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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차상식

대형트럭과 버스의 RPM, 왜 승용차보다 낮을까?

[오토트리뷴=기노현 기자]  대형트럭이나 버스의 계기반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승용차에 비해 엔진 회전수가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 플래그십 트럭인 엑시언트 역시 레드존이 2,000RPM부터 시작되는데, 이는 일반 가솔린 승용차의 1/3, 디젤 승용차의 1/2 수준이다. 승용차보다 큰 힘이 필요한 대형트럭에 고회전 엔진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과 반대다.

 


우선 대형트럭에 사용하는 디젤 엔진이 가솔린 엔진보다 한계 회전수가 낮기 때문이다. 가솔린 엔진은 엔진 회전수가 높아져도 점화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플러그 점화 방식을 사용하는 반면 디젤 엔진은 압축 착화 방식을 사용한다. 압축 착화 방식은 공기가 고온 압축되는 순간 디젤 연료가 점화되어 폭발하는 방식으로, 고회전 영역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압축 착화 방식을 사용하는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높은 압축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무겁고 견고한 부품들을 사용한다. 또한 공기를 더 많이 압축해야 열에너지를 확보하기 용이하므로 피스톤 왕복 거리도 일반 엔진보다 더 길어진다. 결국 무게, 운동 거리 모두 늘어나는 만큼 관성 에너지도 커지므로 왕복운동을 반복하는 엔진의 회전수를 높이기 힘들어진다.

 


다음은 스트로크, 즉 피스톤의 왕복 거리가 긴 롱 스트로크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엔진은 숏 스트로크 엔진, 롱 스트로크 엔진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숏 스트로크 엔진은 고회전 고출력이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롱 스트로크 엔진은 높은 토크, 고효율이 요구되는 곳에 사용된다.


대형트럭은 중량물을 효율적으로 운송하기 위해 높은 토크를 발휘하는 롱 스트로크 엔진을 사용한다. 반면 롱 스트로크 엔진은 피스톤 운동 거리가 길어지는 만큼 관성이 커지고, 고회전을 사용하기 힘들어 13L의 대 배기량 엔진을 탑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출력을 높이는 것도 힘들다.

 


예를 들면 현대 엑시언트는 12.7L의 디젤엔진을 장착하고 최고출력 540마력, 최대토크 265kg.m를 발휘하고, 반대 성향인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는 6.5리터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고 최고출력 770마력, 최대토크 73.4kg.m를 발휘한다. 숏 스트로크 가솔린 엔진인 아벤타도르는 배기량은 엑시언트 보다 낮지만, 높은 출력을 발휘하고, 반대로 롱 스트로크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엑시언트는 압도적으로 높은 토크를 발휘한다. 이처럼 대형트럭과 버스의 엔진 회전수가 승용차보다 낮은 이유는 높은 토크와 효율을 얻기 위해 롱 스트로크 디젤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knh@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