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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BMW 신형 330i X 드라이브는 완벽했다. 다만, 가격이 문제일 뿐

[오토트리뷴=김예준 기자] 1975년 출시 이후 콤팩트 스포츠 세단의 교과서로 통하는 3시리즈가 어느덧 7세대로 진화해 다시 한번 한국을 찾았다. 특히나 이번 3시리즈는 환골탈태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모든 부분에서 진화했고, 완벽해졌다. 다만, 가격이 아쉽다.

 

 

전면은 구형 3시리즈와 비교하면 한층 거대해진 느낌을 전달하는데, 이는 BMW의 모든 모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으로 더 커진 키드니 그릴 덕분이다. 또한 키드니 그릴 외부를 크롬으로 처리했고, 안쪽 부분은 검은색으로 처리해 더 커진 크기가 확 와닿는다. 

 

 

이와 함께 전면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헤드램프는 혁신에 가깝다. 7시리즈부터 적용됐지만, 국내에선 법규 문제로 인해 적용이 힘들던 레이저 헤드램프가 신형 3시리즈엔 기본 적용돼 한층 또렷한 인상을 풍긴다. LED 램프를 뛰어넘는 시인성을 자랑하는 레이저 램프는 최대 전방 500미터까지 밝게 비춰줘 야간 운전 시 또렷한 시야 확보가 용이하다.

 

범퍼 하단부엔 중앙엔 커다란 공기 흡입구와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을 위한 레이더가 위치하며 검은색으로 처리해 일체감을 이루고 있다. 범퍼 양 끝에 위치한 ‘T’자형 안개등은 유속의 흐름을 위해 뚫어놓은 에어커튼과 한 개의 부품처럼 붙어있다.

 

 

차체는 구형 대비 커졌지만, 측면의 비율은 기존 3시리즈들처럼 완벽함을 자랑한다. 긴 보닛부터 루프라인과 BMW의 상징인 둥근 C 필러인 호프 마이스터킥을 거쳐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측면의 라인은 완벽한 후륜구동 세단의 비율을 자랑하고, 직선으로 길게 뻗은 캐릭터 라인은 안정감을 부여하고, 차량을 한층 길어 보이게 만드는 일등 공신이다. 직선이 강조돼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는 측면을 방지하기 위해 2열의 도어 핸들을 1열보다 높게 위치시키는 센스도 발휘했다.

 

 

후면은 기존 3시리즈에선 볼 수 없던 무게감이 느껴지도록 직선을 강조하는 형태다. 좌우로 길게 뻗은 트렁크 리드와 ‘L’자 형태의 테일램프는 무게감을 더한다. 특히 ‘L’자형 테일램프는 앞으로 모든 BMW 모델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될 패밀리룩의 요소 중 한 개다. 트림에 따라 후면 역시 전면처럼 ‘T’자 형 반사등과 에어커튼이 한 개의 부품을 이루고 있어 일체감을 이룬다. 이번에 시승을 한 330i의 경우 320d와 달리 동그란 듀얼 머플러를 장착해 디자인적 차이를 두고 있다.

 

 

실내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적용해 이전 모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급스럽다. 센터패시아가 운전석 쪽으로 기울어져 운전자 중심의 구조는 비슷하지만 신형은 여기에 고급스러움까지 입었다. 10.25인치의 터치디스플레이는 차량의 다양한 설정을 지원하고, 신형 i 드라이브로 바뀌며 내비게이션의 그래픽도 이전보다 화려해져 쓸 만해졌다. 게다가 차량에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이동 위치를 표시하는 화살표의 색상이 바뀌는 세심함도 자랑한다.

