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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높은 인기엔 이유가 있었다, 볼보 크로스컨트리 시승기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볼보는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거센 인기가 지속돼 원활한 물량 수급을 호소하는 지역이 많다. 길게는 1년까지 대기해야 구입할 수 있는 볼보의 최신 모델, V60 크로스컨트리(이하 크로스컨트리)를 시승했다.

 

 

볼보 크로스컨트리는 세단과 SUV, 그리고 왜건의 장점을 한데 모은 차량이라 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다재다능하다 말할 수 있지만, 뚜렷한 장점이 없다면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차량이 될 수 있다. 강원도 원주에서 평창, 그리고 강릉까지 이르는 시승 코스에서 크로스컨트리가 가진 다양한 매력을 직접 경험했다.

 

 

세단의 정숙성과 편안함
크로스컨트리의 실내는 볼보 특유의 세련됨과 미니멀리즘이 구현된다. 차량 제어 메뉴는 센터패시아 디스플레이에 통합 적용되고, 시트 열선과 공조장치 등은 터치식으로 조작한다. 처음 볼보 모델을 시승했을 때는 터치식 작동에 이질감을 느꼈다. 그러나 다양한 모델들을 여러 차례 시승하면 할수록 익숙하고 편리하다. 단지 디자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실용성도 고려했음을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게 된다.

 

 

가죽 시트는 전동 조작과 안마 기능이 포함된다. 허벅지 지지대 부분도 연장돼 어떤 체형이든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시승 일정 상 하루에 300km 이상을 운전했는데, 그다지 피로함을 느끼지 못했다. 인체공학적인 디자인과 고급 소재가 어우러진 시트가 시종일관 편안함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크로스컨트리에는 최고출력 254마력, 최대토크 35.7kg.m 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장착된다. 정숙성과 매끄러운 가속성능은 흠잡을 곳 없이 매력적이다. 세단 모델인 S60보다 전고가 70mm가량 높아졌지만, 실내에서의 느낌은 세단 그 자체다. 엔진음은 미미하게 실내로 유입되고, 풍절음과 하부 소음 역시 절제됐다. 고속 영역에 진입하거나 바람이 세차게 부는 경우가 아니라면 세단의 정숙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고속도로 주행에는 파일럿 어시스트를 주로 활용했다. 차간 거리 조절은 물론 완전 정차와 재출발까지 지원하는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이 종합적으로 작동한다. 전방 차량과 차선 인식률이 매우 뛰어나 신뢰성이 높고, 장거리 운전에도 편안함을 보장한다. 파일럿 어시스트는 저속 구간에서도 작동하기 때문에 시내 및 국도 주행에도 활용했다. 시내 구간에서는 오차 없이 한결같은 정확함을 보였지만, 국도에서 급격히 경사를 이루는 코너에 진입할 때는 간혹 차선 인식이 늦어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아직까지는 운전자를 보조하는 시스템인 만큼, 온전히 맹신하는 것은 주의해야겠다.

 

 

SUV의 강력한 주행성능
크로스컨트리는 세단을 기반으로 한 모델이기 때문에, 공도 주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거친 산악지형을 오가는 정통 오프로더의 역할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그러나 극단적인 오프로드가 아닌 주말여행이나 캠핑과 같은 야외 활동을 즐기기에는 충분한 모델이다. 도심형 SUV의 기능을 충분히 대체하고도 남는다.

 

 

기본 장착된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전륜 구동으로 연비를 향상시킨다. 노면 상황에 따라 전륜과 후륜 구동력은 최대 50:50으로 배분되며, 빙판길이나 진흙길 등에서 앞바퀴가 접지력을 상실해 미끄러지면 후륜으로 동력이 전달된다.

 

 

206mm의 최저지상고와 하부 몰딩은 디자인만을 위한 변화가 아니다. 해발 1,256m의 평창 청옥산 육백마지기를 올라가면서 얻은 결론은 기능성에 충실한 구성이라는 점이다. 가파른 경사로에 자갈과 모래가 섞인 도로를 주행하고, 비포장도로를 헤쳐나가기도 했다. 시승 당일 새벽까지 내린 비로 인해 진흙 구덩이가 즐비한 구간도 일부 섞여 있었다. 일반 세단을 운전했더라면 분명 하부 손상을 염려했을 텐데, 크로스컨트리는 그런 걱정이 전혀 들지 않았다.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최저지상고가 실제 주행에서는 크게 작용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크로스컨트리의 드라이브 모드에는 볼보 SUV 모델에서 볼 수 있는 오프로드 기능도 포함된다. 오프로드 모드는 험한 지형이나 비포장도로를 주행할 때 차량 접지력을 극대화한다. 스티어링 휠 조향은 보다 가벼워지고, 경사로 감속 주행장치가 활성화된다. 오토 스톱 앤 스타트 기능은 비활성화되고, 시속 40km/h를 초과 시 자동으로 컴포트 모드로 변경된다. 육백마지기 정상에서 평지로 내려오는 급경사로에서 경험한 오프로드 모드는 일반 세단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안정감을 선사했다.

 

 

왜건의 공간 활용성
크로스컨트리는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강력한 주행성능만으로도 뛰어난 모델이지만, 실용성 면에서도 가치가 높다. 야외 활동이 인기를 더해가는 요즘 추세에 딱 맞는 광활한 공간 활용성이 매력을 더한다. 트렁크 기본 적재공간은 529리터이고,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441리터까지 확장된다.

 

 

단순히 공간만 넓은 것은 아니다. 쇼핑백이나 가방 등을 걸 수 있는 고리, 작은 물건들을 고정할 수 있는 밴드 등이 갖춰져 세심한 배려를 더한다. 트렁크 입구가 바닥면과 수평을 이뤄 무거운 짐을 적재할 때도 편리하고, SUV보다 낮은 높이로 수월하게 물건을 넣고 꺼낼 수 있다. 전동식 트렁크까지 갖춰 양 손에 짐을 가득 든 상태에서도 편리한 이용이 가능하다.

 

 

모든 것을 다 갖춘 것처럼 보이는 크로스컨트리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뛰어난 성능만큼 먹성도 좋아서 평균 연비 10km/l를 달성하려면 어지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거침없는 가속감으로 인해 연비 운전만 고집하기는 어려웠다. 주행 가능 거리는 일정 구간마다 다시 표시되는데, 연료가 바닥을 드러낼수록 편차가 크게 나타나 신뢰성이 부족했다.

 

다른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당장 구입할 수 없다는 점이다. 빨라야 연말 이전에 차를 받거나 아니면 1년 이상 대기해야 하는 소비자들이 상당수다. 볼보코리아는 내년 물량 수급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하지만,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큰 위안이 되지 못한다.

 

 

크로스컨트리는 탈수록 매력적인 모델이다. 흔히 말하는 일석삼조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데다, 5천만 원대의 가격은 중형 SUV XC60과 비교해 최소 1천만 원 이상 저렴하다. 올해 볼보코리아는 1만 대 판매 목표를 세웠는데, 그중 20%를 크로스컨트리 라인업으로 달성할 계획이다. 물량 수급만 원활하다면, 목표를 뛰어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kjh@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