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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클리오가 아니라 알래스칸을 출시했어야

르노삼성자동차가 5월 1일부터 클리오의 사전계약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전예약 가격이 높게 설정돼 벌써부터 소비자들이 원성이 높고, 쉐보레 크루즈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클리오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히 가격 영향이 가장 크다. 르노삼성 역시도 이를 예상해서인지 유럽보다 1,000만 원 정도 낮은 가격에 책정된 것이라는 내용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국내에서는 클리오보다 한 체급 위 모델인 현대 i30 가격과 겹치기 때문에 클리오의 가격 설정은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나마도 LED 헤드램프 같은 사양이 적용되는 고급트림은 2,300만 원 수준에 달해 최근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소형 SUV들과 겹치기도 한다.




앞서 쉐보레 크루즈가 잘못된 가격 설정으로 인해 쓴맛을 봤는데, 클리오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크루즈보다 더 실패할 확률이 높은 건 출시시기다. 크루즈는 그래도 신차에 속했는데, 클리오는 단물이 다 빠진 막바지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이제 출시하지만, 유럽에서는 얼마 뒤면 세대변경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소비자들에게 “국내에서 떨이를 하겠다는 것이냐”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인 동시에 크루즈보다 앞날이 더 어두운 이유이기도 하다.


당연히 르노삼성이 클리오를 국내에서 재고를 털어내려고 출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유럽에서도 해마다 23만 대 정도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을 정도로 인기모델이기 때문에 굳이 국내에 출시해서 몇 대 더 팔아야 본사 입장에서는 티도 안 나고, 판매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굳이 국내에 출시하는 이유는 르노삼성의 부실한 라인업 보강 및 다양한 소비층 확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새로운 변화를 위해 기존과 달리 르노 앰블럼과 클리오라는 모델명도 그대로 사용해서 판매량 외적으로 재밌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과거 박동훈 사장 시절에는 “해치백을 출시해서 국내에서 불모지와 같은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언급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박동훈 사장이 없고, 소형 SUV로 판매량이 쏠려 있어 과거보다 해치백 시장이 더 어려워졌다. 아무리 사양이 좋고, 연비가 좋다고 해도 가격까지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클리오가 성공할 가능성은 만무하다.




르노삼성이 국산차 시장에서 3위로 올라서겠다는 언급도 그동안 많이 했었는데, 지금 업계 3위는 쌍용차다. 그리고 르노삼성은 수입차 브랜드와도 판매량에서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수요가 많은 메간의 세단버전이나 알래스칸 같은 픽업 트럭을 출시해서 판매량을 높이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SM3는 이미 너무 노후된 모델이고, 신모델이 필요하다. 소형 SUV가 인기라고 하지만, 사실 요즘 2천만 원 정도의 예산으로는 현대 아반떼나 기아 K3 외엔 살만한 차가 없다. 그래서 소형 SUV로 넘어가는 소비자들도 꽤 많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쌍용 렉스턴스포츠의 판매량은 공장에서 생산 가능한 한계 때문에 월 3천여 대 수준에 묶여 있지만, 실제로는 계약 후 인도까지 수개월이 밀려 있을 정도다. 포드코리아 역시 국내에서 확대되고 있는 레저 수요와 픽업트럭 시장의 판매량을 예의주시하며 레인저의 도입을 검토 중에 있는데, 르노삼성은 국내에서 판매하기 좋은 알래스칸이라는 픽업트럭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아마 내부에서도 위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고,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실행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상황에 맞추기보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추는 것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경영인들이 감당해야 할 몫인데, 이러저러한 변명만 늘어 놓는다면 수입차 업체에 밀려 업계 4위마저도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