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오랫동안 준비하고, WRC와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 등에서 다듬은 첫 번째 고성능 차, 벨로스터 N의 시승회를 열었다. 그것도 당당하게 인제 스피디움에서. 현대차가 서킷에서 시승행사를 여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서킷에서 행사를 개최한 것도 신선한 일이지만, 현대차의 시승 행사가 짧아서 아쉬운 것도 정말 처음이었다.
벨로스터 N의 디자인이야 사실 이미 수차례 공개됐다. 올해 초 북미오토쇼에서 처음으로 공개되고, 전국 곳곳에서 전시를 하기도 했고,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이미 출시된 차량 같은 느낌도 든다. 고성능 모델인 만큼 공기역학에 상당히 공을 들여 전면 범퍼 디자인이나 후방 루프 스포일러, 디퓨저 등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또 N 브랜드의 상징인 하늘색 계열의 바디컬러와 빨간색 포인트 라인이 시선을 빼앗는다.
실내에서는 일반 벨로스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개인적으로 북미오토쇼에서 봤던 벨로스터 N과는 다뭇 다른 분위기가 풍겨 놀랐다. 북미오토쇼에서 공개된 벨로스터 N은 시트도 직물이었고, 옵션이 상당히 떨어져 보였는데, 국내에서 선보인 모델에는 세미 버킷 시트에 가죽을 씌웠다. 그리고 버튼이나 다른 마감재들도 저렴한 분위기보다는 스포츠카에 걸맞은 분위기를 완성해주고 있다. 고급스럽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무난하다는 평가 정도는 받을 수 있겠다.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벨로스터 N에서는 주행성능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파워트레인은 2.0 가솔린 터보에 6단 수동변속기가 맞물리는데, 2.0 가솔린 터보 엔진은 이미 쏘나타에서 활용하던 것과 완전히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N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엔진명 앞에 N 전용이라는 수식어가 추가됐다. 기본 모델은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6kg.m을 발휘하고, 퍼포먼스 패키지는 275마력을 발휘한다. 토크는 같아도 출력이 25마력 높아지기 때문에 이미 거의 대부분 소비자들이 퍼포먼스 패키지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속기는 현재 6단 수동으로만 판매되지만, 향후 DCT로도 추가될 예정이다.
시승을 위해 운전석에 앉으니, 세미 버킷 시트의 느낌이 색다르다. 신형 벨로스터를 시승할 때도 시트 포지션은 낮게 느꼈지만, 특별한 감흥까지는 없었다. 그런데 N에 앉으니 이제서야 정말 제대로 된 시트와 시트 포지션이 만난 것 같다. 이 뿐만이 아니다. 묵직한 스티어링 휠이나 한 손에 착 감기는 변속기 레버, 수직으로 떨어진 계기반 등을 보고 있자니 빨리 출발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포터 같은 디젤 수동차는 많이 타봤지만, 솔직히 가솔린 수동차는 오랜만에 타다 보니 시작부터 시동을 꺼 먹었다. 창피한 일이지만, 다시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바로 적응이 될 만큼 클러치가 예민하지 않고,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게 세팅이 되어 있다. 또 평소에 자동변속기만 타던 기자도 탔으니 수동 변속기를 평소에 안 타봐서 못 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도 되겠다.
패독에서 서킷으로 나가는 동안 60km/h의 속도로 주행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느낌이 다르다. 빨리 달리지 않아도 묵직한 스티어링 휠이나 엉덩이로 느껴지는 진동, 눈, 귀 등으로 느껴지는 감각들은 이미 껍데기만 벨로스터고, 다른 차라는 걸 확실히 느끼게 해준다.
서킷에 진입하자마자 동승한 인스트럭터는 풀가속을 하라고 권한다. 바로 코너가 나오는데, 그래도 가속하고 더 돌려 보란다. 괜찮다고. 당연히 인스트럭터의 권유를 마다할 이유가 없이 가속을 했다. “와”라는 탄성의 연발이다. 이게 현대차라니, 믿을 수 없는 감각이다. 밸런스가 너무 좋다. 계속해서 코너를 만나면서도 과감하게 스티어링 휠을 틀었다. FF의 특성상 약간의 언더 스티어가 있고, 내리막 코너에서는 약간의 슬라이딩도 있다. 그런데 그래도 좋다. 슬라이딩 자체가 내가 충분히 제어할 수 있을 만큼만 발생하고, 불안 하기보다는 기분 좋게 밀리는 느낌이다. 언더가 나더라도 전륜구동 차량 치고는 이 정도면 훌륭하다.
브레이크 성능도 다른 현대차보다 월등히 좋다. 보기에는 타공이 없어서 멋은 좀 떨어져 보이는데, 현대차 관계자는 “타공이 없어도 브레이크 성능은 충분히 유지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고, 분진도 많이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상은 물론이고, 서킷에서도 특별한 튜닝 없이 탈 수 있도록 신경 썼다.”고 덧붙였다.
정신없이 돌고 돌면서 직진 코스에 들어섰다. 깃발 모양의 N 버튼으로 바꾸고, 풀가속을 하니 160km/h은 순식간이다. 뒤쪽 머플러에서는 “파바박” 하고 터져 팝콘 소리라고 하는 백프레셔가 연신 발생하고, 배기음도 웅장하게 울려 퍼진다. 4기통 따위가 이렇게 감성을 자극하는 배기음을 내다니, 4기통에 대한 선입견마저 깨져 버린다.
고백하자면 이번 시승은 정신없이 즐기다 끝났다. 진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이런 평가는 집어치우고, 오로지 음식에만 집중하고 싶은 것처럼 벨로스터 N을 고스란히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N 그립 컨트롤 시스템, N 파워 센스 액슬, N 코너 카빙 디퍼렌셜 등의 디테일한 얘기에 대해서는 언급할 게 없다. 하지만 이런 장치들이 하나가 돼 뛰어난 밸런스와 감성을 만들어냈다는 건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자세한 시승기는 조만간 준비할 예정이다.
시승기라는 건 워낙 주관적이기 때문에 다 쓰고 보니, “좀 오버 했나?” 싶기도 하지만, 다시 건드리고 싶지는 않다. 특별히 과장한 것도 없고, 느낀 그대로 썼으니. 감성적인 내용이 많은데, 벨로스터 N은 그런 차다. 단순히 빠른 차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재밌게 만든 차였다. 또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일상과 서킷을 넘나들 수 있고, 큰돈 들이지 않고도 서킷 주행을 즐길 수 있으니 앞으로 서킷을 찾는 운전자들도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면, 그냥 사면 된다. 이건 가성비 최고에 N의 첫 번째 모델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특히 일탈을 꿈꾼다면 더더욱 고민할 필요가 없다. 속된 말로, 질러야 한다. 본인도 진지하게 롱텀시승기를 위해 벨로스터 N을 구입해야 한다고 둘러대며, 아내를 꼬드기고 싶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부남들이 그렇겠지만, 기자는 아이가 곧 태어날 예정이기 때문에 일단 가정의 평화부터 지켜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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