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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국내 소형차 시장, 돌파구는?

국내 시장에서 소형차는 혜택 많은 경차와 사이즈가 점차 커지는 준중형에 밀려 명맥이 거의 끊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현대와 한국지엠만 남아 있는 이 시장에 최근 르노삼성이 르노 브랜드를 앞세워 클리오로 진출했다. 르노 클리오 출시 이후 국내 소형차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지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추락하는 국내 판매량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가 준대형차와 SUV로 옮겨가면서 소형차의 수요가 감소하고, 후속 모델이 제때 출시되지 않아 더 관심이 식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지엠 아베오는 해외 시장에서 부분 변경이 이뤄진 후 한참 뒤에 국내 출시됐고, 현대 엑센트와 기아 프라이드는 신규 모델을 해외 시장에만 판매한다. 아베오는 올해 1분기 234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했으며, 지난 4월은 19대만 판매됐다. 엑센트의 2018년 1분기 누적 판매량은 1,524대로 조금 나은 편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1만 971대가 팔린 코나에 비하면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기아 프라이드는 2017년을 끝으로 국내 시장에서 단종됐다.

   




   

신모델은 해외 시장에만 출시

기아 프라이드는 4세대 모델부터 국내 출시를 중단하고 해외 판매에 주력한다. 스토닉과 휠베이스가 같고 일부 파워 트레인을 공유하면서, 디자인과 전고의 차이만 있는 모델이다. 시장에 따라 1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과 1.4리터 MPI 가솔린 엔진, 1.4리터 디젤 엔진을 사용한다.

   




현대 엑센트도 해외에서 신형 5세대 모델을 판매 중이다. 전장 10mm, 전폭 30mm가 늘어나 실내 공간이 더 넓어졌다. 1.6리터 4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다.



 

국내 시장, 마진율 높은 소형 SUV로의 전환

소형차 시장을 떠난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국내 완성차들은 소형 SUV를 거듭 출시하고 있다. 2014년 출시한 르노삼성 QM3는 국내 시장에 선구자 역할을 한 모델이다. 전고가 높은 소형차가 아니라 소형 SUV라는 시장을 개척하고, 전량 수입 판매해 라인업이 부족한 르노삼성차 판매량에 한동안 활력을 불어넣었다. 쌍용차도 2016년 티볼리를 출시하면서 소형 SUV 시장에서 수차례 판매 1위에 등극하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기아 스토닉은 프라이드와 비교하면 전고만 65mm 높을 뿐, 나머지 크기는 거의 비슷하다. 프라이드의 4단 자동변속기 대신 6단 자동,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장착해 다른 차임을 강조했다. 프라이드 1.4 가솔린이 1,200만 원에서 1,500만 원대인데 반해, 스토닉 1.4 가솔린은 1,600만 원에서 2,000만 원대의 가격이다. 소형차로 여기면 매우 높은 금액대지만, SUV라는 틀에 맞춘 이후 제법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 코나는 스토닉보다 조금 크다. 프라이드의 플랫폼을 공유하는 스토닉과 달리 코나 전용 개별 플랫폼을 사용했다.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27.0kg.m의 1.6 가솔린 터보엔진과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0.6kg.m 1.6 디젤 엔진이 장착되어 SUV에 적합한 파워트레인을 갖췄다. 1,159만 원에서 1,940만 원 가격대의 엑센트보다 700만 원 이상 비싸다. 출시 후 티볼리와 1, 2위를 다투고 있으며, 전기차 라인업이 추가됐다.



신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엑센트

한동안 잠잠했던 소형차 시장에 르노 브랜드 클리오가 판매를 시작하면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는 2018년형 엑센트 모델을 출시했다.


엑센트는 가성비에 주력한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경차만큼 저렴한 가격이 책정되면서도 기본적인 편의 사양은 잘 갖춰진 편이다. 디젤 모델의 주행성과 연비는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보급형 소형차이기 때문에 적용되는 추가 사양이 한정적이고, 2018년형으로 변화를 주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신차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한계가 있다.



QM3와 판매 간섭이 불가피한 클리오의 한계

클리오는 수입 소형 해치백 시장을 개척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작은 차지만 고급 사양을 추가할 수 있고, 국내 시장에 신차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소형차라는 카테고리에 묶여버리게 되면 엑센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차별화하는 마케팅으로 이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 숙제로 남는다.



   

뿐만 아니라 QM3와의 판매 간섭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QM3는 2,200만 원에서 2,495만 원의 가격대로 클리오와 약 200만 원 차이가 있지만,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그리고 인테리어의 상당 부분까지도 동일하다. QM3는 소형 SUV, 클리오는 소형 해치백이라고 구분하더라도 높이를 제외하면 체격 차이가 크지 않다. QM3를 구매하려던 소비자가 클리오로 몰리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된다.



르노 브랜드로 출시된 최초의 모델 클리오의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QM3가 틈새 시장을 공략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것을 돌이켜 보면, 소형차의 고급화를 바라는 수요층도 분명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클리오가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게 되면, 해외 시장에만 판매되는 소형차 모델의 국내 출시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소형차 시장을 활성화 하려면

국내 시장을 키우려면, 제조사는 판매 마진이 좋은 SUV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소형차 신모델을 출시해야 한다. 현대는 2018년형 엑센트가 아니라 5세대 신모델을, 기아는 판매 마진이 좋은 스토닉만 팔 것이 아니라 신형 프라이드도 출시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혔어야 했다. 르노삼성도 새로운 라인업을 출시하는 것은 좋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끝물로 여겨지는 차량을 마치 신차인 것처럼 파는 것은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 수입 절차와 물량 조절에 어려움이 있어서 출시시기가 지연됐다 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신차로 인정받는 차를 국내 시장에도 적기에 판매해야 국내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차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막상 구입하려 해도 소형차만의 특장점이 없다는 것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소비자들은 차량 가격이 비슷하면 구매 혜택이 큰 경차를 구입하지 소형차를 구입하지 않는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라인업을 추가해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한다. 소형차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확보하지 않는 한 지금 쏠려 있는 관심은 금새 사라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