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경량화에 목숨 거는 이유는?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의 최우선 과제는 차체 경량화라 할 수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쉐보레가 가장 적극적이다. 쉐보레가 최근 출시한 모델들 대부분은 차체 경량화에 더해 다운사이징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차체 경량화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다운사이징 파워트레인의 적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숙성과 승차감 향상
차체 경량화를 위해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이 필요하다. 지엠이 스마트 엔지니어링이라 부르는 이 과정은 수많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체에 하중을 많이 받는 곳을 보강하고, 그렇기 않은 부분은 덜어내 견고하면서도 가벼운 차체를 설계한다. 여기에 기가스틸과 초고장력 강판과 같은 복합소재를 적용해 최적화를 진행하게 된다. 견고한 차체 구조는 소음과 진동을 줄어들게 해 조용하고, 부드러운 승차감까지 확보할 수 있다.
넓은 실내 공간 확보
차체 경량화 과정을 통해 강성에 필요하지 않은 부분의 두께를 줄이면 더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볼트 EV는 섀시 경량화에 그치지 않고, 시트까지 소재를 바꿔 얇게 제작해 2열 레그룸을 더욱 여유롭게 확보하기도 했다. 섀시뿐만 아니라, 소재 변화를 통해 경량화를 이뤄낸 셈이다.
▲참고이미지, 유럽의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 계획
배출가스와 세금 절감에 효과적인 다운사이징
배기량을 줄이는 다운사이징은 갈수록 엄격해지는 배출가스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말리부의 경우 8세대 2리터 모델은 CO2 배출량이 175g/km였지만, 9세대 1.5리터 모델은 132g/km에 불과해 국내에서는 저공해 차량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국처럼 배기량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는 시장에서는 구입 및 유지비도 낮아져 제품 경쟁력이 향상된다.
주행성능 강화
가벼운 차체는 엔진과 브레이크가 감당해야 하는 하중이 감소하기 때문에, 가속 성능과 제동 성능이 보다 우수하다. 운동 성능에 유달리 신경 쓰는 스포츠카들이 극단적일 정도로 차체 무게를 감량하는 주된 이유다. 차량의 전반적인 주행 퍼포먼스가 향상되므로 차체 안정성과 조향 능력이 좋아져 능동적인 안전 운전에도 도움이 된다.
더 높은 출력과 효율성 개선
일반적으로 차체 무게가 10% 감소할 때마다 연비는 5%가량 향상된다. 8세대 말리부 2.0 모델은 공차중량이 1,530kg에 달하고, 복합연비가 10.1km/l 수준이었다. 그러나 9세대 1.5 터보 모델은 1,400kg의 무게에 복합연비는 2.6km/l 증가한 12.7km/l를 기록한다. 최고출력이 25마력, 최대토크는 6.7kg.m 증가했음에도 오히려 연비가 향상됐다.
플랫폼 공유로 모델 다양화에 유리
지엠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쉐보레 외에도 캐딜락, 뷰익, 오펠처럼 시장과 브랜드, 판매전략에 따라 다양한 모델들을 판매한다. 잘 만들어진 경량 플랫폼 하나로 여러 모델을 생산하면,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하면서도 제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실제로 지엠은 차세대 플랫폼인 VSS-S를 전륜 및 사륜구동 SUV와 크로스 오버 차량에 사용하게 되는데, 소형부터 중형 모델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된다.
쉐보레 말리부는 경량화 기술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모델 중 하나다. 이전 세대보다 전장은 60mm, 휠베이스가 93mm 증가해 대형 세단 그랜저와 비슷할 정도로 커졌지만, 최대 130kg의 무게를 감량해 공차중량이 1,400kg(1.5터보 기준)에 불과하다. 그러면서도 복합 공인연비는 12.7km/l에 달하고, 주행 성능에 있어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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