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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모아 보는 자동차 테마

2020년 5월 국산차 판매량의 희비, 무엇이 갈랐나?

[오토트리뷴=김예준 기자] 이달 초 지난달 국산차 전체 판매량이 공개됐다. 전체 판매량만 따지면 역시나 현대차가 강세를 보였지만, 체급으로 세분화한다면 현대를 제외한 나머지 차량들이 강세를 보이기도 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경차 = 인지도, 기아 모닝(3,452대)
첫차와 유류비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경차는 소형 SUV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판매량이 감소했다. 월 5천 대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경차 판매량 1위인 모닝의 판매량은 3천 대 중반까지 하락한 상태다. 한때 모닝의 경쟁 모델인 쉐보레 스파크가 모닝을 앞지르며 경차 판매량 1위를 달리던 시절도 있었지만, 모닝이 다양한 편의 및 안전사양을 추가하자 순위가 뒤바뀌게 됐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모닝이 판매량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 중에서 편의 및 안전사양이 풍부하다는 인지도가 큰 역할을 했다.

 


준중형 = 상품성, 현대 아반떼(8,969대)
국민차 반열에 오른 아반떼가 역시나 준중형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다. 현행 모델 출시 이전 아반떼는 ‘삼각떼’라는 소비자들의 조롱을 당하며 판매량은 평균 월 4천 대 수준을 유지했다. 또한, 소비자들은 경쟁 모델인 기아 K3 대신 소형 SUV를 구매해 준중형 세단 시장 역시 소형 SUV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4월, 다양한 편의 및 안전사양을 대거 적용한 아반떼가 출시하자 다시금 준중형 세단의 판매량이 높아졌다. 특히 아반떼는 4월에 이어 5월까지 8천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중형 = 상품성, 기아 K5(7,451대)
현대 쏘나타가 강세를 보이던 중형차 시장에서 기아 K5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3세대 K5는 스포티한 디자인과 함께 기존 K5에서 적용되지 않았던 신사양들이 대거 적용되며 출시 이후 월평균 7천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특히 일부 사양에서는 경쟁 모델인 쏘나타보다 좋아진 모습을 보여줬고, 결국 쏘나타를 이기며 중형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준대형 = 인지도, 현대 그랜저(1만 3,416대)
대형차를 포함한 준대형차 시장에서 그랜저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1986년 처음 출시된 그랜저는 대형차로 시작했고, 이후 체급을 살짝 낮춰 3세대부터는 준대형차 시장에서 막강한 힘을 자랑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는 일반 소비자들부터 법인차 시장까지 장악해 현재 1만 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국산차 전체 판매량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랜저가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인지도가 가장 크며, 차급에 걸맞은 다양한 신사양들과 편의사양, 안전사양까지 빼놓지 않고 챙겼기 때문이다.
 


대형 = 선호도, 제네시스 G90/기아 K9(601대)
모든 제조사의 플래그십 세단은 다른 차급에 비해 판매량이 높지 않다. 국내 역시 마찬가진데, 지난 5월은 G90과 K9이 동일한 판매량을 기록하는 의외의 결과를 보여줬다. 매달 더 비싸지만, 호화 사양을 두루 갖춘 G90의 판매량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K9은 지난 4월 대비 판매량이 소폭 상승했다. 반면, G90은 판매량이 감소했다. 평소와 다른 판매량을 기록한 지난 5월은 소비자들의 선호도에 따라 판매량이 갈렸다고 보기 충분하다.

 


소형 SUV = 크기, 기아 셀토스(5,604대)
소형 SUV라고 하지만 다 같은 소형 SUV가 아니다. 아직 소형 SUV라는 체급이 생긴지 얼마 안 된 만큼, 국내에서 판매 중인 소형 SUV들은 아직 크기가 너무 제각각이다. 또한 국내 소비자들은 큰 차 선호 현상은 소형 SUV에서도 동일했다. 그 결과 소형 SUV 중 큰 편에 속하는 셀토스는 출시 이후 기존 소형 SUV의 강자들은 단숨에 제압하며 판매량 1위를 유지 중이다. 그 뒤를 쿠페형 소형 SUV인 XM3가 바짝 추격 중이다.

 


하지만 셀토스가 소형 SUV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월 출시한 트레일블레이저는 동급에서 가장 큰 크기와 상위 차종을 넘보는 편의사양으로 소비자들에게 높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판매량은 관심에 반비례하며 높지 못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이슈 덕분에 트레일블레이저의 수입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쉐보레는 조만간 부품 수급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밝혀, 문제가 해결되면 판매량 1위 셀토스에게 최대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준중형 SUV = 가성비, 현대 투싼(2,353대)
신형 모델의 출시가 예고됐지만, 투싼은 준중형 SUV 중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일부 소형 SUV의 가격이 투싼과 겹치거나 혹은 더 높아졌고, 투싼이 연식변경을 진행하며 가성비를 높였기 때문이다.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는 소형 SUV를 선택하고 유행에 민감하지 않으면서 넓은 실내공간과 편의사양을 중점에 둔 소비자들이 투싼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대비된다.

 


중형 SUV = 상품성, 기아 쏘렌토(9,297대)
3월 출시된 쏘렌토는 기존에도 그렇듯, 경쟁 모델인 현대 싼타페보다 크기를 더 키웠다. 기아차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첨단사양 및 편의사양을 강화시켜 쏘렌토의 체급을 높였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쏘렌토를 중형 SUV로 보고 있다. 중형급 쏘렌토가 소비자들에게 선택받는 이유는 바로 큰 차체 크기와 첨단사양 및 상위 차종을 넘보는 편의사양들 덕분이다. 상품성이 좋아진 차량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기에, 쏘렌토는 싼타페를 높은 수치로 따돌리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대형 SUV = 상품성, 현대 팰리세이드(4,177대)
출시 이후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지만, 아직도 출고 적체 현상을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팰리세이드는 출시 당시 기존 현대차에서 보지 못했던 탑승자 중심의 편의사양으로 상품성이 높았고, 큰 차체에 반비례하는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돼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관심은 구매까지 이어져 출시 초반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뛰어넘는 기이한 현상을 만들기도 했다. 현재도 출고 적체 현상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각 체급별 1위 차량들은 각각의 이유로 1위를 차지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신차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최신 차량이라는 점이다. 과거의 신차효과는 잠깐 동안의 체급별 치열한 경쟁에서 쉬어가는 단계일 뿐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는 신차가 체급별 1위를 꾸준하게 유지하는 일이 잦다.

 


이는 신차를 위주로 디지털 기기에 능숙한 소비자들에게 익숙하도록 다양한 첨단 디지털 사양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현대 기아차 위주로 커넥티드 서비스 같은 스마트폰 연동 최신 기술을 체급에 상관없이 폭넓게 적용 중이다. 


그러나 다른 제조사들에게는 아직 제대로 된 커넥티드 같은 서비스들이 적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디지털 기능을 강화한 현대 기아차는 차에서도 얼리어답터가 된 듯한 느낌을 전달해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고 있다. 과거의 통용됐던 ‘옵션의 현대 기아차’가 이제는 ‘디지털 기기의 현대 기아차’가 된 것이다. 현재는 다른 브랜드에서도 커넥티드 서비스 같은 최신 기술을 순차적으로 적용하고 있는데, 최신 기술이 상향 평준화가 될 때까지는 현대 기아차가 판매량 상위권을 유지하는 일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kyj@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