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승기

넘사벽 가성비로 중무장, 그랜드 스타렉스 어반 시승기

현대자동차가 지난 12월 20일, 무려 10년 만에 그랜드 스타렉스의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였다. 그리고 부분변경 모델과 함께 9인승 어반도 새롭게 출시했다. 9인승 어반은 기존의 11인승이나 12인승과 다르게 110km/h 속도제한이 없고, 6인 이상 탑승 시 버스 전용도로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고급스러운 마감재와 차별화된 어반만의 고유 디자인으로 상품성까지 높였다.



세로형 디자인에서 가로형 헤드램프와 신규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되면서 디자인이 고급스럽고 안정적으로 변했다. 특히 시승차는 어반의 최고급 트림이어서 라디에이터 그릴에 크롬으로 가득하게 장식이 되어 있다.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상징인 캐스캐이딩 그릴은 그랜드 스타렉스에 맞게 잘 녹아들어 헤드램프 내부까지 이어지는 디테일을 자랑한다. 르노삼성 QM6 그릴과 닮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실물을 보면 나름의 색깔을 잘 찾았다.




그랜드 스타렉스 중 가장 비싼 9인승 어반 풀 옵션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헤드램프에는 HID가 없고, 심지어는 주간주행등도 없다. 그랜드 스타렉스는 전통적으로 승용보다는 상용에 가까운 모델이었고, 원가 상승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과도한 옵션은 일부러 뺀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션 타입의 헤드램프는 야간 주행 시에도 충분한 시야 확보가 가능했지만, 주간주행등까지 누락된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범퍼 하단부나 안개등까지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멋지다.

   


측면에서는 변화가 없는 듯하지만, 디테일한 변화가 많다. 일단 사이드미러가 승용 모델처럼 가로로 넓어졌다. 상하로는 살짝 짧아졌지만, 주행이나 주차 시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또한 사이드미러에 방향지시등이 추가되었고, 후륜까지 디스크 브레이크가 적용된다. 17인치 휠도 기존에 없던 것이고, 9인승 어반에서 장착이 가능해 차별화된 디자인을 보여준다.



후면부에서는 깔끔한 디자인을 강조했다. 테일램프에 LED를 사용한 것 외에는 별다른 변화나 장식도 없다. 어반이라는 레터링이 붙어있을 만도 한데, 아무리 봐도 어반이라는 레터링을 찾을 수 없다. 단순히 그랜드 스타렉스와 VGT 레터링뿐이지만, 그래도 그 깔끔함이 오히려 고급스럽다.



도어는 일반 승용 모델보다 더 활짝, 시원하게 열린다. 시승차는 풀옵션, 정확히는 9인승 어반 익스클루시브 모델이기 때문에 도어를 열면서부터 다른 그랜드 스타렉스와 차별화된 색다른 실내가 펼쳐진다. 도어만 보더라도 다른 스타렉스와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다.




계기반은 그대로지만, 스티어링 휠 디자인은 그랜저에서 보던 것과 같고, 변속기는 싼타페와 같다. 하지만 그 무엇도 튀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크래쉬패드는 평평하고 안정감 있게 바뀌었고, 돌출형 내비와 센터페시아 버튼들, 하단부의 수납공간은 눈으로만 좋은 게 아니라 실제 사용하기에도 매우 편리하다. 마감재도 스티어링 휠에는 고급 가죽을 사용했고, 우레탄에도 스티치를 넣었으며, 우드레인도 제법 분위기를 끌어올려 준다.



시트는 기존의 그랜드 스타렉스와 많이 다르지 않지만, 시트 자체가 불편하거나 어색하지 않고, 장거리 운전에도 부담이 없다. 다만 처음 타면 시트 포지션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높다. 시내버스 기사분들과 아이컨택이 가능하고, 톨게이트에서도 도로공사 직원들과 같은 높이에 앉아있을 수 있다. 또 싼타페와 같은 대부분 SUV 천장을 보면서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시트 포지션이 매우 높아서 처음엔 어색한데, 적응이 되니 또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9인승 모드, 시트를 모두 펼친 모습


많은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사실 뒷좌석이다. 9인승인데, 실제로 9명이 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다. 카니발은 9인승이라도 9명의 성인이 타기에는 약간 좁고, 답답하다. 하지만 그랜드 스타렉스는 9명의 성인 남성이 4열까지 완벽히 탑승할 수 있다. 물론 4열이 아주 편안하지는 않지만, SUV의 3열만큼 불편하지 않다. 의외로 정말 탈만하고, 4열까지 측면의 창문이 넓어서 카니발처럼 답답하지가 않다. 그러나 9명이 탑승해서 여행을 다니기엔 함정이 있다. 짐을 싣고 다닐 공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복도에 적재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복도도 크게 여유롭지는 못하다.

  


6인승 모드, 4열시트를 접은 상태


9인승이지만, 그랜드 스타렉스도 6명이 탑승할 때가 가장 이상적이다. 2+2+2 구조로 사용하고, 4열은 접어두는 편이 좋다. 모든 좌석에 팔걸이가 있고, 시트 각도 조절도 되며, 레그룸도 매우 넉넉하다. 2열이 편한 건 당연하고, 3열도 매우 편안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6인승으로 활용할 때 4열을 카니발처럼 바닥으로 접어 넣을 수가 없어 적재공간이 크게 확장되지 않는다는 것.

