 관련된 내용이므로 차량 설계 단계부터 적용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충돌에도 탑승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공간 확보, 적절한 시점에서의 에어백 전개, 안전벨트 포스 리미터 작동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미지 출처 : mercedes-benz


4단계 - 사고 이후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탑승자를 빠르게 구조하고, 2차 사고 발생 방지를 위한 시스템이다. 엔진은 시동이 정지되고, 연료 차단 장치가 작동해 화재를 비롯한 추가 위험을 막는다. 실내등과 비상등은 자동 점등돼 외부에 위급 상황임을 알리고, 내부 탑승자들의 원활한 탈출을 돕는다. 에어백이 전개될 만큼 큰 사고일 경우, 윈도우가 5cm 가량 내려가 압축가스를 환기시키게 된다. 스티어링 휠은 최대 높이까지 자동으로 조절돼 운전자가 차량을 탈출하기 용이해진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위에 언급한 4단계로 안전 기능을 구분해 놓고 있지만, 사실 모든 기능들은 순식간에 종합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운전자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의 짧은 순간에 각종 첨단 기술이 제 실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표적인 모델인 E-클래스에 적용된,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과 차별화한 세부 기술 몇 가지도 교육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이미지 출처 : mercedes-benz

레이더 및 카메라 감지 기능

E-클래스는 주행 중 스테레오 카메라, 장/중/단거리 멀티 모드 레이더, 초음파 센서가 종합적으로 작동한다. 스테레오 카메라는 일반적으로 한 개의 카메라가 사용되는 것과 달리, 두 개의 카메라가 장착돼 입체적으로 감지하게 된다. 최대 감지 거리가 500m에 이르고, 2개의 카메라가 동시 작동하는 3D 감지 거리는 90m에 이른다. 레이더는 최대 250m에 이르는 장거리 모드와 차량 인접 거리 40m를 360도로 감지하는 단거리 멀티 모드로 이뤄진다. 주행 중 사각지대에 접근하는 측/후면 주행 차량을 감지하기 위해 초음파 센서가 장착된다.


이미지 출처 : mercedes-benz


이미지 출처 : mercedes-benz


능동형 제동 보조

전방 차량과의 간격이 너무 짧거나 장애물이 탐지될 때, 혹은 보행자를 레이더 시스템이 인식하게 되면 계기반 불빛과 경고음으로 운전자에게 경고를 해 준다. 운전자가 적절히 대응할 경우 최대 제동력을 지원하고, 대응하지 않을 경우 최대 제동능력의 50% 수준까지 직접 제동하게 된다.


이미지 출처 : mercedes-benz


이미지 출처 : mercedes-benz


회피 조향 보조

보행자와의 충돌을 피하거나 도로 이탈로 인한 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기능이다. 먼저 시각적, 청각적 경고를 하게 되고 운전자가 회피할 때 스티어링 휠에 조향력을 보조해 이탈 각을 크게 만들어 준다. 이 장치는 운전자가 주도적으로 회피 동작을 할 경우에만 보조하는 개념으로, 자동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만약 자동으로 이뤄질 경우, 부주의한 운전자가 즉흥적인 운전대의 움직임에 놀라 반대 방향으로 조향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mercedes-benz


프리-세이프 플러스

종합 안전 시스템인 프리-세이프에 후방 감지 기능을 추가해 후방 충돌 위험이 감지될 때, 탑승객을 보호하는 장치다. 먼저 레이더가 상시 작용해 후방 접근 차량의 충돌 가능성을 탐지하고, 자동으로 후방 비상등을 여러 차례 점멸하게 된다. 브레이크는 잠금 상태로 전환되며, 프리-세이프 시스템이 작동한다. 프리-세이프 탑승자 보호조치 모드는 운전자와 동승석 탑승자를 고정시켜 충돌에 더 잘 대비할 수 있게 돕는다.


차량이 정지되어 있는 상태에서 후방 충돌이 발생하면, 차량을 단단히 제동해 앞으로 밀려나가는 정도를 줄여준다. 이로써 탑승자에게 가해지는 충격이 감소하게 되고, 연쇄 충돌을 방지한다.


이미지 출처 : mercedes-benz


능동형 차선유지 보조

우발적인 차선 이탈을 감지하면, 운전자에게 경고를 하고 차량을 본래 차선으로 유도한다. 실선 차선을 우발적으로 넘어선 경우 자동 실행되며, 점선 차선의 경우 차선을 넘어가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 판단될 때만 자동 제어한다. 자동제어는 충돌 위험이 감지된 반대편 전, 후륜에 제동을 가해 차선을 넘어서지 않도록 해 능동적으로 대처한다.


이미지 출처 : mercedes-benz


이미지 출처 : mercedes-benz


프리-세이프 임펄스 사이드

차량 측면은 정면과 다르게 크럼플 존(충격 흡수 구역)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매우 취약한 부위다. E-클래스는 측면 충돌이 감지되면, 탑승자를 충돌 위치로부터 가능한 멀리 이동시킨다. 이렇게 하기 위해 의자 측면 받침 안에 공기주머니를 부풀려 탑승자를 차량 중앙 쪽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이 동작을 통해 가슴 부위에 대한 충격을 감소시켜 부상을 최소화시키게 된다.



보다 더 안전한 차를 만들고자 하는 제조사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워낙 많은 기술과 장비들이 적용되다 보니, 매뉴얼이나 차량 안내서에 기록된 짤막한 용어나 간략한 설명으로는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이번 메르세데스-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 교육은 잘 준비된 프레젠테이션과 전문 강사의 설명, 그리고 각 장비들의 작동 영상 등을 통해 차량 안전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자리였다.


소수 고객을 위한 파티나 의전 행사, 신차 발표회 등도 좋은 홍보 수단이겠지만, 이런 교육이야말로 고객들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내부 직원이나 미디어를 상대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고객 혹은 동호회원들을 대상으로 확대 적용한다면 좋은 반응과 높은 고객 충성도를 얻게 될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초’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하나다. 높은 수준의 기술 개발에 늘 앞서나가고, 발 빠르게 완성차에 적용하는 회사로 인정받고 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노력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메르세데스-벤츠가 바라는 ‘사고 없는 주행’이라는 궁극적인 목표가 실현되는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kjh@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