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출력으로 배기량의 한계를 넘어선 2천cc 자동차들
적어도 국내에서 2리터 4기통 엔진은 중형세단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그래도 대형이라면 V6 엔진 이상은 되어야 하고, 4기통은 진동, 소음부터 출력까지 여러모로 V6에 비해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프리미엄 세단에도 2리터 4기통 엔진이 장착되고 있고, 심지어 대형세단과 고성능 모델에도 적극 활용되는 추세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현대 쏘나타는 2리터 4기통 엔진으로 최고출력 168마력, 최대토크 20.5kg.m을 발휘하며, 르노삼성 SM6도 2리터 4기통 모델의 최고출력이 150마력에 그친다. 과급기를 얹은 말리부 2.0 가솔린 터보는 최고출력이 253마력에 달할 정도로 같은 배기량이라도 출력 차이가 심하다. 그렇지만 오늘은 더 극단적인 성능으로 2리터 엔진의 한계를 넘어선 차량들을 모아봤다.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국내에서는 전범기업으로 낙인찍혀있고, 일본에서도 연비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닛산에게 인수될 날만 앞두고 있는 미쓰비시. 그런 미쓰비시에게도 전설과도 같은 랜서 에볼루션이 있다. 이 차량은 랜서의 고성능 모델로서 2리터 트윈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295마력, 최대토크 41.6kg.m을 발휘했고, 안정적인 주행을 위해 사륜구동이 적용되기도 했다. 디자인도 역시 조금 더 과격하게 바뀌었고, 거대한 윙과 화려한 옵션을 장착해 완성도를 높였으나 국내 판매 가격이 5,860만 원에 달해 큰 인기를 끌지는 못 했다.
폭스바겐 골프 R
골프의 고성능 라인인 골프 R은 과거 3.2리터 엔진을 장착해서 R32라고 불렸으나 이제는 2리터로 배기량을 확 낮췄다. 대신 터보차저를 얹어서 최고출력 292마력, 최대토크 38.7kg.m을 발휘하고, 6단 DCT가 맞물린다. 이 덕분에 가속성능(0-100km/h)은 5.1초로 과거 R32보다도 1.4초나 단축됐다. 당연히 외관 디자인도 순정보다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며, 실내에서도 탄소섬유가 사용된 버킷시트와 D컷스티어링 휠이 적용되는 등 순정모델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다.
메르세데스-AMG A45
2리터 엔진을 장착한 양산형 모델 중에서 가장 강력한 모델은 역시 메르세데스-AMG의 A45를 빼놓을 수가 없다. 2리터 4기통 엔진으로 최고출력 381마력, 최대토크 48.4kg.m의 수치는 A45가 모든 차량을 압도하며, 단연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출력이 400마력에 근접하는 모델답게 가속성능은 골프 R보다도 0.9초나 빠른 4.2초에 불과하다.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실내 디자인까지 어느 것 하나 AMG스럽지 못한 것이 없을 정도로 멋지다. 가격은 5,990만 원에서 6,900만 원.
아우디 TT S
본격 스포츠 쿠페인 아우디 TT S는 2리터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293마력, 최대토크 38.8kg.m을 기반으로 6단 DSG 변속기와 맞물려 4.9초의 가속성능을 기록한다. A45에 비하면 다소 아쉽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래도 역시 만만치 않은 스펙을 갖추고 있다.
포르쉐 박스터
일반적인 직렬 4기통 엔진 대신 수평대향 4기통 엔진을 장착하는 포르쉐 박스터는 2리터 엔진으로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8.7kg.m을 발휘한다. 여기에 7단 PDK 조합으로 가속성능은 4.7초. 신형 박스터가 출시되면서 4기통 포르쉐는 포르쉐가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지만, 역시 포르쉐는 파나메라와 카이엔 출시 때 그랬듯이 4기통도 포르쉐는 포르쉐라는 것을 다시금 입증했다.
쉐보레 카마로
카마로는 국내에 6.2 V8 모델만 수입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2.0 가솔린 터보도 라인업으로 갖추고 있다. 몇 년 전만 같았어도 머슬카에 2리터 4기통 엔진은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기술력의 발전으로 거대한 머스탱에 2리터 엔진이 가능해졌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40.8kg.m을 발휘하고, 8단 변속기와 맞물린다. 그래도 카마로에 장착되려면 A45의 엔진같이 300마력 후반은 돼야 할 것 같지만, 현지에서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볼보 XC90
스포츠카나 고성능차는 아니지만 볼보 XC90도 주목할만하다. 2리터 4기통의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지만, 최고출력은 무려 320마력에 달해서다. 게다가 40.8kg.m의 최대토크는 2.1톤이 넘는 차체를 가뿐하게 밀어 부쳐 6.5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도달시킨다. 볼보는 안전에만 강한 브랜드로 인식되어 왔는데, 새로운 드라이브-E 엔진 하나를 개발해서 전 차종에 세팅의 변화로 아주 잘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하이브리드 모델은 최고출력이 400마력, 최대토크는 65.3kg.m으로 가속성능도 5.6초에 불과하다.
알파로메오 4C
번외로 2리터의 배기량은 아니지만, 더 작은 1.7리터의 배기량으로 2리터 터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는 알파로메오 4C도 있다. 최고출력은 240마력, 최대토크는 35.7kg.m으로 현대 쏘나타 2.0 터보와 비슷한 수준을 발휘한다. 하지만 혹독한 경량화를 통한 공차중량이 895kg에 불과해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5초면 충분하다.
한편, 2리터 터보 엔진은 BMW X5, 아우디 Q7 등의 프리미엄 하이브리드 SUV의 엔진으로 사용되고 있고, 재규어 XJ나 캐딜락 CT6 같은 기함급 세단에서도 장착되는 등 그 범위를 빠른 속도로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