   

2열 시트를 위해서는 컵홀더와 열선이 있고, 천장에는 공조버튼들과 송풍구가 있다. 또 3열에도 컵홀더와 팔걸이는 물론 USB 충전 포트까지 마련된다.



그랜드 스타렉스 어반이 출시되면서 2.5 디젤 엔진에 5단 자동변속기는 너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 조합은 현대 포터와 같은데, 스타렉스는 학원가나 렌트, 화물 밴 등으로 더 많이 사용된다. 기아 카니발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사람이 탑승할 수 인원만 제외하면 용도가 완전히 달라서 그다지 비교될만한 차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량의 특성을 고려하고 파워트레인을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랜드 스타렉스는 2.5 디젤에 5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시승해보면 다른 차량들과 다르게 최대토크를 굉장히 풍부하게 사용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동변속기 모델은 수동변속기와 다르게 최고출력 175마력, 최대토크 46kg.m을 발휘한다. 175마력의 최고출력은 어지간히 가속하거나 과속을 하지 않으면 느끼기 어렵지만, 최대토크가 46kg.m에 달한다는 것은 저속에서도 충분히 체감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그랜드 스타렉스는 늘 스포츠 모드로 주행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기어 변속을 최대한 늦게 하면서 최대토크를 충분히 뽑아내 차량을 힘 있게 밀어 부친다. 무거운 짐이나 사람을 가득 태우고도 지치지 않게 말이다. 그래서 언덕에서 속도를 70km/h 정도로 올려도 2단에 맞물려 있는 경우가 잦다. 저단으로 주행을 원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때 페달에서 발을 떼었다가 다시 밟으면 변속이 된다.



고속도로에서 시승을 하면서 그랜드 스타렉스로 과속을 하는 차량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매우 신기했다. 시트 포지션이 높고, 이 큰 차로 과속을 한다니 신기한 동시에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밟으면 잘 나가긴 한다. 승용차나 SUV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최대토크가 훌륭하니 사이다가 땅길 정도로 답답하지는 않다. 애초에 급가속이나 과속은 생각나지도 않았지만, 시승기에 한 글자라도 더 쓸 생각으로 가속 페달을 밟아보니 마땅한 변화도 없다. 최대토크는 훌륭하지만 최고출력과 변속기가 저중속 위주의 세팅이다 보니 고속에서는 시원하게 받쳐주지 못한 결과다.


브레이크는 후륜까지 디스크를 사용했고, 처음에는 조금 밀리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덩치를 고려하면 세단에 비해 밀리는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브레이크의 답력은 꽤 일정한 편이어서 예상이 충분히 가능하다. 또 전륜은 맥퍼슨 스트럿, 후륜은 5링크 코일 서스펜션을 사용한다. 포터처럼 판 스프링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후륜까지 5링크 코일 서스펜션을 사용한 덕분에 코너 주행성능이나 요철을 넘어 다닐 때 기대 이상이로 깔끔하다.


연료탱크가 75리터인데, 역시 다른 승용차보다 연료탱크가 큰 이유가 있었다. 연비는 고속도로와 국도 주행을 모두 합쳐서 연비를 신경 쓰지 않고 주행한 결과 리터당 8km 대를 기록했다. 물론 연비에 신경을 쓴다면 복합연비와 비슷한 수준인 리터당 9.4km/l도 가능할 수 있겠지만, 트립 모니터에서 연비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주행한 거리를 나눈 결과여서 고속과 국도 등으로 따로 측정하지는 못했다.


간만에 정말 재밌는 시승이었다. 평소에 타기 힘든 차를 시승했던 특별한 시승이었다고 할까. 처음에는 낯설고 생소했지만, 금세 적응이 돼서 반납할 때는 약간의 아쉬움마저 남았다. 그랜드 스타렉스를 카니발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고, 본인도 그랬다. 그런데 시승을 해보니 카니발과 그랜드 스타렉스는 지향점이나 콘셉트가 너무 다르다.


그랜드 스타렉스는 9명의 성인이 탑승해도 좁지 않은 여유로운 실내 공간, 탁 트인 시트 포지션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스마트 키도 없고, HID도 없다. 하지만 통풍시트도 있고, 후방카메라도 있다. 가격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사치스러운 옵션은 모두 뺐다. 대신 운전자에게 혹은 탑승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옵션은 모두 넣어놨다. 예를 들면 2열 시트 열선이나 후석 LED 조명, USB 포트, 전 좌석 팔걸이 등이 그런 요소들이다.



9인승 어반은 가장 비싼 익스클루시브 트림이 3,015만 원이다. 여기에 듀얼 선루프와 하이패스가 추가된 시승차는 3,117만 원이다. 승용차 감성에 화려한 옵션을 원한다면 그랜드 카니발이 좋겠지만, 가성비가 좋은 모델을 찾는다면 고민할 것 없이 그랜드 스타렉스 어반이 정답이겠다. 소형 SUV인 코나 1.6 디젤 풀 옵션 가격이 3,000만 원을 약간 넘고 중형 세단들도 3천만 원을 넘는 시대니 가성비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