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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되지 못한 비운의 신차, 삼성자동차의 PQL과 PX

삼성자동차가 르노삼성자동차로 사명을 바꾸기 전, 90년대의 이야기다. 삼성자동차 시절이나 르노삼성인 지금이나 자동차 라인업이 부실한 것은 매한가지지만, 삼성자동차 시절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SM3나 SM5, 야무진 외에도 새롭게 개발 중이던 모델이 있었다. 물론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해 이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고, 관련자료나 사진을 구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PQL은 SM5 1세대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했으며, 전면부 디자인이 약간 다르다. 라디에이터 그릴이나 헤드램프 디자인이 바뀌었지만, 전체적인 형상은 SM5와 크게 다르지 않고, 측면부나 후드, 범퍼는 SM5와 똑같다. 디테일에서만 약간의 변화를 준 것으로 보아 SM5의 F/L 버전으로 출시되었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의 변경 수준이었다.



세단 외에 외건형 모델도 개발됐다. PQL과 같은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며, 기아차가 크레도스를 기반으로 파크타운 모델을 만들었던 것처럼 삼성자동차도 SM5 왜건을 만들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세단의 윗부분을 늘려 왜건으로 만들었고, 램프는 세단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기아차가 크레도스 파크타운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기존의 모델도 시장에서 인기가 낮아 결국 출시는 내부 검토 중 무산됐다.



PX는 삼성자동차가 SM5보다 더 고급인 준대형급으로 개발하던 모델이다. 쉽게 말해서 SM7이라는 모델명을 사용할 수도 있었던 모델이었던 셈이다. 삼성자동차 최초로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지만, SM5의 한계에서는 벗어나질 못했다. 전후면 디자인은 SM5와 다르지만, 측면을 보면 SM5와 같다. 전면부도 일부 디자인이 변경되긴 했지만, 큰 틀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특히 후면부는 마치 현대 베르나가 연상될 정도로 준대형급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부족한 모습이다.



그래도 겉보기와는 달리 나름 괜찮은 모델이었다. 준대형급이라는 특성에 맞춰 휠베이스를 SM5 대비 70mm 늘렸고, 뒷좌석을 중심으로 개발됐다. 내부 이미지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지만, 전동 시트나 우드장식 등으로 소재나 옵션이 풍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중에 3리터 엔진을 장착해서 삼성자동차가 결국 프로토타입 모델로 2대를 양산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1999년 노조가 시위를 하던 중 1대를 화형식으로 태워버렸고, 나머지 1대는 서울 장안동에 위치한 한 폐차장에서 마지막 모습을 보이고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사진출처, 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