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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온 쉐보레 콜로라도, 예상 밖 놀라운 질주

- 기존 모델과 다른 레저시장 개척
- 탄탄한 기본기로 단점 극복
- SUV 인기 뚫고, 수입차 순위 상위권 진입

 

[오토트리뷴=양봉수 기자] 쉐보레 콜로라도가 쌍용 렉스턴 스포츠가 독주하던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쉐보레의 픽업트럭 콜로라도가 지난 5월에도 수입 대중브랜드 라인업 중에서 폭스바겐 티구안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이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한 차량 중 늘 상위권을 지키던 포드 익스플로러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점과 쉐보레가 글로벌 브랜드로써 인정받기 시작하는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콜로라도, 5개월 동안 2,616대 판매
기존 픽업트럭과 다른 신규시장 개척


쉐보레 콜로라도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2,616대가 판매됐다. 월평균 523대를 출고한 셈이다. 국내에서 제작하는 쌍용 렉스턴 스포츠(칸 포함)은 지난 5월에도 2,872대를 판매했기 때문에 이와 비교하면 5개월 동안 판매한 것보다도 적어서 ‘이게 대단한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5월 렉스턴 스포츠는 3,283대를 판매했으나, 올해 5월에는 2,872대를 출고해 411대가 줄어들었다. 특히 감소 폭을 보면 렉스턴 스포츠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2.5% 감소했고, 올해 누적 판매량은 33.1%까지 급감했다. 판매 대수로 봤을 때는 큰 차이가 아니지만, 감소세를 보면 쉐보레 콜로라도가 렉스턴 스포츠 판매량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쉐보레 콜로라도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쉐보레 콜로라도를 구입하려던 소비자들이 쌍용 렉스턴 스포츠를 함께 고려하는 경우도 있으나, 기존 쌍용차 소비자들이 쉐보레로 넘어오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쉐보레 콜로라도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의외로 픽업트럭이 처음인 소비자들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현대, 기아차를 타던 소비자들 중에서 SUV나 미니밴을 소유하다가 쉐보레 콜로라도를 선택한 사례가 60% 이상을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즉, 쌍용 렉스턴 스포츠 소비자들이 쉐보레 콜로라도로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기존에 타사 차량을 타던 소비자들이 픽업트럭 구입 고려 시 쉐보레 콜로라도를 선택하면서 쌍용 렉스턴 스포츠의 판매량에 일부 간섭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쉐보레 관계자는 “과거에는 픽업트럭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SUV 다음으로 픽업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콜로라도 이후에는 정통 픽업트럭의 출시로 만족도가 향상되면서 새로운 수요가 생겨나고 있고, 심지어 수입차 오너들도 레저활동을 위한 세컨드카로 구입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쌍용 렉스턴 스포츠, 대중적인 데일리카
쉐보레 콜로라도, 레저활동 위한 세컨드카


쌍용 렉스턴 스포츠는 2,419만 원부터 시작하고, 풀 옵션은 3천만 원 중반에서 해결할 수 있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일반 모델보다 더 비싸긴 하지만 역시 4천만 원 정도에 풀 옵션 모델을 구매할 수 있고, 어라운드 뷰나 9.2인치 디스플레이, 하드톱, 롤바 등 옵션 자체도 콜로라도보다 많고 다양하다. 그래서 자영업을 하거나, 자동차세를 적게 부담하면서 SUV처럼 타고 싶은 소비자들은 쌍용 렉스턴 스포츠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반면 쉐보레 콜로라도는 옵션만 부족한 정도가 아니고, 3.6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서 유지비 측면에서도 불리하고, 실내도 상대적으로 좁은 편이다. 심지어 가격도 3,855만 원부터 4,400만 원대로 책정돼 조금 더 비싸다. 그럼에도 쉐보레 콜로라도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오프로드 주행이나, 견인을 목적으로 해서 주로 여가생활에 활용하기 위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쉽게 말해 옵션을 비롯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본인의 사용 목적에만 맞으면 구입한다는 얘기다.

다시 정리해보면 데일리카는 여유로운 실내와 풍부한 옵션, 2.2 디젤 엔진을 장착한 쌍용 렉스턴 스포츠가 이상적이다. 반대로 세컨드카는 다양한 옵션보다 정통 픽업트럭 이미지를 바탕으로 실제로도 뛰어난 견인능력, 3.6리터 V6 가솔린 엔진을 바탕으로 한 쉐보레 콜로라도가 더욱 적합하다. 그래서 같은 픽업트럭이긴 하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은 다른 목적과 다른 이유로 차량을 구입해서 콜로라도는 나름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내수와 수입차 시장 동시에 흔들었다”


콜로라도가 기존 시장을 흔드는 건 내수 픽업 시장에서뿐만이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BMW 등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한 수입 대중 브랜드 중에서는 폭스바겐, 포드, 토요타 등은 그동안 강세를 보였다. 특히 폭스바겐 티구안과 포드 익스플로러의 인기는 브랜드 전체 판매량을 책임질 정도였으며, 경쟁 모델과 비교해서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올해 누적 판매량에서는 폭스바겐 티구안에 이어 쉐보레 콜로라도가 2위로 진입하며, 시장을 흔들었다. 누적 판매량도 티구안이 3,995대, 콜로라도가 2,616대로 수입차 시장에서 1,400대 정도의 차이면 적지 않은 수치이지만, SUV도 아니고, 디젤도 아닌 가솔린 픽업트럭이라는 점에서 있어서 이 같은 수치는 업계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5월 판매량에서도 폭스바겐 티구안이 655대, 쉐보레 콜로라도가 478대, 포드 익스플로러가 446대를 판매해 현재까지는 2~3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인기 모델이 되려면 ‘조건’이 있다. 하지만 쉐보레 콜로라도는 프리미엄 브랜드도 아니고, 디젤도 아니고, SUV도 아니다. 심지어 다른 모델의 경우 국내에서도 생산을 하는데, 콜로라도만큼은 수입차로 인정받으며, 판매량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 조금은 독특하고 할 수 있다.

 

쉐보레 관계자는 수입자 시장에서의 콜로라도 판매량에 대해 “다른 인기 모델의 상위권은 누구나 예상할 만한 결과다. 그러나 콜로라도의 인기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 오히려 상위 트림은 물량이 부족할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쉐보레가 수입자동차협회에 가입한 이후 10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콜로라도와 트래버스의 판매량을 보면 벌써 수입차 브랜드로도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라며,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역할을 다 하겠다”라고 밝혔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 더 확대될까?


최근에는 세단보다 SUV, 미니밴, 픽업트럭 등 가족 또는 여가생활을 위한 차량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세단이 있는 가구라고 하더라도 세컨드카로 다른 차종을 소유하는 경우도 많아 픽업트럭 역시 앞으로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쉐보레 콜로라도와 동급인 포드 레인저도 국내 출시를 검토 중이고, 지프 글래디에이터도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또한 내수 시장에서의 절대 강자인 쌍용 렉스턴 스포츠는 올여름 이후 부분변경 모델도 출시할 예정이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쉐보레 콜로라도는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꾸준히 존재감을 높여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bbongs142@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