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혼다코리아는 지난 20일, 화성 롤링힐스 호텔에서 대형 SUV 파일럿의 미디어 시승행사를 개최했다. 이번에 부분 변경 모델을 선보인 3세대 파일럿은 미국 시장에서 연간 10만 대 이상 판매되는 인기 차종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 사양 추가로 상품성을 보강한 것이 특징이다.
파일럿은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외관 디자인에 변화를 줬다. 과감한 크롬 장식을 더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풀 LED 헤드램프는 혼다의 최신 디자인 언어가 적용됐다. 범퍼 하단 방향지시등이 가늘고 긴 모양으로 바뀌면서 전면부 인상이 보다 깔끔해졌다. 범퍼 하단에는 실버 컬러 스키드 플레이트를 추가해 역동적인 SUV 임을 강조했다.
5미터가 넘는 긴 차체는 뒤로 향할수록 높아져 가는 윈도우 라인과 캐릭터 라인으로 인해 날렵해 보인다. 도어 하단에 추가된 크롬 장식으로 기존 모델과 색다른 느낌을 부여하고, 20인치 휠은 블랙 투톤 타입을 적용해 한결 고급스러워졌다. 워낙 차체가 크다 보니 20인치나 되는 대형 휠을 사용해도 딱 들어맞는 듯 자연스럽다.
풀 LED 테일램프는 모양은 그대로지만, 세부 그래픽을 변경해 세련된 모습이다. 기존에 범퍼 하단에 배치됐던 후진등의 위치를 끌어올려 일체형 구조로 변한다. 범퍼 하단을 길게 가로지르던 크롬 라인은 사용 범위를 줄이고 전면 범퍼와 동일한 스키드 플레이트를 더해 디자인 통일성을 살린다.
좌우 대칭 구조의 실내는 수평 형태로 제작해 넓은 실내 공간을 한층 강조한다. 8인치 터치스크린과 송풍구를 둘러싼 테두리를 얇게 만들어 이전 모델보다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센터패시아 하단에는 전자동 에어컨과 시트 열선 및 통풍 버튼,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장착된다. 부분 변경 모델에 새롭게 추가된 무선 충전 장치는 큰 사이즈의 스마트폰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널찍하다.
센터 콘솔은 버튼식 변속기와 대형 컵홀더가 배치되고, 그 뒤로 놓인 수납공간은 DSLR 카메라나 태블릿 PC를 넣을 수 있을 정도로 깊고 넓다. 스티어링 휠은 두께가 얇아 손이 작은 운전자도 파지하기에 적절하고, 계기반에는 7인치 디스플레이를 삽입해 각종 차량 주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파일럿은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기존 8인승에 더해 7인승 모델을 상위 트림으로 추가했다. 시트는 2+2+3 구조로 배열되는데, 2열 독립식 시트 사이에는 컵홀더와 수납공간, 별개의 공조장치도 배치된다. 2열 시트 하단과 뒷면에 마련된 원터치 버튼을 누르면 3열 탑승이 편리하도록 전동식으로 슬라이딩 및 틸팅 된다. 3열 시트는 충분히 커서 제대로 된 착석 자세를 유지시켜주고, 헤드룸도 넉넉해 개방감이 높다. 파일럿은 1열부터 3열로 갈수록 바닥이 위로 올라가는 구조라 어느 좌석에 앉든 개방된 전방 시야를 제공한다.
파일럿은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6.2kg.m의 3.5리터 가솔린 엔진이 장착되며 9단 자동변속기가 함께 맞물린다. 기존 6단 변속기에 비해 효율성이 높아지고 주행성도 향상됐다. 약 100km 길이의 시승코스는 시내 구간과 고속도로 구간이 섞여 있었다. 첫 번째 시승할 때는 2열과 3열에 번갈아가며 착석했는데, 부드러운 승차감과 고요한 실내로 인해 마치 미니밴을 타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3열에 배치된 쿼터 글라스와 천장의 파노라마 글라스는 여유로운 개방감을 선사해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바닥이 평평해 2열 레그룸은 넉넉하지만, 3열은 그다지 여유롭진 않았다.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한다면 성인의 경우 2명까지만 착석하는 편이 낫겠다.
운전석에 앉아 주행할 때는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과 9단 변속기의 궁합이 인상적이었다. 출력이 저속 구간부터 넉넉히 발휘되고, 변속 충격은 느껴지지 않아서 마치 승용 세단을 운전하는 것처럼 여유롭고 조용했다. 가속 페달 반응이 민감한 편은 아닌데, 온 가족이 이용하는 패밀리 SUV인 만큼 편안한 승차감을 위한 의도적인 세팅으로 판단된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엔진음이 더 강조되고, 가속 반응도 민감해져 스트레스 없는 주행이 가능하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혼다센싱은 기본 모델부터 적용된다. 고속도로 구간에서 경험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차간 거리 인식이 뛰어나고 위급 상황에서의 제동 능력도 일품이었다. 다만 속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 해제되기 때문에, 도심 구간에서 사용이 불가능한 점은 다소 아쉬웠다. 차선 유지 장치는 가파른 굽이 길에 들어설 때도 안정적으로 차선 중앙을 유지해 신뢰감이 높았다. 고속도로를 정속 주행한 결과 연비는 8.7km/l를 기록해 공인 연비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파일럿에 기본 적용된 운전 편의 사양 가운데 하나로는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전륜 구동 주행으로 연비를 극대화하고, 필요시 후륜에 구동력을 전달한다. 운전자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변환되며, 구동력 배분 현황은 계기반을 통해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운전 상황에서는 작동 여부를 느끼지 못하지만, 노면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자동 개입하는 영리한 시스템이다.
최대 8인까지 탑승할 수 있는 모델답게 뒷좌석 승객들을 위한 배려도 넘친다. 2열에는 보조 팔걸이가 장착되고 각 도어 안쪽에는 컵홀더도 넉넉하게 배치된다. 2열 공조장치 하단은 USB 충전 및 HDMI, 헤드셋 단자도 마련된다. 천장에 배치된 10.2인치 모니터는 장거리 운행 시 어린 자녀들의 지루함을 덜어주는 배려다. 큰 차체를 활용한 넉넉한 적재공간도 인상적이다. 3열을 펼친 상태에서의 트렁크 공간은 467리터이고, 바닥에도 별개의 수납함을 마련해 공간 활용성이 높다. 2, 3열 시트 모두를 폴딩 하면 최대 2,376리터까지 여유 공간이 확보된다.
혼다코리아는 파일럿을 출시하면서 ‘굿 대디(Good daddy)’라는 수식어를 강조했다. 가족 구성원들이 넉넉하게 탑승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패밀리 SUV의 특징을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7인승 모델은 3개, 8인승 모델은 4개까지 카시트를 장착할 수 있어 실용적이고, 다자녀 가정이라면 각종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어 경제적이다. 대형 SUV 시장이 활성화되는 흐름에, 혼다 파일럿이 얼마큼 존재감을 드러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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