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서울모터쇼는 국내에서 열리는 모터쇼 가운데 유일하게 세계 자동차 연합회의 공인을 받은 공신력 있는 행사다. 규모와 역사 면에서 두드러진 서울모터쇼는 매회 개최될 때마다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행사에서 살펴본 국내 자동차 시장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SUV는 지속적인 강세, 세단은 하락세
이번 모터쇼에는 총 16개의 주요 제조사 부스가 마련됐다. 매회 그렇듯 콘셉트카와 출시를 앞둔 모델들이 전시돼 시선을 집중시켰는데, 올해는 SUV 모델들이 대거 등장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국내 시장에 출시될 SUV 모델은 무려 15개가 넘는다. 유럽과 일본 대중 브랜드의 소형 및 준중형 SUV부터 국산 브랜드의 대형 SUV, 그리고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들까지 범위도 넓다.
반면, 신차로 선보인 세단 모델은 혼다 시빅스포츠와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 닛산 알티마와 재규어 XE, 현대 쏘나타 터보와 하이브리드 등에 국한돼 대조적이다. 모터쇼 이전에 미리 공개됐거나 사전예약이 진행 중인 모델들을 포함하더라도 SUV에 비해 수가 적다.
소비자들의 수요가 SUV로 몰리는 만큼 이러한 변화는 필수불가결하다. 판매량에 민감한 제조사 및 수입사는 시장 흐름에 따라 잘 팔리는 모델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18년 5,530여 대를 판매해 전년대비 14% 성장을 기록한 한불모터스는 전체 판매량의 약 88%를 푸조 SUV 라인업이 차지했다. 올해는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와 C3 에어크로스, DS3 크로스백 같은 SUV 신모델을 대거 투입해 판매량을 26% 신장할 계획이다.
저조한 모터쇼 참가율, 다양화되는 마케팅
국내에서 개최되는 모터쇼인 만큼 한국 5대 제조사들은 빠짐없이 참가했지만, 수입 브랜드 가운데 상당수가 이번 서울모터쇼에 불참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 포드와 링컨, 캐딜락, 볼보와 같은 유수 업체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뚜렷하게 내세울 신모델이 없는 일부 업체들이 이번 모터쇼에 불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갈수록 모터쇼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모터쇼보다 세계가전전시회 CES처럼 소비자들의 관심이 몰리는 행사 참여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소비자들은 굳이 모터쇼를 통하지 않더라도 SNS와 인터넷, 동영상 채널 등을 통해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모터쇼 참가 비용을 다른 채널에 활용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업체들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행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모터쇼는 예전의 굳건한 지위가 점차 하락되고 있다.
친환경차, 미래 자동차의 대세
이번 서울모터쇼에는 순수 전기차 및 개조차들도 상당수 참여했다. 특히 친환경차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근거리 이동에 활용할 수 있는 초소형 전기차나 스마트 모빌리티 제품들이 다양화되고 있다. 완성차에 비해 디자인이나 성능, 라인업 구성은 다소 부족하지만,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모델들도 많아 뚜렷한 성장이 기대되는 상태다.
완성차들 역시 친환경차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모터쇼에서 메르세데스-벤츠는 국내 출시 예정인 순수 전기차 EQC를 선보이고, BMW는 향후 i4라는 이름으로 양산될 i 비전 다이내믹스 콘셉트카를 전시한다. 그동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주력한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빠른 속도로 순수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를 부각시키고 있다. FCEV 넥쏘 부스를 별도로 만들어 수소차의 구동 시스템과 넥쏘에 적용된 첨단 기술을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부스를 나무와 잔디와 같은 천연 소재로 장식해 친환경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충전소와 충전 시스템에 대한 정보도 제공해 눈길을 끈다.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은 넥쏘같은 승용 모델 외에도 트럭이나 버스와 같은 상용 모델까지 확장되고 있어 미래 선도 기술로 주목받는 중이다.
점차 늘어나는 무늬만 국산차
국내 시장에서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는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신차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한다. 르노삼성은 XM3 인스파이어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지만, 이번 모터쇼 이후 국내에 먼저 투입될 모델은 르노 마스터 버스다. 작년 출시한 마스터 상용차의 인기에 힘입어 출시되는 마스터 버스는 국내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13인승과 15인승으로 마련된다. 르노 브랜드로 전량 해외에서 수입되는 모델은 마스터 외에도 QM3, 클리오 등이 있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를 하반기 출시해 대형 SUV와 픽업트럭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역시 국내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해외 생산분을 수입해오게 된다. 북미 시장에서 높은 상품성이 검증된 모델인 만큼 국내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파급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지엠의 쉐보레 브랜드에서는 이쿼녹스, 카마로 등이 이미 수입되고 있다.
위에 언급한 모델들은 국산 브랜드에서 판매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입차라 할 수 있다. 유독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이 수입 모델에 의존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의 생산 기지 역할에만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의 부진한 성적과 노사문제, 생산 및 물류 효율성과 같은 문제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다 보니 완전 신차의 국내 생산 배정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다. 해결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복잡한 문제들로 인해, 무늬만 국산차인 모델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늘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터쇼는 신차와 콘셉트카 외에도 자동차 산업 전반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행사다. 서울모터쇼가 앞으로 어떠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그리고 미래 자동차 시장의 방향이 어느 쪽을 향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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