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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코부터 방패까지, 현대-기아차 라디에이터 그릴의 변천사

AT-1 2016. 8. 12. 01:45

현대자동차그룹에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총괄 사장이 영입되기 전까지 현대-기아차에서 특정 부분만을 위한 이름이 붙는 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던 일이다. 하지만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2006년부터 기아차의 디자인을 책임지면서, 기아차는 눈부신 발전을 가져왔고, 이제는 현대자동차의 디자인까지 책임지고 있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기아차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시작한 작업 중 하나가 기아차만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만드는 것이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전기차나 수퍼카 등의 일부 차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면부의 차량 중앙에 위치한다. 그래서 라디에이터 그릴은 자동차를 바라 볼 때 매우 중요한 디자인적 요소 중 하나이며, 디자인의 중심을 잡아주기도 한다.

 


호랑이 코(타이거 노즈) 그릴

기아 로체 이노베이션과 포르테, 모하비 등으로 시작된 호랑이 코 그릴은 현재까지도 변화를 거듭하며, 차량의 디자인에 맞춰 약간씩 변형이 되면서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호랑이 코 그릴이 적용된 초기 모델, 로체 이노베이션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높이가 낮고, 폭은 넓게 디자인돼 직사각형에 가까웠다. 하지만 중앙에 위치한 앰블럼 상하로 특히 더 두툼하게 만들어 기존의 그릴들과 차별화를 두기 시작했다.

 


이후 호랑이 코 그릴은 K5의 런칭과 함께 본격적으로 기아차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릴 중앙에 있던 앰블럼은 후드 끝 상단부로 위치를 옮겼고, 단조롭고 직사각형에 가까웠던 그릴의 테두리는 입체적이고, 그릴 안쪽 모양과 같게 바뀌었다. 또 크롬일색이었던 소재를 크롬과 하이로시 등으로 다양화했다.

 


2세대 K5에서는 또 한번의 진화가 있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크기를 더 넓게 확대해서 와이드한 느낌을 강조하고, 안정감 있으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까지 만들어냈다. 반짝이는 크롬이 아닌 반광크롬을 사용했고, 그릴 안쪽으로는 입체적인 모양을 넣어서 역동적으로 보이게 하기도 했다.

 


변천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로체부터 K5를 소개했지만, 호랑이 코 그릴은 차량에 따라 약간씩 변형되어 적용되고 있다. 특히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모델은 최근에 출시된 K7이다. K7의 그릴도 본래는 K5와 매우 유사한 형태였다. 하지만 올해 출시된 K7은 볼륨감을 강조한 다른 차종들과 달리 오목한 세로형 바를 넣어서 매우 날카롭고 공격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또 라디에이터 그릴의 크롬 바가 헤드램프 하단부까지 깊게 들어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디자인으로 재탄생됐다.

 


헥사고날 그릴

헥사고날 그릴의 변천사는 아반떼에서 가장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아반떼는 MD 시절만해도 헥사고날 그릴이 소극적으로 적용됐다. 그래서 상단에는 윙타입 그릴이 사용되고, 그 윙타입을 감싸는 디자인으로 헥사고날 디자인이 활용되는데 그쳤다.

 


AD로 넘어오면서부터는 헥사고날 그릴이 적극적으로 사용되면서 완전한 육각형 형태가 됐다. 가장 자리를 크롬으로 감싸고, 그릴 안쪽으로는 가로형 바를 넣었다. 투싼이나 싼타페, i30, i40 등도 모두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기아차의 호랑이 코 그릴과 비교해서 모델간의 그릴 디자인 차이가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쏘나타는 YF에서 LF로 넘어오면서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아반떼를 비롯한 차량들이 상, 하단 구분 없는 일체형 디자인으로 헥사고날 그릴이 적용된 것과는 달리 LF 쏘나타는 상하단 구분이 명확하다. 또 애써 육각형을 만들려고는 했지만, 사각형에 가깝다.

 


크레스트 그릴

제네시스 G80이 현대 제네시스(DH)로 판매되던 시절만해도 크레스트 그릴이라는 이름은 사용되지 않았고, 헥사고날 그릴로 명칭이 통일됐었다. 하지만 제네시스가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독립되고, EQ900과 콘셉트카 등이 줄줄이 공개되면서부터 가문의 상징하는 문양이라는 의미를 가진 크레스트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크레스트 그릴은 헥사고날 그릴에서 파생된 디자인이며, DH의 그릴을 EQ900에도 적용하면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상징하는 그릴로 명칭을 분리했다. DH의 그릴은 바깥 부분과 안쪽의 소재가 모두 같아서 깔끔하긴 하지만 입체적인 감각은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G90의 그릴은 테두리만 반광크롬을 사용해 강조하고, 안쪽 부분은 소재를 변경해 입체적이면서도 크레스트 그릴의 상징인 방패모양의 테두리가 돋보이게 했다.

 


캐스캐이딩 그릴

현대차는 i30 티저 영상을 공개하면서 캐스캐이딩 그릴에 대해 용광로에서 녹아내리는 쇳물의 웅장한 흐름과 한국 도자기의 우아한 곡선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향후 출시될 현대차의 신차들에도 적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캐스캐이딩 그릴에 대한 디자인을 명확히 확인할 수는 없지만, 현재 공개된 부분만 봐서는 기존의 헥사고날 그릴과 크레스트 그릴의 중간쯤 되는 테두리 모양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안쪽으로는 헥사고날 그릴과 달리 가로형 바를 삭제하고, 신형 K5처럼 입체적인 패턴을 넣어서 볼륨감 있는 모습을 강조했다. 그릴 안쪽은 블랙으로 처리하고, 테두리만 강조한 것이어서 모델에 따라서는 매우 스포티한 이미지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한편, 쉐보레는 듀얼-포트 그릴을 사용하고 있으며, 볼보는 아이언 그릴, 아우디는 싱글프레임, BMW는 키드니 그릴 등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브랜드마다 차별화된 이미지를 위해 최근에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물론 주간주행등 디자인까지 통일시켜 가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