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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동급 최고의 효율,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 시승기

[오토트리뷴=기노현 기자] 현대자동차 아이오닉은 2016년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시작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춘 대표적인 친환경 자동차다. 그중 전기차인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우수한 효율을 바탕으로 초기 국내 전기차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이후 배터리 용량을 늘린 경쟁 모델의 등장으로 인기가 주춤했으나, 지난 5월 2일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높인 2019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출시하면서 다시 한번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체적인 외관은 올해 초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한 하이브리드 모델과 유사하게 변경됐는데,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과 휠 디자인 정도에만 차이점이 있다. 기존 적용됐던 프로젝션 타입의 LED 헤드램프는 부분변경을 통해 다초점 반사(MFR, Multi-focus Reflector) 타입 LED 헤드램프로 변경됐다. 주간주행등은 헤드램프의 디자인과 이어지는 세로형 디자인을 사용해 일체감을 주지만, 점등은 하단부만 된다. 주간주행등은 좌우 각각 1개만 설치해야 하는 법률로 인해 결정된 것으로 짐작된다.

 


기존 차폐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상황에 따라 개폐가 가능한 액티브 에어 플랩으로 변경됐고, x 모양 패턴을 삽입했다. 이전 모델은 배터리 용량이 작아 공랭식을 사용했지만, 부분변경 모델은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면서 수랭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디자인을 입힌 16인치 에어로 휠은 바람개비 형상으로 공기역학 성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후면부 디자인은 하이브리드 모델과 거의 동일하다. 뒤에서 봤을 때 아이오닉 일렉트릭 모델임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전기차의 하늘색 번호판과, 일렉트릭 배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테일램프는 두 개의 삼각형태로 점등되고, 내부에 반짝이는 그래픽을 넣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특히 리어 스포일러 하단에 적용된 유리는 운전 중 후방 시야 추가 확보가 가능해 매우 편리했다.

 


실내에는 많은 변화를 이뤘는데, 하이브리드 모델과 동일하게 10.25인치 디스플레이와 터치식 공조기가 적용돼 고급스러운 실내디자인을 완성했다. 다만 비프음으로 피드백을 주는 터치식 공조기는 운전 중 조작하는데 불편함이 있었다. 계기반은 7인치 LCD 계기반을 적용했는데, 드라이브 모드 변경 시 그래픽이 변경되고, 전기차에 어울리는 하이테크 한 이미지를 더해 실내 디자인을 완성했다.

 


실내 디자인 중 하이브리드 모델과 차이점은 버튼식 변속장치를 사용한 것인데, 앞쪽에 넓은 수납공간이 있어 매우 편리했다. 다만 레버 방식 보다 불편하다는 운전자들의 의견이 간혹 있고,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한가지 더 아쉬운 점은 드라이브 모드 선택 버튼과 열선, 통풍시트 버튼이 변속기 뒤쪽에 위치하고 있어 조작하기 불편했다.

 


이번 부분변경 모델의 핵심은 풀체인지에 가까운 파워트레인 변경이다. 기존 최고출력 88kW(120마력)의 전기모터는 100kW(136마력)로 증가했고, 배터리 용량 역시 기존 28kWh에서 38.3kWh로 늘어났다. 개선된 모터 출력과 배터리 용량은 경쟁 모델 대비 낮은 편이지만, 가벼운 공차중량과 우수한 공기역학 성능 덕에 경쾌한 주행이 가능하고, 1회 충전 시 271km를 주행할 수 있다.

 


시승을 위해 시동을 걸면, 알림음과 계기반을 통해 시동이 걸렸음을 알 수 있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동보다는 전자제품의 전원을 켰다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기어를 D로 변경하고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굉장히 매끄럽게 출발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하이브리드의 EV 모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0.1kg.m의 전기모터는 일반 디젤 준중형 세단과 비슷한 출력이지만, 출발과 동시에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전기모터의 특성으로 인해 매우 경쾌한 주행이 가능했다. 잘 달릴 뿐만 아니라 제동 시에도 회생제동이 더해지면서 제동력 또한 우수했는데, 시내 주행 중 적극적으로 회생제동을 활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재미도 있었다. 또한 이번 부분변경 모델은 회생제동 패들시프트를 꾹 누르고 있으면 완전 정차까지 가능해 브레이크 조작 없이 운행도 가능했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로 총 세 가지가 있는데, 주행 중 일정한 강도로 가속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드라이브 모드를 변경하면 모드가 변경될 때마다 가속페달 감도가 바뀌는 것을 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특히 스포츠 모드는 가속페달이 매우 민감해져 출력이 증가한 듯한 느낌을 줬다.


시승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운전 편의성과 주행 소음이었는데 엔진 소음이 전혀 없고, 노면 소음과 풍절음도 차급에 비하면 매우 준수했다. 특히 고속도로 주행 시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기능을 활성화하면 반 자율주행을 체험할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

 


시승 간 평균 연비는 7.5km/kWh 수준으로 복합 공인연비인 6.3km/kWh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여줬다. 주간에는 계속해서 에어컨을 사용했고, 시승을 위해 여러 환경에서 주행한 것에 비해 준수한 결과였는데, 왕복이 300km가 넘는 장거리 주행은 반드시 중간에 배터리 충전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도 최근 DC콤보 규격의 급속충전기 보급이 늘어났고, 아이오닉은 80%까지 급속 충전하는데 40분이 채 걸리지 않아 비교적 불편하지 않았다.


다만,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충전구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 주유구 위치와 동일한데, 이로 인해 일부 충전소에서는 아이오닉 두 대를 동시에 충전할 경우 충전기가 닿지 않아 비스듬히 주차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충전구가 차량 전면부에 있는 것이 확실히 편리하다고 느껴졌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이번 부분변경을 통해 그동안 단점으로 지목받던 짧은 주행거리를 대폭 개선했다. 비록 볼트 EV, 코나 일렉트릭과 같은 경쟁 모델에 비해 아직 주행거리가 부족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부족함이 없고, 가격 경쟁력도 우수하다. 구매 보조금을 지급받고도 높은 전기차의 가격 때문에 구입을 망설이는 운전자들에게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경쟁력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nh@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