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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닛산, 녹슨 명성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닛산 브랜드의 2018년 누적 판매량은 5,053대로 전년 대비 19.6%나 감소한 성적이다. 같은 기간 1만 6,774대를 판매해 43.4%의 성장세를 기록한 토요타와는 대조적인 결과다. 닛산은 최근 몇 년 사이 배출 가스 임의 설정 논란, 변속기 불량, 신차 품질 문제와 같은 사건들이 불거져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상태다.


   

닛산의 중형 세단 알티마는 2018년 연간 4,415대 판매된, 사실상 닛산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대표 모델이다. 그 중 2.5리터 모델은 4,408대 판매돼 전체 판매량의 99.8%를 차지하고, 3.5 모델 판매량은 7대에 그친다. 알티마 2.5 모델은 기본 가격이 2,960만 원으로 책정돼, 일명 가성비가 좋은 수입 중형 세단의 대표적인 모델로 알려진다. 닛산 브랜드 내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보이지만, 동급 경쟁 모델인 토요타 캠리 9,464대에는 뒤처진다.


   

대형 세단인 맥시마는 499대 판매로 알티마의 다음 순위를 기록한다. 최고출력 303마력, 최대토크 36.1kg.m의 3.5리터 가솔린 엔진이 장착되며, 무단변속기가 맞물려 9.9km/l의 연비를 기록한다. 일본 브랜드의 대형 세단은 다른 차급에 비해 인기가 저조한 편인데, 맥시마 역시 그러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전년대비 판매량은 약 35%가량 감소한 수치다.


  

대형 SUV 패스파인더는 103대 판매에 그쳐 월별 10대도 안되는 판매량을 기록한다. 3.5리터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63마력, 최대토크 33.2kg.m의 성능을 발휘하며, 역시 무단변속기가 함께 맞물려 공인연비는 8.3km/l를 기록한다. 수입 대형 SUV는 대배기량 가솔린 모델 중심으로 구성돼 국내 시장에서는 인기가 낮은 편이다. 그러한 점을 감안해도 경쟁 모델인 혼다 파일럿 판매량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것은 패스파인더의 한계로 지적된다.


   

무라노는 연간 판매량이 24대에 불과하다. 닛산의 글로벌 생산 물량 조절에 따라 국내 출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판매 공백이 생긴 것이 주된 이유다. 한국에 출시된 닛산 라인업 가운데 유일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맞물려 합산 출력은 253마력에 이른다. 공인연비는 10.0km/l 수준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감안하면 저조한 편이다. 무라노는 11월부터 국내 판매가 재개된 상태다.


   

스포츠카 370Z는 2018년 한 해 동안 12대 판매에 그친다. 후륜구동 방식의 정통 스포츠카로, 최고출력 337마력, 최대토크 37.0kg.m의 3.3리터 가솔린 엔진은 7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개성 넘친 디자인과 우수한 성능을 바탕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2008년 첫 출시된 모델이다 보니 예전의 명성은 상당 부분 사그라든 상태다.



닛산은 전체 모델의 2018년도 판매량이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 이러한 저조한 성적은 부족한 라인업, 시장 흐름을 고려하지 못한 파워트레인, 품질 문제에 대한 고객 불만족과 미흡한 대처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2018년 닛산의 라인업은 세단 2종, SUV 2종, 스포츠카 1종으로 단출하게 구성됐다. 그마저도 중형 세단인 알티마가 전체 판매량의 87.4%를 차지해 특정 모델 편중 현상이 심각한 편이었다. SUV의 인기가 거센 흐름 속에서, 판매량을 견인할 경쟁력을 갖춘 SUV 모델의 부재는 판매량 감소와 직결됐다. 대형 SUV 패스파인더의 부진에 더해 무라노의 판매 공백이 겹쳐, 사실상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모델이 부족했다.



한동안 디젤 모델이 중심이던 국내 수입차 시장은 디젤 게이트 여파와 화재사건 등의 영향으로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모델의 점유율이 높아졌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은 수입차 전체 판매량의 11.6%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려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일본 브랜드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을 잘 탄 토요타와 달리 닛산은 내세울 만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부재해 경쟁력이 낮았다. 유일한 하이브리드 모델인 무라노는 공인연비가 10km/l 수준에 불과해,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한동안 판매가 중단됐기 때문에 실적에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판매 부진 현상의 이면에는, 국내 시장에서 연달아 불거진 품질 문제가 도사린다. 작년, 한국닛산은 국내 판매된 2012년형 알티마 2.5모델의 변속기 결함을 인정해 리콜을 시행하게 됐고, 미국에서는 비정상적인 떨림과 소음 등의 품질 문제로 인해 집단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문제는 무단변속기 품질 논란이 알티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패스파인더에 장착된 무단 변속기의 내구성을 우려한 집단 소송 움직임이 있었고, 이에 따른 합의 절차로 보증 기간을 연장하는 소동을 겪은 바 있다. 동일한 변속기를 장착한 국내 수입 모델은 미국과 달리 보증 기간 연장이 되지 않고, 품질에 이상이 생겨 교체한 무단변속기도 개선품이 아닌 구형 제품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주장이 소비자들로부터 제기된 상태다. 미국에서 집단소송을 불러일으킨 것과 동일한 미션이라는 소비자들의 입장과 개선된 신형 미션이라는 닛산 측의 입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사진출처 : 자동차리콜센터)


알티마, 무라노, 패스파인더의 운전석 페달 주변부, 조수석 및 2,3열 프레임 등에 녹이 발생하는 문제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야기한 적도 있다. 무상 방청 서비스를 진행했지만, 작업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상태다. 최근에는 무라노의 시동 불량 현상도 나타나 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또 다른 사례로는, 2016년 초 판매된 SUV 캐시카이의 배출가스 임의 설정 논란이 있다. 유로 6 기준을 충족하는 것처럼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그에 못 미치는 상황임에도 배출가스 관련 내용을 거짓으로 표시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6일, 닛산에 과징금 9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조치한 상태다. 연달아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들은 소비자들의 불신을 사게 되고,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한국닛산에 보다 명확하고 근본적인 대처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한국 닛산은 올해 신차 출시로 부족한 라인업을 보강해, 판매량을 높일 계획이다. 이미 지난 1월 2일, 닛산의 베스트셀러 SUV 엑스트레일의 부분 변경 모델을 선보인데 이어, 3월은 순수 전기차 리프를 판매할 계획이다. 6세대 신형 알티마도 이미 국내 소음 및 배출가스 인증을 완료해, 올 하반기 판매를 앞둔 상태다.



신모델 출시는 판매량을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불신을 야기한 주요 문제가 아직 답보 상태에 있고, 미봉책에 불과한 대처 방안을 내놓아 닛산의 앞날에 불안감을 야기한다. 닛산 모델을 구입한 소비자들로부터 나오는 거센 항의와 불만은, 닛산이 충성 고객을 등한시한다는 주장마저 불러일으킨다. 인기 신모델 출시로 부진을 극복하려는 한국닛산이 당면한 과제를 온전히 해결해, 양적인 성장은 물론 질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 예후가 주목된다.


kjh@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