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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슬람 잃은 한국지엠, 판매량보다 신뢰도 복원이 시급

한국지엠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아니 고꾸라진 정도가 아니라 산산조각이 났고, 믿었던 쉐슬람들마저 사라졌다. 군산공장의 철수와 유지문제가 아니라, 많은 소비자들이 한국지엠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지엠의 재기, 가능할까?


참담했던 3월 판매실적

쉐보레의 3월 판매실적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모든 차종의 판매량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믿었던 스파크와 말리부마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42.1%, 74.9%가 무너졌다. 기존 같으면 최소 4천대 이상 팔려야 할 스파크가 겨우 2,500대 선을 지켰고, 말리부는 지난해 3,600대를 넘게 팔았지만, 올해 3월에는 고작 909대를 판매하는 것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한국지엠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57.6%나 추락했고, 올해 1분기 누적판매량도 47.1%가 감소했다.



군산공장을 닫으면, 소비자들의 지갑도 닫히나?

판매량이 급감하게 된 표면적 원인은 군산공장 철수 소식 때문이었다. 한국지엠이 군산공장을 폐쇄한다고 밝히면서 관련 소식이 뉴스를 뒤덮었다.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소식을 알고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정말 군산공장 때문에 판매량이 감소했을까?


아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한국지엠이 군산공장에서 철수하든, 그 어디서 철수를 하든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관심도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군산공장의 폐쇄가 곧 한국지엠의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소식이 그동안의 소문과 맞물려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자동차 커뮤니티를 보면 “정말 철수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생각보다도 더 많다.


당연히 지엠 본사의 책임이라면서 책임을 떠밀고, 소비자들을 지치게 하는 강성노조도 큰 문제다. 공장가동률은 2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 노조는 임금을 지속적으로 올려왔다. 인상분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됐다. 만약 노조가 제대로 일을 해왔고, 정당하게 임금을 올렸다면, 다른 제조사들이 군산공장을 인수하겠다고 서로 달려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 그 어떤 자동차 제조사도 군산공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은 상황이고, 국민들조차 국고보조는 절대 안 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신뢰도도 문제다. 말리부와 임팔라가 국내 소비자들이 생각했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출시되었고, 덕분에 판매량도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쉐보레는 납득할 만한 어떠한 설명도 없이 인기 모델의 가격을 올려버렸다. 말리부는 출시한지 불과 4개월 만이었고, 또다시 1년 만에 가격을 올렸다. 즉, 1년 동안 가격을 두 번이나 인상했던 셈이다. 결국은 그렇게 가격을 인상시키며, 소비자들에게 불신을 키워왔다.



그 많던 쉐슬람, 모두 어디로...

쉐보레 브랜드를 찬양하는 소비자들을 ‘쉐슬람’이라고 불렀다. 그리 긍정적인 표현은 아니었고, 약간의 비꼬는 뉘앙스가 내포된 단어였다. 어쨌든 2년 전만 하더라도 이 쉐슬람이 굉장했다. 인터넷 자동차 관련 기사에는 현대, 기아차를 비판하면서 쉐보레를 찬양하는 내용을 쓰는 게 이들의 주 활동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쉐슬람들은 이제 거의 볼 수가 없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구입 후 차량 관리를 위해서라도 서비스센터를 방문할 수밖에 없는데, 서비스센터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현대, 기아차는 양반이다 싶을 정도로 쉐보레 서비스센터는 열악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서비스센터가 어수선하고 지저분한 곳이 많고, 불친절했다는 사례도 관련 동호회를 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와 서비스센터를 공유하는데 반해 캐딜락과 쉐보레 서비스센터를 통합할 수 없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또 한국지엠의 시장 대응이 수입차 브랜드에 비해서도 느리고, 사골모델이 많아지면서 소비자들도 지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물론 앞에서 언급했던 불투명한 가격 인상 요인도 쉐보레의 우호적인 소비자들을 몰아내는데 일조했다.


재기 가능성, 아직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지엠은 재기할 여력이나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국지엠이 가장 자랑하는 건 모든 차량의 안전성이다. 한국지엠의 차량들이 현대, 기아차보다 튼튼하다는 사례는 이미 굉장히 많다. 기아차의 신형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만 보더라도 평점 차이가 10점이나 벌어진다. KNCAP의 안전도 평가 결과에서 기아 모닝 3등급, 쉐보레 스파크는 대형세단과 비슷한 점수로 1등급을 받았으니 안전성에 있어서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안전성을 빼면 특별히 내세울 게 없기 때문에 시장 대응이 관건이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에퀴녹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그런데 에퀴녹스의 출시시기가 해외에 비하면 국내가 빠른 것도 아닌 데다가, 가격도 미국만큼 높게 책정되면 경쟁력을 얻기가 어렵다. 보기 좋은 예가 르노삼성 QM6고, 쉐보레에서도 크루즈가 그랬다.


상품성이 좋고 나쁜 건, 제조사가 판단할 몫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판단하게 두어야 한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상품성을 판단해 가격을 인상하는 것도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미국가격이 얼마이건 국내 소비자들은 관심이 없다. 국내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격인지, 그게 과연 합당한 가격인지가 중요하다. 크루즈 같은 경우가 반복된다면 한국지엠의 재기가 훨씬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판매량이 급감하자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그야말로 바겐세일이다. 경차인 스파크에 80만 원 할인, 새 출발 프로모션 30만 원 할인을 얹어주고, 말리부는 무려 400만 원까지 할인해준다. 임팔라도 차량 가격의 9%를 깎아주는 등 전 차종에 파격적인 할인을 하고 있다. 할인은 좋다. 하지만 재고 털어내고 철수할 목적인가? 아니면 판매량이 증가하면 할인을 중단할 심산인가?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으려면 일시적인 이벤트성 할인보다는 정상적인 가격 인하로 다가가는 게 더욱 바람직해 보인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딱 2년 전에는 쉐보레에 우호적인 여론이 많았고, 현대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반전됐다. 현대차는 부정 여론을 우호 여론으로 바꾸기 위해 비난 속에도 꾸준히 소통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열어 부사장, 이사, 디자이너, 연구원 등 직책, 직무를 막론하고 소비자들과 소통해왔다. 결과적으로 2년이 지난 현시점에는 2년 전에 비해 부정 여론이 많이 줄었다.


한국지엠도 마찬가지로 자의적 판단보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내부 문제는 더 복잡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알아야 할 문제도 아니고, 알 필요도 없다. 내부 문제도 결국은 소비자들과 소통이 되고, 쉐보레를 응원하는 쉐슬람들이 다시 돌아와 판매량을 높여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위기가 기회라고 했다. 한국지엠도 이번 일을 계기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