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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가성비와 안전성 모두 합격, 혼다 CR-V 시승기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첨단사양과 안전사양의 만남은 사고예방 효과는 물론이고, 운전자의 피로도까지 줄여줘 자동차 시장에 빠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다운사이징 엔진과 뛰어난 실용성을 무기로 한 혼다CR-V도 최근 혼다센싱이 포함된 투어링 모델과 가성비가 뛰어난 3천만 원대의 전륜구동 모델을 추가했는데, CR-V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정도로 시장 반응이 뜨겁다.

 

 

운전자를 방해하지 않는 첨단 안전사양
혼다센싱은 안전 운전 보조장치로 전방의 레이더와 카메라가 주변의 다양한 정보를 파악해서 사고를 방지하거나 회피하게 돕는 기술이다. 여기에는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인 LKAS와 저속 추종 시스템 LSF, 흔히 ACC라고 불리는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도 포함된다. 당연히 여기서 끝이 아니라,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인 CMBS, 레인 와치, 멀티 앵글 후방카메라, 전후방 센서, 오토 하이빔 등으로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이하 LKAS)은 국내 타사보다 능동적이지 않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세팅이다. 국산 모델들은 평소에 LKAS를 활성화해 두면 운전대가 제멋대로 움직이고, 운전자의 조향까지 방해해서 끄고 싶을 때가 많다. 특히 코너가 심한 와인딩 코스에서는 오히려 위험하기도 한데, CR-V LKAS는 차선을 벗어나려고 할 때 잡아줘서 활성화를 해 놔도 스트레스가 별로 없다.

 

 

운전대 우측에서 활성화시킬 수 있는 ACC는 차간거리까지 조절이 가능해서 어떤 운전자도 한 번만 알아 두면 쉽게 조작이 가능하다. 아무리 기능이 좋고, 많아도 조작이 복잡하면 사용하지 못하는 운전자도 많기 때문에 이렇게 직관적인 배치는 칭찬할 만하다. 물론 LKAS도 운전대에서 쉽게 조작할 수 있다.

 

 

두 가지 기능을 모두 작동시킨 상태에서 고속도로를 주행하면 운전대가 코너에 맞게 자동으로 움직이고, 앞 차간 거리와 속도를 맞춰서 조절한다. 쉽게 말해 반자율주행이 가능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운전대에서 손을 떼거나 시야를 다른 곳에 두는 것은 위험하지만, 운전자의 피로도는 크게 줄여줄 수 있다. 갑자기 다른 차량이 끼어들더라도 이를 인식해 속도를 줄여주는 기능까지 있기 때문에 방심해도 될 것 같은 유혹을 떨치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조심은 해야 한다.

 

보통 반자율주행 기능은 이미 끝이 났다. 그러나 혼다의 저속 추종 시스템인 LSF는 도심에서도 유용한 기능이다. ACC는 보통 고속도로를 위한 기능이라서 도심에서 쓰기는 불편하거나 위험한데, LSF는 도심 주행에 특화된 반자율 기능이라서 가다 서다를 알아서 해준다. 페달에서 발을 계속 밟고 있지 않아도 되니, 발목에 무리도 덜 가고, 당연히 편하다.

 

 

HUD는 플로팅 타입이지만, 가시성이 뛰어나고, RPM까지 표시해준다. 사이드미러 하단으로 위치한 카메라는 사각지대를 비춰서 터치스크린에 띄워 주행 중 혹시 모를 사고까지 막아 주기도 한다. 야간에는 오토 하이빔 기능으로 헤드램프의 상하향을 자동으로 바꿔주고, 운전자 피로도까지 감지해서 졸음운전을 사전에 막아 주기도 한다.

