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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날아간 대한민국 1% SUV, 쌍용 렉스턴 광고


쌍용자동차 모델 중 유난히 기억에 남는 광고가 있다. "한 번도 남의 영토를 침략해 본 적이 없다는 우리 역사를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로 시작되는 자극적인 광고의 주인공은 바로 렉스턴이다. 렉스턴은 현대차에서 갤로퍼와 테라칸 정도만 내놓던 시절 국내 SUV 시장의 고급화를 이끈 모델이다.  



1998년부터 개발에 착수해 2001년에 정식으로 등장한 이 모델은 당시 쌍용차를 품고 있던 대우자동차에서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다. 애초에는 무쏘의 후속 모델로 출시하려고 했지만, 무쏘의 인기와 쌍용차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무쏘의 윗급으로 출시된 모델이기도 했다. 



출시 초기에는 현대차의 테라칸, 기아차의 쏘렌토 등과 함께 대형 SUV 시장을 형성했지만, 2017년까지 페이스리프트만을 거친 렉스턴은 차체의 크기 변화가 없다 보니 크기가 점점 커지는 다른 동급 차량들로 인해 중형 SUV 사이즈의 차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후속 G4 렉스턴이 출시되면서 차체의 크기가 다시금 대형 SUV 수준으로 커졌다.  물론 현행 렉스턴의 경우 파워트레인이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있다.



렉스턴은 2001년 9월 출시되어 뉴 렉스턴, 렉스턴 2, 슈퍼 렉스턴, 렉스턴 W까지 풀체인지 없이 페이스리프트 만을 거쳤다. 다만 엔진이나 미션이 수차례 변화했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 G4 렉스턴으로 새롭게 등장하여 다시한번 대형 SUV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G4 렉스턴은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고, 기대에 부응하듯 판매량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이달부터는 G4 렉스턴의 픽업트럭 버전인 렉스턴 스포츠가 사전계약에 들어가면서 선택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이런 역사를 가진 렉스턴은 2001년 출생 당시 상당히 파격적인 광고를 내세웠다. 대동여지도의 화면 바탕으로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한 번도 남의 영토를 침략해 본 적이 없다는 우리 역사를 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정복할 것이며, 계속 확장할 것이다. 99%가 포기한다고 해도...". 성우의 목소리는 짧고 굵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대한민국 1% 렉스턴"이라는 마지막 음성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렸다. 


이어지는 광고에서는 "아직 잠들어 있는 자 99%, 이미 깨어 있는 자 1%"라는 메시지와 함께, 아직 아무도 달리지 않는 새벽 도로 위에 단 하나의 차량인 렉스턴의 모습을 담았다. 실제 렉스턴은 당시 국내 SUV 최초로 3,200cc 대용량 휘발유 엔진을 장착한 모델을 출시했기 때문에 차별화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광고를 확실하게 내세웠다.  



하지만 1% 고급형 SUV를 내세운 렉스턴도 문제가 있었는데, A 필러 강성이 약해 전복 시 탑승자 사상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차체 자체는 프레임 보디인 만큼 안정성이 훌륭했지만 전복 시 A 필러의 약한 강성으로 인해 취약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후 나온 렉스턴들은 모두 A 필러에 대한 보강을 하여 출시하게 된다. 



뉴 렉스턴과 렉스턴 2, 슈퍼 렉스턴을 거쳐 렉스턴 W로 페이스리프트되며 내세운 지면 광고의 모습이다. "아니야. 남자는 화장하는 거 아니야. 화장품 살 돈으로 덤벨이나 하나 더 올리라고. 겉모습보다 본질에 집중해봐. 그게 SUV야." 소소한 변화만을 거듭한 렉스턴의 자기 해명일까? 아니면 2001년에 출시된 것이 너무도 완벽했기 때문일까? 야성미 넘치는 모델을 내세워 '본질'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모습이다. 강한 SUV라는 이미지에는 한몫을 톡톡히 했던 광고의 모습이다. 



이후 16년 만에 2세대 렉스턴인 G4 모델이 등장하면서 우주로 날아갔다. 렉스턴 G4는 'Great 4 Revolution'으로 쌍용차가 선보일 위대한 4가지 혁명이라는 의미를 담고 출시됐다. 광고에서 말하는 "혁명으로 완성된 G4 렉스턴의 위대한 탄생"이라는 문장으로 설명된다. 온통 CG로 뒤덮인 이질적인 공간을 달리는 모습은 다소 과해 보이지만, 오랜 시간 '사골'이라는 혹평을 받았던 쌍용차의 소심한 변화를 완전히 탈바꿈 시키기 위한 도전이기 때문에 의미를 둘 수 있겠다. 


오랜 기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체어맨의 단종 이후 전통 SUV 제조사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 쌍용자동차. 결국, 우주 공간을 달리는 G4 렉스턴의 광고처럼, 오래된 단일 모델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도전으로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