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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차의 전설, 현대 그레이스

그레이스는 현대자동차가 미쓰비시의 델리카 3세대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했던 배지 엔지니어링 모델이다. 앰블럼을 제외하면 미쓰비시 델리카와 모든 게 같았던 것. 그레이스는 경쟁모델과 달리 고급화를 추구하면서도 비즈니스용에 초점을 맞췄고, 결과적으로 학원차의 전설로 등극하게 된다.

 


그레이스가 국내에 처음 출시된 건 1986 12월이었다. 당시 국내 소형 버스 시장은 기아 베스타가 독점을 하고 있었는데, 현대차가 그레이스를 내놓으면서 경쟁이 본격화 됐다. 시장에서 먼저 인기를 얻은 기아 베스타는 패밀리카를 강조하면서도 사륜구동모델까지 개발해 레저용 시장까지 넘보고 있었다.


반면 후발주자인 그레이스는 패밀리카보다는 비즈니용 차량으로 콘셉트를 바꿔 잡았다. 가장 먼저 12인승 표준형 모델은 695만 원에 책정했고, 실내는 국산 소형 버스 최초로 9인승 모델에 다용도 회전시트가 적용됐다. 이 회전형 시트는 그레이스를 시작으로 많은 소형버스에 적용되는 것이 붐처럼 일어났다가 추후에는 안전성 문제로 적용되지 않았지만, 그레이스가 처음으로 시도하면서 특히 학원가에서는 인기가 좋았다.

 


1990 3월부터 국산 소형 버스 최초로 4단 자동변속기를 옵션으로 제공한 모델도 그레이스였다. 그런데 4단 자동변속기보다는 내구성이 좋은 엔진이 그레이스의 경쟁력을 한껏 높여줬다. 당시 판매됐던 기아 베스타는 엔진 결함이 잦았기 때문에 그레이스의 싸이클론 디젤 엔진은 더욱 빛을 발휘했다. 또한 추후에는 LPG 모델도 추가돼 선택의 폭이 더욱 다양화됐다.

 


초기형은 각을 살린 것이 특징이었지만, 후기형은 유선형 디자인을 갖는다. 사실상 풀체인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디자인 변경이 굉장히 많았다. 헤드램프나 테일램프가 유선형으로 바뀌고, 범퍼 역시도 부드럽게 다듬어지면서 훨씬 세련되어졌다.

 

특히 그레이스는 부분변경을 하면서 9인승과 12인승 외에 15인승 모델을 추가적으로 출시했는데, 이것이 신의 한 수였다. 15인승은 경쟁모델에 대응하기 위해서 출시된 것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시장의 반응이 좋았다. 특히 학원가에서는 많은 인원을 승차시킬 수 있어서 운행 횟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면서도 15인승 모델은 단종된 이후 15년 가까이 현역으로 학원가에서 인기모델로 활약하고 있으며, 중고가 역시 연식에 비해서는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그레이스의 단종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안정성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레이스는 원박스형 소형 버스다. 그래서 충돌 안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단종 직전 모델은 범퍼가 85mm 늘어나 초기형 보다 긴 범퍼를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15명이나 탑승하는 차량에 단순히 범퍼 85mm를 늘린다고해서 안전성 문제가 쉽게 풀릴 일은 아니었다.

 

결국 현대차는 그레이스 단종에 앞서 스타렉스를 개발해 판매를 시작한다. 스타렉스는 그레이스와 달리 엔진이 운전석 앞으로 배치되어 1.5 박스카 형태를 가졌다. 그러면서 스타렉스는 승차인원을 그레이스처럼 15인승으로 과하게 늘리지 않는 식으로 안전성을 충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