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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모아 보는 자동차 테마

현대차와 제네시스, 왜 다른 작명법을 사용할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 대화하다 보면 그 사람의 이름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누가 이름을 지어줬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돌림자를 사용한다면 형제관계는 어떠한 지 대략적인 정보들을 이름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도 이름을 알게 되면 어떤 세그먼트에 속해 있는지, 차량의 특성이 어떠한지, 몇 세대의 모델인지와 같은 정보들을 알 수 있다.  어떤 자동차는 고유의 모델명을 가지고 있는 반면, 영문과 숫자가 조합되거나 단일 표시되는 경우와 각 자동차 회사마다 고유의 작명 방법이 있지만 몇 가지 공통되는 점도 존재한다.



대중브랜드는 각 모델을 강조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 출범 이후로 대중 모델과 고급 모델을 분리 해왔다. 기존 현대차의 라인업을 보게 되면 엑센트, 아반떼, 쏘나타, 그랜져 등과 같이 각 모델별 고유의 이름이 존재한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다른 대중브랜드들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다. 폭스바겐은 폴로, 제타, 골프, 파사트, 아테온을, 토요타는 야리스, 코롤라, 캠리, 아발론과 같은 이름을 사용한다.


대중 브랜드에서는 각 세그먼트를 대표하는 차량 하나하나의 이미지가 중요해서다. 미국 시장에서 대표적인 중형 세단을 얘기하면 캠리를 떠올리거나, 한국에서 준중형의 1인자 하면 아반떼를 떠올리는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브랜드 가치보다는 잘 팔리거나 인기가 좋은 차량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베스트셀러의 경우 모델명을 세대가 지나도 계속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작명방식은 한국 완성차 업계에서 르노삼성을 제외하고 모두 사용하고 있다.



고급브랜드는 브랜드 자체를 강조

반면, 같은 회사지만 고급 브랜드로 출시되는 차량의 경우는 다르다. 폭스바겐 산하의 아우디는 A1에서부터 A8를, 토요타의 렉서스는 IS, ES, LS, 현대차의 제네시스는 G70, G80, EQ900를 사용한다.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하여 모델명을 표기하는 방법으로 고유 모델명보다 브랜드 자체를 부각시키는 방법이다. 높은 인지도와 충성 고객을 확보한 상태라면 곧 차의 브랜드가 가장 큰 상품이자 차별점이 되기 때문에 유용하다. 숫자나 알파벳이 연달아 사용되어 특정 차량이 해당 브랜드 내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하며, 차급이 낮더라도 이 모델이 고급 브랜드의 식구라는 인식을 강하게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GLE라는 이름을 듣게 된다면 메르세데스 벤츠의 SUV 라인업 가운데 중형급을 나타낸다는 점을 바로 알 수 있고, BMW 7시리즈는 승용 라인업 가운데 기함모델을 가리킨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대중차의 다른 작명법

푸조의 경우 고급 브랜드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작명법에 있어 숫자를 사용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승용모델은 세 자리수, SUV는 네 자리수를 사용하되 차급과 세대를 표기하는 방식으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308은 준중형 모델로 8세대임을, 5008은 대형 SUV모델임을 나타낸다. 다만 세대가 늘어남에 따라 자리수가 바뀌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서 최근 앞자리의 모델 구분은 유지하되 뒷자리는 1과 8로 고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르노삼성차의 경우는 승용라인은 SM, SUV라인은 QM을 사용하며 세그먼트에 따라 3,5,6,7의 숫자를 병행하여 표기한다. 본래 홀수 단위로 라인업을 구성하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이었지만, 비교적 최근에 출시한 모델들은 SM6, QM6 짝수로 구성하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고유 모델명과 알파벳, 숫자 표기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나름의 의미를 담아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체계성없이 콘셉트 모델에 사용한 명칭을 그대로 이어오거나 유명 모델의 디자인에 더해 이름을 차용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이름

미국의 대표적인 고급브랜드인 링컨은 한동안 유럽산 고급브랜드처럼 영문을 바탕으로 한 MK시리즈를 출시했다가 최근 들어 다시 모델명을 부활시키는 추세다. 새로운 명명법 아래 출시한 차종들이 큰 인기를 끌지 못함에 따라 모델명을 다시 부여하므로 변화를 주기 위해서다. MKS 뒤를 이을 기함을 컨티넨탈로 다시 명명하고, MKX의 부분변경 모델을 노틸러스로 바꾼 점을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네비게이터 같은 럭셔리 SUV라인은 고유의 모델명을 계속 사용해 왔다. 전통이 있는 모델을 선호하는 미국시장의 특성상 대표적인 차량들은 고유 모델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높은 평판을 계속 이어 나가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럭셔리카와 수퍼카

최소 수억 원을 지불해야만 주인이 될 수 있는 차들은 높은 브랜드 가치에 더해 각 모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치도 매우 높다. 한정판으로 생산되거나 양산되더라도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투우소의 이름을 자주 사용하는 람보르기니나 유령과 관련된 이름을 사용하는 롤스로이스는 차량 및 브랜드의 특성과 모델명을 적절히 배치시켜 작명한다. 페라리는 각 모델별 작명법이 제각기 다른 경우가 많아 자동차 전문가들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위에 언급한 내용들은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의 모델들 가운데 일부에 해당하는 공통점을 찾아서 기술하였다. 예외적인 경우가 훨씬 많고, 이름 표기법을 시기별 또는 모델별로 변경하는 회사들도 있기 때문에 일정한 규칙을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도 존재한다.


좋은 이름은 그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의미 깊은 이름을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작명소에 가서 이름을 받아오는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 보다 사랑받는 차가 될 수 있도록 오늘도 자동차 회사들은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 노력한다. 단지 이름에 담긴 의미만 좋은 차가 아니라, 그 이름값에 걸맞는 좋은 차가 앞으로 더 많아지기를 소비자들은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