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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차상식

급증하는 스텔스 차량, 계기반 개선이 시급하다

어둠이 내려도 야간에 헤드램프를 켜지 않는 스텔스 차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스텔스 차량은 스텔스 전투기처럼 다른 운전자의 시야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대형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통계 자료를 들이밀 필요도 없을 정도로 야간에 도로를 보면 헤드램프를 점등하지 않은 채 주행하는 차량을 여러 대씩 볼 수 있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그런데 이 위험한 스텔스 차량을 양산하는 다양한 원인 중 계기반이 지대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스텔스 차량이 급증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공통점도 존재한다. 이따금씩 가로등이 밝으니, 헤드램프를 꺼서 배터리를 아끼겠다는 특이한 운전자가 있긴 하지만, 대다수의 운전자들은 본인이 스텔스 모드로 주행 중인 것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반대로 스텔스 모드가 아니라 상대 차량의 눈부심을 유발하는 비매너 상향등 운전자들 역시 본인이 상향등을 켜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과거에는 안개등이던 미등이던 어떠한 램프를 작동시켜야만 계기반에 불이 점등됐다. 그래서 바깥이 어두워지는 저녁에는 차량 내부가 더 빨리 어두워지는데,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는 안개등이나 미등만 켜고 주행하는 차량은 있어도 아예 헤드램프 자체를 끄고 주행하는 스텔스 차량은 없었다. 미등을 켜지 않으면 계기반이 완전히 보이지 않아서 주행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출시되는 차량들은 밝은 낮에도 계기반이 더 선명해 보이도록 계기반 내부에 램프가 항상 점등되어 있기 때문에 터널이나 야간 주행 시 헤드램프를 켜지 않더라도 계기반이 충분히 잘 보인다. 또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같은 고급차들을 위주로 풀 디스플레이 계기반을 사용하는 차량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 차량들 역시도 주야간 구분 없이, 헤드램프 작동 여부에 관계없이 밝게 유지된다.


계기반이 잘 보이면 당연히 좋다. 그러나 헤드램프를 작동시키지 않아도 계기반이 밝기 때문에 깜빡 잊고 헤드램프를 작동시키지 않는 운전자들이 의외로 많다. 스텔스 모드로 주행하는 운전자들 대부분이 그런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운전자 스스로도 주의해야겠지만, 제조사에서도 차량을 제작할 때 헤드램프가 작동 중일 때문 계기반을 점등하는 것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차량마다 계기반 디자인이나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차량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예를 들어 계기반 중앙의 트립 컴퓨터만 주야간 상관없이 밝혀지고, 속도 회전계를 비롯한 주변부는 헤드램프를 작동시켜야만 밝아지도록 구성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CLS가 그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헤드램프의 작동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으면서도 중요 정보는 직관적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또 헤드램프가 오토(Auto)가 아닌 오프(Off)로 되어있을 때만큼은 계기반도 함께 꺼져야 스텔스 차량 감소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낮에도 계기반이 안 보인다며, 헤드램프를 켜는 건 안전에 문제가 안 된다. 오히려 사고 발생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에 따라 최근 출시되는 모든 차량에 주간주행등이 의무적으로 장착되고 있다. 그러나 야간에도 계기반이 잘 보이고, 가로등으로 인해 바깥이 잘 보인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헤드램프를 작동 시키지 않는 건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운전자 스스로도 주의해야겠지만, 제조사들도 관련 문제에 해결을 위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