 

 

깜짝 놀란 배기량, 그리고 출력
혼다센싱이 이번에 출시된 CR-V의 가장 큰 변화이긴 하지만, CR-V 자체의 주행성능도 당연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배기량이 무려 1,498cc 1.5리터에 불과하다. 출력은 193마력, 최대토크는 24.8kg.m으로 배기량에 비해 성능이 매우 뛰어난 편이다. 사실 그냥 시승했을 때는 2리터 가솔린 엔진 정도로 예상됐는데, 제원표를 보니 놀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무난한 가속감을 누릴 수 있었다.

 

가속성능에서 별다른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출력이나 토크가 낮지 않고, 무단변속기가 맞물려 변속 스트레스가 없어서다. 특히나 공차중량이 1,590kg에 불과할 정도로 가볍다는 것도 주행성능에 큰 영향을 미쳤다. CR-V보다 작은 현대 투싼도 공차중량이 1.7톤을 넘는데, 그에 비하면 정말 가벼운 수치다.

 

 

공차중량이 가벼워서 운전대를 틀었을 때의 반응도 비교적 칼같이 재빠르다. 서스펜션은 SUV이지만, 그래도 국산 SUV와 비교해서는 비교적 탄탄한 편이고, 필요 이상으로 출렁거리거나 쏠리는 현상은 벌어지지 않는다.

 

시트가 커 보이지만, 몸은 잘 받쳐주고, 운전석의 시야도 좋아서 누구나 운전하기에 편안한 구성이다. 사이드미러로는 테일램프가 살짝 튀어나와 보이고, 전방으로는 울퉁불퉁한 후드가 튀어 올라와 있어서 뭔가 색다른 재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젊은 층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겠지만, 타겟을 50대 이상까지도 잡는다면 계기반의 한글화는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유모차를 세워서 적재 가능한 실내
1열이나 2열 모두 탑승해보면 꽤 넓다. 2열은 시트 각도 조절도 가능하고, 헤드룸이나 레그룸 모두 넉넉하다. 특히 2열의 도어는 기함급 세단처럼 거의 90도로 열 수 있다. 이게 사람만 승하차할 때는 특별히 좋은지 모를 수 있는데, 마트를 가면 정말 좋은 기능이다. 도어가 활짝 열려 짐을 싣거나 내릴 때 굉장히 유용해서다.

 

 

아이가 있는 입장에서 유모차는 늘 골칫거리인데, 적어도 CR-V에서는 골칫거리가 아니었다. 시각적으로는 현대 투싼? 조금 더 커봐야 싼타페랑 비슷하겠다 싶었는데, 유모차를 세워서 적재가 가능했다. 기자가 사용하는 유모차는 유모차 중에서 가장 큰 S사의 제품인데, 이게 세워서 적재가 된다. 물론 아이가 타는 부분 정도는 떼어내야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세워서 적재가 가능한 SUV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나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등이 아니고도 가능하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심지어 트렁크는 2단으로 구성이 가능해서 차박을 하거나 큰 짐을 적재할 때는 바닥 높이 조절도 가능하다.

 

 

아이가 있는 아빠의 입장에서
결혼을 하기 전, 아이를 낳기 전에는 차량 선택이 자유로웠다. 혼자 벌어서 혼자 쓰고, 혼자 타고, 모든 게 내 중심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이가 생기니, 짐도 많아지고, 카시트도 챙겨야 하고, 가족들도 태워야 하고, 조건이 많이 붙게 됐다. 대부분의 아빠들이 그럴 것 같다. 아이나 가족이 함께 타니, 안전하기도 해야 하고, 여기저기 쓸 돈도 많아지니 차량 유지비도 많이 들어가면 부담이다. 이런 관점에서 혼다 CR-V는 많은 아빠들을 고민에 빠지게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살펴봐야 하는 것들
세금이 저렴한 배기량, 조용하고, 부드러운 파워트레인, 연비가 좋은 건 보너스, 크기 대비 압도적인 트렁크, 5명이 탑승해도 편안한 시트, 안전한 주행을 돕는 첨단사양, 3천만 원대부터 4천만 원대의 다양한 가격. 
 
bbongs142@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