 

터치디스플레이 아래 위치한 공조기는 더 작아졌지만 주요 버튼은 은색으로 처리해 고급스러워졌고, 상위 모델인 5시리즈처럼 운전석과 조수석의 개별 온도 조절뿐만 아니라 바람의 방향까지 개별적으로 설정이 가능하다. 차량의 각종 첨단 사양은 에어벤트 가운데에 위치한 버튼 한 가지로 조절이 가능해 주행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 

 

 

이 밖에 시동 버튼과 주행과 관련된 버튼은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된 신형 전자식 변속기 주변에 모여 있어 시선의 분산을 최소화하며 조절이 가능하다. 그러나 주행 모든 변경 버튼의 위치가 아쉽다. 기어봉 뒤쪽에 위치해 주행모드를 변경할 때 간혹 손가락을 꺾은 상태로 조절해야 할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운전석은 이전 모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급스럽다. 센터패시아의 터치디스플레이보다 큰 12.3인치의 디스플레이 계기반은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고, HUD 역시 이전보다 월등해진 그래픽과 더 커진 크기로 다양한 정보를 비춰준다. 

 

 

시승 차량은 M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된 차량이 아니지만 허리 지지부가 생각보다 높게 위치해 운전자를 잘 잡아주고, 스포츠카처럼 낮은 시트 포지션을 제공한다. 스티어링 휠엔 열선 버튼도 존재하며, 패들시프트 다이내믹한 운전을 가능케 한다. 무엇보다 직관적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활성화 버튼은 크루즈 버튼만 누르면 기본적으로 도로 제한속도로 알아서 설정돼 편리함을 자랑한다.

 

 

330i의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신형 3시리즈는 2리터의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다. 이 엔진은 트윈터보를 탑재해 258마력의 최고출력과 40.8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0-100km/h의 가속을 단 5.6초면 끝낸다. 특히나 터보 렉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 국도와 고속도로, 와인딩을 넘나들며 약 100km에 가까웠던 시승코스에서 큰 재미를 전달했다.

 

 

신형 3시리즈는 포장도로에서는 이전보다 한층 안락해진 승차감을 자랑해 시승 초반엔 3시리즈 고유의 성격이 옅어진 듯해 실망감을 줬지만, 걱정에 불과했다.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통해 가상이지만 8기통 엔진 같은 강렬한 배기음을 내뿜는다. 또한 한층 탄탄해진 서스펜션과 기민한 조향감을 선사하는 가변식 기어가 적용된 스티어링 휠은 다이내믹한 주행을 부추기고 또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의 정확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탄탄한 승차감이 되려 비포장길에선 불쾌감을 선사했다. 기본적으로 댐퍼의 스트로크가 짧은 3시리즈의 서스펜션은 비포장길에서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이는 연속된 장애물을 만나면 충격이 미처 걸러지기도 전에 다음 충격과 중첩돼 운전자에게 불쾌감을 전달했다. 이는 3시리즈뿐만이 아닌 스포츠 세단의 극복하기 힘든 문제점 중 하나다.

 

 

하지만 포장도로에서는 거침없이 움직인다. 특히 이번 시승차에 적용된 X 드라이브는 코너가 연속적인 와인딩 코스에서 빛을 발했다. 많은 사람들이 안전을 위해 선택할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인 X 드라이브는 굽이친 코너를 만나면 어느 정도 뒤가 미끄러지는 것을 허용해, 재밌는 운전을 돕는다. 하지만 차를 더 미끄러지도록 몰아 부처도 정해진 한계치가 넘어가면 어김없이 구동력을 조절해 미끄러짐을 방지했다. 3시리즈가 스포츠 세단의 교과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다.

 

스포츠 세단의 교과서 자리를 지켜냈고,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급스러워진 신형 3시리즈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점이 남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는데, 바로 가격이다. 

 

 

이번 시승을 통해 경험한 차량은 330i X 드라이브 럭셔리로 가격은 6,320만이다. 동급의 프리미엄 차량들과 비교하면 결코 비싼 가격은 아니다. 그러나 이 가격이면 더 크고 편의사양이 풍부한 5시리즈도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3시리즈가 더 비싸 보인다. 재밌는 3시리즈를 남들에게 추천해주기 힘든 이유기도 하다. 3시리즈의 재미를 느껴봤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길게 남았다. 

kyj@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