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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올드하거나 클래식하거나

남자들의 심장을 강타했던 국산 스포츠카 BEST 10

우리나라에 판매됐던 차량들 중에 ‘정통’이라는 수식어를 붙일만한 스포츠카는 사실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정통이라는 단어를 쓰는 자체도 다소 애매한 구석이 있어서 포괄적인 범주 안에서 판매 당시 일반적인 차량보다 운전의 재미가 뛰어났던 워너비 차량들을 모아봤다.



현대 스쿠프 (1990년~1995년)

스쿠프는 현대차 최초면서 국산 최초의 쿠페였다. 스쿠프는 스포츠와 쿠페의 합성어로 만들어진 이름이었기 때문에 이름에서부터 스포티한 주행성능을 지향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90년대 초반 스쿠프는 나름 진보적인 디자인을 갖추고 있었고, 가성비도 나쁘지 않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1.5리터 가솔린 엔진으로 102마력의 최고출력에 11.1초의 가속성능(0-100km/h)으로 지금 기준으로 보자면 형편없지만, 당시에는 꽤 빠른 자동차 중 하나였다. 특히 스쿠프 1.5 터보 모델은 129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했고, 최고속도도 국산차 최초로 205km/h를 넘어 국산 스포츠카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기도 했다.



대우 르망 레이서 이름셔 (1991년)

대우자동차 시절, 르망 레이서 이름셔는 전설 같은 자동차였다. 르망의 고성능 버전이었던 이름셔는 오펠 브랜드의 튜너였던 이름셔가 튜닝했던 모델이다. 1.5리터 혹은 1.6리터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던 기본 모델들과 달리 2리터 가솔린 엔진으로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19kg.m을 발휘했다. 출력만 강화된 것이 아니라 새롭게 세팅된 서스펜션과 새로운 디자인, 전용 휠, 레카로 버킷 시트 등으로 무장해 도로를 서킷처럼 쓸고 다녔다. 특히 차량 가격도 당시 중형 세단의 풀옵션 보다 비싼 1,2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티코 가격의 3배에 달했다. 요즘으로 비유하자면 현대 아반떼 스포츠가 약 4천만 원 정도 했다고 보면 되겠다. 그래서인지 차량 성능은 좋았지만, 출시 1년도 지나지 않아 단종되고 말았다.



쌍용 칼리스타 (1992년~1995년)

칼리스타는 쌍용차가 개발을 담당했던 자동차는 아니지만, 쌍용차가 펜더사를 인수하며, 생산 및 판매를 했던 차량인 만큼 쌍용차 역사에 있어서는 중요한 모델 중 하나다. 2리터 엔진과 3리터 V6 엔진과 가벼운 공차중량 그리고 클래식한 디자인까지 자동차 마니아들의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당시에도 차량 가격이 3,170만 원에서 2,670만 원으로 너무 비싸게 3년간 고작 69대를 판매하고 단종됐다. 비싼 가격 때문에 판매량이 높지는 않았지만, 자동차 마니아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던 차량이 하나라도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기아 엘란 (1996년~1999년)

엘란은 비운의 명차다. 기아차가 1996년부터 로터스의 라이센스를 구입해 국산화를 이뤄내 생산했던 차량이며, 지금까지도 호평을 받고 있는 모델이다. 그러나 당시 차량 가격이 2,750만 원으로 너무 비쌌고, 생산가는 판매 가격보다 오히려 비싼 3,000만 원 이상이어서 기아차에게도 생산을 할수록 손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엘란이 출시되자마자 1년 만에 IMF 사태가 터져 기아차의 경영악화가 심각해졌고, 결국 수익성 부족으로 생산 개시 3년 만에 단종됐다. 만약 우리나라의 경제가 조금만 좋았다면 엘란의 운명은 완전히 뒤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현대 티뷰론 (1996년~2001년)

스쿠프에 이은 현대차의 두 번째 스포츠 쿠페 티뷰론은 아반떼 플랫폼을 사용해 개발됐다. 1.8리터 2리터 엔진과 4단 자동 및 5단 수동변속기가 주력이었다. 2리터 모델은 최고출력이 156마력에 최고속도도 220km/h에 달했지만, 커다란 리어 스포일러가 고속에서 극심한 진동을 유발하는 바람에 추후에는 디자인이 변경되기도 했다. 또한 주행성능 강화를 위해 국산차 최초로 포르쉐와 공동 개발한 맥퍼슨 스트럭 서스펜션이 적용된 것이 특징. 1997년 12월에는 현대차 창립 30주년을 기념하고, WRC 출전을 하기 위해 모모 스티어링 휠과 기어 레버, 데칼 등이 적용된 티뷰론 스페셜이 판매되기도 했다. 



