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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다시 태어난 프리미엄 럭셔리 세단, 캐딜락 CT6 F/L 시승기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지난 15, 캐딜락 하우스 서울에서 CT6 부분 변경 모델(이하 F/L 모델) 미디어 시승행사가 열렸다. 올해 3월 선보인 CT6 F/L 모델은 캐딜락 브랜드의 기함으로 보다 고급스러워진 외관과 강력한 주행 성능, 호화로운 편의 및 안전 사양 등이 특징이다.

 

 

앞서 출시 행사에서도 자세히 살펴봤지만, CT6 F/L 모델 디자인은 여타 플래그십 세단과는 다른 분위기를 내뿜는다. 단순히 젊은 감각이라고만 한정 지을 수 없는 세련됨과 기품을 동시에 구현하기 때문이다. 에스칼라 콘셉트의 영감을 받은 이번 F/L 모델 디자인은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CT6 라인업에서 가장 고가의 모델인 스포츠 플러스 트림이다. 지난 4월 라인업에 추가된 스포츠 플러스 모델에는 일반 플래티넘 모델과 구별되는 전용 디자인이 사용된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격자형 패턴을 삽입해 일반 모델보다 공격적인 느낌을 강조한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정교한 세부 마감으로 고급스러움도 높였다. 차체 하단에 부착되는 에어로파츠 역시 플래티넘 모델과 다른 부분이다.

 

 

스포츠 플러스 전용 20인치 휠은 멀티 스포크 타입으로 역동적인 느낌이 더해졌다. 타이어는 굿이어 이글 투어링 제품이 장착된다. 스포츠 모델에만 적용되는 디자인 중 하나는 트렁크 상단에 부착된 스포일러다. 다른 에어로파츠들과 더불어 공력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요소다.

 

 

수평형 구조의 실내는 대부분의 기능을 터치스크린에 통합해 깔끔하다. 오디오 조작부와 공조장치, 통풍 및 열선시트는 물리 버튼과 터치 버튼을 적절히 혼합했다. 손길이 닿는 곳곳은 천연 가죽, 리얼 우드 및 카본 같은 고급 소재가 아낌없이 사용된다. CT6 F/L 모델은 새로운 전자식 변속기를 사용하면서 조작 버튼이 재배치되고, 기존 터치패드를 대체하는 조그 셔틀 다이얼을 사용해 디자인과 기능성을 모두 업그레이드했다.

 

 

VIP 고객을 염두에 둔 플래그십 모델답게 2열 구성도 화려하다. 1열 시트 후면에 삽입되는 10인치 디스플레이와 좌우 독립 시트, 대형 암레스트, 후측면 블라인드 등을 갖췄다. 독립 제어되는 공조장치와 천장 매립형 송풍구도 적용된다. F/L 모델은 휠베이스를 40mm 늘려 보다 여유로운 공간을 창출한다.

 

 

캐딜락은 CT6 F/L 모델을 출시하면서 파워트레인을 단일화했다. 최고출력 334마력, 최대토크 39.4kg.m 3.6리터 가솔린 엔진은 10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이전 8단 변속기보다 진화한 신형 전자식 변속기는 캐딜락 세단 모델 가운데 CT6 F/L에 최초로 장착됐다. 사륜구동 시스템도 전 트림 기본으로 장착된다.

 

 

시승코스는 서울 논현동에서 인천 연수구까지 왕복 110km 코스로 구성됐다.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에 큰 힘을 가하지 않아도 차체는 여유롭게 움직인다. 초기 반응은 다소 묵직하지만 결코 둔하지 않아 언제든 원하기만 하면 앞으로 튀어나갈 수 있다. 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은 적당한 두께로 파지감이 좋다. 패들 시프트는 육안으로는 확인이 어렵고 스티어링 휠 뒤편에 손을 갖다 대면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12인치 디지털 계기반은 3분할 방식으로 다양한 차량 메뉴를 취향에 따라 표시할 수 있고, 한글화 역시 세밀하게 잘 된 편이다. HUD에는 내비게이션 연동 기능까지 갖춰 운전에 편리함을 더한다.

 

 

복잡한 서울 시내 구간에서는 차선을 여러 차례 바꿔야 했다. 차체 길이가 5.2 미터를 넘는 대형 세단에게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차체 거동이 날렵했는데, 후륜을 조향해 회전 반경을 좁혀주는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 기능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운전이 다소 익숙해진 이후로는 차선 이동이 순조로웠고, 다소 좁아 보이는 공간에 진입할 때도 자신감을 심어줬다.

