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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차상식

안경 쓴 운전자, 에어백이 터져도 과연 안전할까

자동차 안전 기술의 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충돌 경고 시스템, 차선 유지 장치, 사각지대 경고 장치 등은 사고를 미리 예방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충돌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차량 탑승자의 심각한 부상을 직접적으로 막아 주기 때문에 에어백은 여전히 중요한 장치다.



차량 내부에 부착된 장식물이나 핸들봉은 에어백이 전개될 때 신체에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가급적 설치를 피해야 하며, 그 위험성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안경 같은 신체 부착물을 꼭 착용해야 하는 운전자가 안경으로 인해 어떤 피해를 입는지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에어백 종류와 특성, 안경으로 인한 사고 사례와 에어백으로 인한 부상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에어백의 종류와 특성



1세대 SRS 에어백

에어백 센서는 차량의 충돌을 감지하면 압축가스를 폭발시켜 공기주머니를 부풀게 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에어백은 급속히 팽창한 이후 공기압력이 빠지지 않아 부상당한 부위에 과도한 압력을 가하거나 질식을 유발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렇게 한 번에 많은 양의 가스가 발생해 체구가 작은 여성이나 어린이가 에어백으로 인한 충격으로 부상당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국내 양산차 모델 중 1992년 출시한 현대 뉴 그랜저가 SRS 에어백을 최초로 장착한 이후, 중소형 모델들에 확대 적용되었다.



2세대 디파워드 에어백

1세대 에어백의 팽창력을 20~30%가량 감소시켜 작은 체구의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개량됐다. 반대로 팽창 압력이 줄어든 만큼 체격이 큰 탑승자나 심각한 수준의 사고가 발생할 때 탑승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안전 규정이 강력한 유럽시장에 수출하는 차량들에 장착되기 시작하면서 2000년 초반부터 국내 출시된 차량들에도 디파워드 에어백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3세대 스마트 에어백 (듀얼 스테이지 에어백)

스마트 에어백은 디파워드 에어백을 보완해서 운전자 위치와 안전벨트 착용, 충돌 속도, 충격 강도 등을 센서가 감지해 작은 충격에는 약하게, 강한 충격에는 세게 터지도록 강도가 조절된다. 에어백 전개 단계가 조절되기 때문에 듀얼 스테이지 에어백이라고도 부른다. 2007년 현대 제네시스부터 장착되기 시작해 SM5, SM7, 알페온 등에 사용됐다.



4세대 어드밴스드 에어백

3세대 에어백의 기능에 무게 감지 센서가 시트에 추가되어 승객의 체격, 앉은 자세와 체중을 파악해 전개 여부와 팽창 압력을 결정하는 가장 진일보한 에어백이다. 최근 출시된 현대차의 쏘나타, 그랜저, 투싼, 싼타페 등 중대형 차량과 제네시스 라인업에 장착되고 있으며, 기아차도 K7, 니로, 스포티지, 쏘렌토 등 적용 차량을 넓혀가는 중이다. 한국지엠의 말리부와 크루즈는 미국 사양과 달리 2세대 디파워드 에어백으로 변경해 한때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진 출처 : IIHS


세대가 거듭하면서 에어백은 폭발 강도와 전개 시기를 능동적으로 조절하게 되었지만, 작동 원리는 동일하다. 짧은 순간에 공기주머니를 부풀려야 하기 때문에, 전개되는 속도와 힘이 상당히 강한 편이다. 운전대와 대시보드에 장착된 에어백은 얼굴 정면으로 튀어나오기 때문에 찰과상을 입거나 타박상, 골절까지 입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국내와 해외 사고 사례

안경 착용자가 에어백이 전개되었을 때 입는 피해에 대한 전문적인 조사는 국내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커뮤니티와 동호회를 통해 사고 피해자들은 콧등의 경미한 부상, 안경테의 파손, 코의 타박상, 렌즈와 테의 분리와 같은 피해 상황을 전했다. 사고의 심각성과 차량에 장착된 에어백의 종류, 사고 발생 시의 자세와 같은 것들이 종합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과는 모두 같을 수가 없다. 그러나 안경 착용으로 인해 심각한 눈 부상을 입었다고 이야기 한 경우도 없었다.


사진 출처 : IIHS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에는 관련된 논문이 몇 가지 수록되어 있다. 40km/h의 속도로 주행하던 38세의 남성 운전자가 2톤 트럭에 의해 측면 충돌을 당하면서 사이드 에어백이 전개됐다. 에어백의 전개로 쓰고 있던 안경의 왼쪽 렌즈가 파손되면서, 유리 조각이 각막 조직을 손상시켰다. 이 사건은 에어백 관련 부상에서 부서진 렌즈로 인한 각막 열상의 첫 번째 사례였다.


사진 출처 : IIHS


에어백이 전개될 때 안구 손상 여부를 조사한 다른 논문도 있다. 4년간의 병원 응급실 기록을 토대로 총 14가지 사례를 분석했다. 에어백으로 야기된 안구 손상은   외상으로 인한 안구 전방출혈과 각막 마모 현상이 주된 결과로 나타났다. 그중 3건의 사례는 심각하고, 영구적인 안구 손상이 있었는데, 관련된 환자 모두 안경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 조사를 유효한 통계 자료로 사용하기에는 사례가 너무 적다는 한계가 있고, 조사 시점이 1990년대 초반이라 1세대 에어백만 장착되었다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에어백으로 인한 부상을 최소화하려면?

에어백이 전개될 정도의 사고라면 어느 정도의 부상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안경 착용자라면 안경테로 인한 상처가 생기기 쉽고, 렌즈가 파손될 경우 안구 손상도 초래할 수 있다. 사고로 인한 피해가 크게 염려된다면 유리 렌즈보다는 폴리카보네이트로 된 렌즈를 사용하거나, 안경테의 모양과 재질을 바꾸면 도움이 된다.



에어백이 설치된 부위에는 SRS라는 영문이 항상 표기되어 있는데, 이는 보조 구속장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주된 구속 장치인 안전벨트의 착용이 우선시되고, 이후 에어백이 작용해야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올바른 운전자세를 유지하고, 반드시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뜻밖의 사고에서 에어백으로 인한 2차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