현대 투스카니 (2001년~2008년)

스쿠프와 투스카니 사이에는 티뷰론과 터뷸런스 등이 있었지만, 국산 스포츠카 시장 및 튜닝 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과시했던 것은 투스카니였다. 엔진은 2리터, 2.7리터 가솔린을 기본으로 하고, 초기에는 5단 수동변속기와 4단 자동변속기로 구성됐지만 나중에는 국산차 최초로 6단 수동변속기를 장착하기도 했다. 2.7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던 엘리사는 약 8초 정도의 가속성능을 발휘했고, 최고속도도 222km/h에 달해 스쿠프보다 훨씬 빨랐다. 



대우 G2X (2007년~2008년)

대우자동차에서 지엠대우로 넘어오고 나서 후륜구동 로드스터인 세턴 스카이를 국내에서는 G2X라는 모델명으로 판매했다. 즉, 순수 국산 혈통은 아니다. 이 모델은 2리터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264마력, 36kg.m에 5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당시에는 나름 운전의 재미가 있었던 스포츠카로 평가된다. 하지만 판매량을 높이려는 의도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들여온 만큼 가격이 매우 비쌌다. 미국에서는 2천만 원대 후반이었으나 국내에서는 4,390만 원에 출시됐고, 그나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4,460만 원으로 인상됐다. 그 결과 출시 13개월 만에 100대도 팔지 못하고 판매가 중단됐다.



어울림모터스 스피라 (2010년~2012년)

국산 최초의 수퍼카를 꿈꿨던 스피라.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기대감이 매우 높았던 모델이다. 디자인도 무난했고, 성능도 예상보다 강력했다. 특히 개발자들의 열정은 금방이라도 국산 수퍼카의 양산이 가능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회사 운영을 비롯해 아쉬운 완성도 등에 비해 가격은 1억 원대 후반으로 포르쉐 911과 맞먹는 수준이어서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현대 제네시스 쿠페 (2008년~2016년)

현대차 최초이자 국산 최초의 후륜구동 정통 스포츠 쿠페였던 제네시스 쿠페는 제네시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돼 투스카니보다 훨씬 상위 모델로 출시됐다. 국내 모터스포츠에서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모터스포츠와 드리프트카 등에 사용됐고, 세마쇼에서는 고출력 튜닝 차량들이 전시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출시 초반에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해마다 인상되는 차량 가격과 비싼 보험료, 유지비 등으로 인해 얼마 지나지 않아 판매량이 급감했다. 해외에서는 경쟁 모델 대비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성능을 바탕으로 스포츠카 시장의 기대주로 떠오르기도 했었으나 토요타 86과 마쓰다 MX-5, 닛산 370Z 등에 밀리며 씁쓸한 퇴장을 맞이하게 됐다.



현대 아반떼 스포츠 (2016년~현재)

아반떼 스포츠는 본격 스포츠카가 아니지만 그래도 가성비가 굉장히 높은 차량으로 평가받으며, 현재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차량 중 하나다. 일단 벨로스터 터보와 달리 평범한 듯하면서도 차별화된 디자인을 적용해 소비자들의 요구를 만족시켰다. 가장 중요한 주행성능 부분에서는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기본 장착하면서 기본기를 끌어올렸다. 게다가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7단 DCT 변속기는 벨로스터 터보보다 한결 더 우수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가속성능은 7초대 초반으로 과거 제네시스 쿠페 2.0 가솔린 터보보다도 빠르다. 뛰어난 가성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기에 힘입어 트림을 다양화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