 

고속도로 진입 후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했다. 완전 정차 및 재출발을 지원하고, 차선 유지 및 이탈 경고 기능이 더해져 장거리 운전의 부담도 줄여준다. 차간 거리 조절은 능동적으로 잘 이뤄지지만, 차선 유지 기능은 다소 보수적인 세팅이라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놓고 주행하기는 어려웠다.

 

 

HD 리어 카메라 미러는 이전보다 화질이 개선된 것은 물론 확대와 축소, 상하 각도 조절 기능까지 추가됐다. 일반 룸미러보다 최대 3배 이상 넓은 시야가 확보되는데, 처음에는 후방 차량이 실제보다 훨씬 더 가깝게 느껴져서 이질감도 들었다. 이 기능은 운전자가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어 편의성도 높고, 2열에 VIP를 모실 때 불필요하게 서로 시선이 마주치는 일도 방지한다.

 

정속 주행을 계속하다 보면 파란색 V6 아이콘이 초록색 V4로 변경돼 실린더 휴지 기능의 작동을 알린다. 하이드라매틱 10단 자동 변속기, 알루미늄을 62%까지 사용한 경량화 차체와 더불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CT6 F/L의 공인연비는 8.7km/l로 차급과 배기량을 감안하면 준수한 편이다. 실제 시승에서도 공인연비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F/L 모델에 새롭게 적용된 조그셔틀 다이얼 중 작은 것은 볼륨 조절, 큰 것은 메뉴 이동 및 선택에 사용된다. 이전 터치패드 방식에 비해 조작 편의성이 높아졌다. 확실히 볼륨 조절은 디스플레이 하단의 터치 버튼보다 조그셔틀 다이얼을 사용하는 것이 편했다. 그러나 메뉴 이동 및 선택은 화면을 직접 터치하는 편이 낫다.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사용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무려 34개 스피커가 장착되는 보스 파나레이 오디오 시스템은 음악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분명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차체를 가득 채우는 풍부한 느낌이 감탄을 자아낸다. 최근에 시승한 프리미엄 모델들 중에서도 손꼽을 수 있을 정도로 만족감이 높았다.

 

 

행사 당일 날씨가 화창해서 우천 시 레인센스 와이퍼와 연동되는 오토 드라이 브레이크 기능은 체험할 수 없었다. 야간에 열 감지 기술로 전방 시야를 확보하는 나이트 비전도 주간 시승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시승코스에 포함된 터널에서 잠시 활성화할 수 있었다. 계기반 중간에 별도 표시되는 나이트 비전은 전방 사물의 형체를 또렷이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했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우천 시 야간 주행이나 도로변 조명이 드문 국도 야간 주행에서 효과 만점인 기능이다.

 

 

시승 중간에는 2열로 잠시 자리를 옮겼다. 1열 시트가 상당히 뒤로 밀린 상태였는데도 레그룸이 넉넉했다. 기존에도 부족하지 않았지만, 40mm나 늘어난 휠베이스로 공간이 더 여유로워졌다. 2열은 시트 형상이나 편의 장비를 고려하면 2명 탑승에 최적화됐다. 1열 시트보다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느낌은 더 크다. 달리 표현하면 시트 폭이 딱 맞는 느낌이라 탑승자 체형에 따라서는 다소 답답할 수도 있겠다. 승차감은 안락하지만 과도하게 출렁거리는 느낌이 적어 과격한 주행 속에서도 안정감이 느껴졌다.

 

모든 면이 만족스럽고 완벽하지는 않았다. 도어 손잡이는 작은 물건을 수납할 수 있도록 크기를 넉넉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CT6는 손이 딱 들어갈 정도의 크기다. 수납공간으로 사용하기에는 깊이가 너무 얕아 스마트폰을 놓기에도 불안할 정도다. 오토홀드나 드라이브 모드 변경 버튼은 변속 레버 앞에 배치된다. 버튼을 사용하려면 변속 레버를 피해 손을 구부려야 해서 불편했다.

 

 

한동안 보수적인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캐딜락은 최신 디자인과 첨단 기술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이다. CT6는 캐딜락 브랜드의 최고급 모델로 경쟁 프리미엄 브랜드 플래그십 모델과는 다른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보수적인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 새롭게 태어난 CT6가 어떤 활약을 보일지 기대된다.

 

kjh@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