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테마/모아 보는 자동차 테마

쉐보레 볼트 EV는 어떻게 글로벌 전기차가 되었나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지난 13일 한국지엠이 개최하는 쉐보레 미디어 아카데미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지엠의 글로벌 전기차 비전과 전기차 구동 시스템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보도 매체들에 알리는 시간이었다.



사실 지엠의 전기차 역사는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지엠의 첫 전기차인 EV 1은 양산형 전기차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던 의미 깊은 시도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주행거리 연장 차량인 볼트(VOLT), 순수 전기차 스파크 EV까지 연이어 출시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선행 차종들에 적용된 기술을 총 집약해서 개발한 차량이 순수 전기차 볼트 EV다.



지엠의 전기차 개발은 고객들과의 밀접한 소통과 사전 조사를 통해 이뤄진다. 기술진들은 면밀한 조사가 있기 전까지, 소비자들이 전기차에 바라는 특성이 친환경, 저렴한 유지비, 저소음과 같은 요소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다른 무엇보다도 편하고 좋은 차를 타고자 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기본 요구 사항임을 파악하게 됐다. 그 결과, 멋진 스타일에 더해 전기차 고유의 장점을 가지고,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저렴한 자동차 즉, 소비자들이 편하게 탈 수 있는 전기차를 개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로 자리 잡게 된다.



지엠은 이를 위해 ‘3 제로(zero)’를 목표로 차량 개발을 하게 된다. ‘3 제로’란 교통사고 제로, 배출가스 제로, 교통혼잡 제로(zero crashes, zero emissions, zero congestion)를 뜻하는 표현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엠은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구동계를 확대하고, 차량과 사물 인터넷의 결합으로 각종 사고와 교통 체증을 방지하거나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를 한참 진행 중이다.



먼저 교통사고와 교통혼잡을 없애기 위한 노력으로 볼트 EV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차를 제작해 미국에서 시험 주행하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전동화 모델의 확대를 위해 CT6 플러그인과 볼트(VOLT), 볼트 EV로 시험 주행도 병행하는 중이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지엠은 배출가스 제로를 위해 2023년까지 20개 이상 차종에서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차량을 출시할 계획이다.


전기차에 대한 자세한 개발 과정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흔히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복잡하고, 제작이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데, 오히려 단순한 구조를 유지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내연기관 차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의 각종 배출가스 관련 규제나 소음 방지에 대한 복잡한 상황들이 생겨날 수 있지만, 전기차는 그러한 문제들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한 전기차라고 생각될 지 모르는 EV 1은 사실 오늘날 전기차에 적용된 모든 기술이 사전 적용된 선구자적인 모델이다. 모터와 드라이브 유닛, 바닥면에 낮게 깔린 배터리, 충전기, 제너레이터 모듈과 같은 현대 전기차의 모든 구성요소가 이미 EV 1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물론 짧은 주행거리로 인한 불편함과 정유 회사의 로비, 다소 부정적인 시장 반응 등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전기차 역사에 있어서 분명한 족적을 남긴 모델이다.




 

EV 1에서 얻은 경험은 주행거리 연장 차량인 볼트(VOLT)로 이어진다. 모터로 구동하는 시스템은 오늘날 순수 전기차와 동일하지만, 외부 전기 충전이 아닌 내부 장착된 엔진이 발전해 전기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배터리 셀 하나하나에 냉각수가 흐르게 설계해 온도 조절에 만전을 기하고, 배터리 팩을 ‘T’ 자로 설계해 차체 중간에 자리 잡은 미드십 구조를 채택했다. 외부 충격에도 배터리를 보호할 수 있는 기능적인 구조였지만, 실내 공간 상당 부분을 침해하는 단점도 있었다.




다음에 등장한 스파크 EV는 순수 전기차에 필요한 핵심 기술이 적용됐다. 모터가 포함된 드라이브 유닛, 인버터, 외부 전력 충전 방식 등의 도입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한 전기차가 됐다. 그러나 스파크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130km 정도에 불과해, 고객들이 원하는 수준의 절반 이하에 머무르는 한계가 있었다.




볼트 EV는 이전의 시행착오와 경험들을 바탕으로 만든 순수 전기차다. 288개의 배터리 셀을 5개 층으로 구분해 차체 하부에 장착하므로 실내 공간 확보와 냉각을 위한 기능성 모두를 고려했다. 배터리들을 하나의 큰 틀에 담아 차체 하부에 장착해 무게 중심과 공간 확보에 주력한 구조를 택했다.




배터리 온도 조절을 위한 기술도 대폭 향상됐다. 볼트(VOLT)처럼 각각의 셀에 냉각수가 흐르는 타입은 차체 진동이 있을 때 내구성을 확보하는 문제와 냉각수 펌프를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야기했다. 그러나 볼트 EV는 냉각수 라인의 설치를 간소화하면서도 냉각 효율을 높이는 설계를 새롭게 도입한다.



먼저, 288개의 셀을 3개씩 묶어 총 96개의 셀 어셈블리를 만든다. 이 셀 어셈블리를 파우치 타입의 분리벽 안에 삽입하고 커버를 덮는다. 이 커버의 재질을 온도 전달이 용이한 재질로 변경해 중간에 삽입된 냉각수의 온도가 잘 전달돼 냉각을 돕도록 개발했다. 동시에 인접한 셀 어셈블리와 분리하는 격벽 역할을 하므로 전체 배터리의 열전달 가능성을 낮추기도 한다.



볼트 EV의 배터리는 주행거리의 증가에 따라 435kg에 달하는데, 스파크 EV에 비하면 220kg 정도 증가한 수준이다. 단순히 배터리를 더 삽입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배터리를 통해 차체를 강하게 하는 기술도 사용했다. 배터리와 차체를 연결하는 어셈블리 포인트를 개선해 외부 충격이 있을 때, 배터리를 설치함으로 인해 25% 강성이 증가하는 부가적인 효과를 누리도록 한 것이다.


이번 미디어 아카데미를 진행한 담당자들은 한국지엠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구동개발을 총괄하는 핵심 인재들이었다. 글로벌 기업인 지엠이 미래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분야에 한국지엠이 차지하는 역할이 매우 크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최근 출시된 신모델의 성적을 보며, 한국지엠의 미래에 대해 불투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많을 것이다. 그러나 미래 성장의 동력이라 할 수 있는 전기차 개발 부면에서 한국지엠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머지않아 예전의 행보를 회복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kjh@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