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김예준 기자] 지난 2019 서울모터쇼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돼 호평받았던 랜드로버의 신형 레인지로버 이보크(이하 이보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차체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라인업 중 가장 작지만, 레인지로버의 이름이 붙은 만큼 고급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외관은 최근 출시된 랜드로버 벨라와 상당히 닮았다. 게다가 한국 시장을 위해 특별 제작된 서울 펄 실버 색상은 은은하면서도 깊이감 있는 색감을 자랑한다. 중간중간 삽입된 블랙 하이그로시와 새롭게 적용된 구리색 장식품들 역시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이보크의 고급스러움은 구형 대비 크게 향상됐다.
헤드램프는 LED 램프가 적용돼 상당히 얇아졌고, 램프 주변을 감싸고 있는 주간주행등은 이보크의 존재감을 극대화해준다. 얇으면서도 가로로 긴 그릴에는 블랙 하이그로시를 적용시켜 은은한 빛을 풍기고, 가변형 에어 플랩이 적용돼 최상의 냉각 성능을 뽐낸다. 범퍼 하단부에 위치한 공기 흡입구는 막혀 있지만 크기가 커 이보크의 역동성을 살리는 요소로 훌륭하다. 또한 범퍼 하단부를 스키드 플레이트로 꼼꼼히 처리해 오프로드 주행에 대한 대비도 잊지 않았다.
측면은 기존 이보크의 특징을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벨라를 연상시켜 고급스러움과 세련미까지 탑재했다. 뒤로 갈수록 내려가는 루프라인과 반대로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벨트라인, 작은 창문들까지 기존 이보크의 특징을 그대로 따랐다. 그러나 그 아래에 위치한 자동 전개식 도어 핸들과 1열의 도어부터 펜더까지 이어진 구리 색상의 엑센트, 직선을 강조한 캐릭터 라인들은 벨라와 동일하다. 시승차인 이보크 퍼스트 에디션의 경우 20인치의 휠까지 적용돼 더욱 역동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유사했던 테일램프는 가로로 길게 이어진 형태로 변경돼 벨라를 연상시키며, 시퀀셜 타입의 방향지시등을 적용해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LED가 적용된 후진등은 트렁크 하단부로 이동했고, 범퍼 하단부에는 머플러 형상의 장식이 적용됐다.
실내의 고급스러움은 이전 모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가로로 길게 뻗은 센터패시아 상단부 전체를 가죽 무늬와 유사한 우레탄으로 꾸몄고, 그 아래 전체는 가죽으로 덮었다. 이보크 역시 터치 프로 듀오 시스템이 적용돼 상단부와 하단부에는 각각 10인치의 터치스크린이 적용됐다. 상단부는 멀티미디어와 내비게이션, 하단부는 공조기와 차량 세부 설정 등의 기능으로 분리돼 구별도 확실하다. 또한 차량에 적용된 메르디안 오디오 시스템은 스피커의 역할이 잘 구분돼 또렷한 가수의 음색을 들려줬다.
기존의 로터리 타입 변속기는 기어봉 타입의 전자식 변속기로 변경됐고, 직관적이다. 운전자 쪽으로 잡아당기면 스포츠 모드로 변경되고, 수동모드도 지원한다. 또한 센터 콘솔이 상당히 높아 기어봉 하단부에도 별도의 수납공간을 갖췄고, 컵홀더와 콘솔 박스의 깊이는 상당히 깊어 다양한 물품을 보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운전석에는 12.3인치의 전자식 계기반이 적용돼 전체 화면을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하거나 다양한 기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분활 기능을 제공한다. 그러나 RPM 게이지에서 간혹 끊기듯 RPM이 오르거나 내려가 개선의 여지를 남겨뒀다. 스티어링 휠은 설정에 따라 버튼이 바뀌는 기능이 적용돼 높은 활용도를 자랑한다.
투톤 색상이 적용된 가죽 시트는 운전자를 잡아주기보단 크고 푹신한 형태로 제작돼 안락한 승차감을 구현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추가로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3개까지 시트 포지션 설정이 가능한 메모리 시트 기능이 적용됐다. 그러나 요즘 같은 더운 날씨에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통풍시트가 적용되지 않아 상당히 아쉽게 느껴졌다.
이보크는 2리터 디젤 2가지, 가솔린 1가지로 구성돼 총 3가지의 파워트레인을 제공하는데, 이번에 시승한 이보크 퍼스트 에디션의 경우 180마력의 최고출력과 43.9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후드 아래에는 랜드로버 차량답게 도강에도 신경 써, 고무로 엔진룸 내부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했고, 두툼한 흡음재를 적용해 엔진 소음을 최소화했다. 실제로 후드를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 귀로 전해지는 엔진 소음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이 느껴졌다.
여기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까지 더해져 고효율을 발휘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저속에서는 엔진 동작 없이 모터로만 차를 움직여 전기차를 탄 듯 조용히 주차장을 빠져나갔고, 가속 시 그 힘을 온전히 엔진에 보태 넘치지 않지만, 부족함 없는 동력 성능을 만들었다.
승차감 역시 마찬가지다. 신형 이보크는 다이내믹함을 지향하는 SUV가 아닌 안락함을 전면에 내세운 SUV다. 안락함을 지향하기에 댐퍼의 길이도 상당히 긴 편에 속해 와인딩과 같은 험한 길보다는 도심, 고속도로 같은 길을 꾸준한 속도로 항속할 때 상당히 안락하게 느껴졌다. 또한 적은 힘으로도 가볍게 움직이는 각종 페달류들과 스티어링 휠 역시 나긋나긋한 주행을 유도한다. 직접 타보니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사랑하는 이유를 알게 만들었다.
여기에 차량 내부에 부족함 없이 사용된 흡음재는 차량의 노면 소음을 철저하게 걸러준다. 특히 창문의 경우 이중 접합 유리를 사용하지 않고도 상당히 두꺼웠으며, 도어를 열고 닫을 때는 상당히 묵직하게 움직인다. 열고 닫을 때 불편할지 몰라도,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데 큰 역할을 해 주행 중 실내는 상당히 뛰어난 정숙성을 자랑했다.
차량 곳곳에 적용된 첨단 및 편의사양도 마찬가지다. 특히 퍼스트 에디션의 경우 다양한 사양을 탑재했다. 다양한 모드를 지원하는 사륜구동 시스템은 별다른 조작 없이 구동력을 배분해 안정감 있는 주행을 도왔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뛰어난 차량 인식률을 보여준다. 그러나 차선을 인식하는 차선 유지 어시스트 시스템은 차선을 인식하더라도 차량이 차선을 완전히 벗어나야만 비로소 작동해 아쉬움을 남겼고, 작동 시 스티어링 휠의 답력이 급속도로 높아져 큰 이질감을 만들었다.
하지만 샤크 안테나에 부착된 카메라로 후방의 시야를 비춰주는 클리어 사이트 룸미러는 낮과 밤 가릴 것 없이 상당히 뛰어난 화질을 자랑했고, 지붕 전체에 적용된 고정식 파노라믹 선루프는 만족도를 크게 높여주는 편의사양으로 주행 내내 큰 만족감을 선사했다.
이보크가 추구하는 방향은 뚜렷했다. 남들과 다르면서도 고급스러운 차량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정확히 공략하고 있었다. 같은 역할을 하는 가방일지라도 값비싼 명품을 추구하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명품은 단순히 좋은 소재 혹은 비싼 소재를 사용했다고 해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제품이야 너무나도 훌륭했지만, 완벽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제품 외적인 부분까지 확실하게 챙길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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